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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은 유난히 바람이 차갑더니

글로 나아가는 이

by 글로 나아가는 이


봄바람이 차갑다. 완연한 봄이 왔다고 자부했지만 여전히 바깥은 쌀쌀한 바람이 불고 있다. 물론, 세상엔 바람이 필요하다. 기한이 지난 모든 것들을 날려보내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이유를 모른 채 바람을 맞는 이들은 생각보다도 시린 계절을 견뎌야만 한다.


그래서 언제든 바람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섣불리 바람이 그칠 것이라고 방심해서도, 이 바람이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해서도 안된다. 예측할 수 없는 삶의 신비. 그것이 인생의 바람이기 때문이다.


뜻밖의 좋은 일이 다가올 듯하다가도, 경거망동하면 금새 날아가 버린다. 때론 순식간에 악재로 변해버린다. 일확천금이나 만능 해결사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닐테니. 스스로 헤쳐갈 노력과 궁리를 해야 한다.

고통은 욕심을 걷어내게 하고, 시련은 우연에 기대를 걸지 않고 필연을 알아보는 시각을 길러준다. 아픔은 자신의 주제를 알고 요행을 따라가는 습관을 버리게 도와준다.


집 근처에서 바라본 한강. (4월 26일 오전 11시)


30대 청춘의 삶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살랑이는 바람이 아니다. 수명이 다한 묵은 잎새를 날려버리고 막 돋아난 새싹을 뒤흔드는 거센 바람이다. 뿌리가 흔들려야 자라나기 때문일까.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어떤 시인의 문장이 생각난다.


이 바람을 부디 잘 맞을 수 있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고, 할 수 없는 일은 내려놓고 적임자에게 맡기며, 그 사이에서 고민할 때는 언제든 먼저 기도가 나오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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