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나아가는 이
봄바람이 차갑다. 완연한 봄이 왔다고 자부했지만 여전히 바깥은 쌀쌀한 바람이 불고 있다. 물론, 세상엔 바람이 필요하다. 기한이 지난 모든 것들을 날려보내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이유를 모른 채 바람을 맞는 이들은 생각보다도 시린 계절을 견뎌야만 한다.
그래서 언제든 바람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섣불리 바람이 그칠 것이라고 방심해서도, 이 바람이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해서도 안된다. 예측할 수 없는 삶의 신비. 그것이 인생의 바람이기 때문이다.
뜻밖의 좋은 일이 다가올 듯하다가도, 경거망동하면 금새 날아가 버린다. 때론 순식간에 악재로 변해버린다. 일확천금이나 만능 해결사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닐테니. 스스로 헤쳐갈 노력과 궁리를 해야 한다.
고통은 욕심을 걷어내게 하고, 시련은 우연에 기대를 걸지 않고 필연을 알아보는 시각을 길러준다. 아픔은 자신의 주제를 알고 요행을 따라가는 습관을 버리게 도와준다.
30대 청춘의 삶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살랑이는 바람이 아니다. 수명이 다한 묵은 잎새를 날려버리고 막 돋아난 새싹을 뒤흔드는 거센 바람이다. 뿌리가 흔들려야 자라나기 때문일까.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어떤 시인의 문장이 생각난다.
이 바람을 부디 잘 맞을 수 있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고, 할 수 없는 일은 내려놓고 적임자에게 맡기며, 그 사이에서 고민할 때는 언제든 먼저 기도가 나오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