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든 남자'가 아름다운 이유
종종 꽃을 산다. 살면서 내 돈 주고 꽃을 살 일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축하를 전하거나 사랑을 고백할 때만은 꽃을 떠올린다. 그런 날, 어색한 포즈를 하고서 꽃을 든 나의 모습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꽃을 든 남자'라는 말도 있지만, 내겐 썩 어울리지 않는다.
왜 우린 누군가에게 꽃을 건넬까? 어릴 때는 꽃의 의미를 굳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예뻐서 주는 줄 알았다. 쓸모도 없다며 돈이 아깝다고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와서 보니, 꽃으로라도 마음을 전하려는 그 노력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조금씩 깨닫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고마운 건 '마음' 자체보다, '마음을 주려고 안간힘을 쓰는 그 노력'이다.
꽃의 가치는 '마음을 담는 생명력'에 있다고 본다. 세상에 조화를 선물하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꽃의 의미를 담은 '꽃말'도 있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감정 표현을 잘 못하는 남자들에게 아주 좋은 도구가 될 수도 있다. 꽃을 든 남자는 꽃을 보며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마주한다. 꽃의 부가 가치는 거기서 나온다.
자신의 '생그러운 마음을 마주하는 그 순간' 그녀를 위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의지가 샘솟는다. 그 마음 하나가 인연을 유지시킨다. 꽃을 받은 여인은 다시 한 번 그 남자의 마음을 확인한다.
떠올려보면, 나는 연애 기간 동안 그녀에게 약 300통의 편지를 썼다. 편지를 줄 때는 종종 꽃도 함께 건넸다. 그녀는 꽃과 편지를 참 좋아했다. 환하게 웃었다. 사실 글을 즐겨 쓰는 내게 편지 쓰기는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내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였으니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녀는 편지를 쓰는 내 노력과 시간을 좋아했던 게 아닌가 싶다. 바꿀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내가 그녀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표현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노력은 이제 세상 무엇보다 큰 '사랑'이라는 부가 가치를 내고 있다. 왜 여자들이 꽃과 편지를 좋아하는지, 그 비밀을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글로 나아가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