이 계절의 아름다움을 얼마나 사랑할 수 있을까.
5월, 짙었던 꽃들의 주름이 깊어간다. 하나둘 떨어지는 꽃잎들은 저마다의 추억을 갖고 떠난다. 죽음이 아닌 새로운 삶을 위해. 매미들의 합창은 아직이다. 부서질 듯 하늘을 뒤덮는 그 소리를 참 좋아한다. 인간의 어떤 부르짖음보다 짙기에. 강렬한 햇살이 시선을 짙누른다. 감히 하늘을 우러러볼 수 없을 만큼.
이 초여름의 쨍함이 좋다. 인간의 통제할 수 없는 욕망들을 하나같이 통 안에 넣고 푹 쪄 버리는 찜통 같은 이 계절을. 거짓된 웃음을 모두 날려버리고 푸른 하늘 위를 날고 싶은 날이다.
예측할 수 없는 인생. 움직일 수 없는 마음. 주최할 수 없는 폭우. 이들만이 삶의 전부가 되었다. 자본 권력에 도전한 대가로 맞이한 실직과 쉼. 달콤하지만 불안한 순간들.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하며 살아갈 건지를 이력서에 쓰고 싶지만, 그런 공상은 그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 변화는 오직 자신의 단념 속에서만 일어난다.
내 마음이든 다른 누구의 마음이든 억지로 움직이려 하거나 놓아버리는 순간 그 본질을 잃게 된다. 왜 바꾸려고 하는가. 초월하기엔 아직 이른데 자꾸 세상 모든 것들을 초월하고자 하는 욕구가 마음을 스친다. 초월(超越)하는 게 맞는가? 초월이란 게 가능한가? 아등바등 살아가는 이들을 보며 나는 저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결국은 똑같이 살아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자식이 생기면, 그 이름을 초월이라 짓고 싶다.
영원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 그건 어떤 기회이어야 할까. 그럼 기회의 의미가 사라지지 않을까. 보통, 기회는 삶의 어떤 순간에만 주어지는 것인데, '영원한 기회'라는 말이 가당키나 할까? 하지만, 한편으론 우리 모두는 영원한 기회를 받았다는 생각도 든다.
삶의 매 순간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도 있고 그냥 지나가 버릴 수도 있다. 떨어지는 꽃잎을 바라볼 기회. 사랑하는 여인의 눈물을 닦아줄 기회. 부모님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기회. 지극히 사소하지만 삶의 전부인 이 순간들이 모두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