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나아가는 이
# 아침의 독백
생각이 겨울비처럼 쏟아진다. 희망도 아닌 것들이 실체가 없는 불안을 품고 우후죽순 내리친다. 하지만 부서지진 않는다. 그래서 더 거추장스럽다. 기억의 파편이 마음 곳곳에 묻어있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최적의 온도, 가벼운 몸으로 글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생각의 잡음이 올라온다.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다. 터져 나오는 재채기처럼 마음속 어딘가에서 외로움이 떠오른다. 곪은 새순이 돋아나온다. 다시 시작된다. 실체 없는 불안과 양보 없는 삶의 전쟁, 매일매일 그 속을 걷고 있다.
# 어떻게 견뎌왔는지
서울에 오고 나서는 생존을 위해 발버둥 쳤다. 봐줄 만한 사람이 되기 위해 고뇌했다. '안 된다'는 스위치를 '된다'로 바꾸기 위해 마음을 짓눌렀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밤늦게까지 시(詩)를 쓰고, 전시회를 열고, 그럴싸한 직업을 찾고, 휘몰아치는 생각을 정리했다. 정의할 수 없는 감정들을 노트에 담았다. 누군가는 '열심히 사는 청년'이라고 했지만 그 라벨의 유효기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00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라벨이 붙었다. 바람 잘 날 없이 생존의 날들은 계속 이어졌다. 서울로 온 청년이라면 누구든 그러지 않을까. 이 낯선 도시에서 익숙한 듯 살아가기 위해 뭐라도 하지 않았을까. 나 또한 그들 중 하나였다. 이제 와서 이 메모를 남긴다.
# 습관 속에서 발견한 틀어진 골반
몸이 많이 틀어져 있었다. 한의원에서 말하길, 골반이 오른쪽으로 돌아가 있다고 한다. 10년이나 지나서 알게 된 사실이다. 오른손에 힘을 주고 글을 꾹꾹 눌러쓰던 습관 때문이다. 의자에 앉을 때마다 오른쪽 엉덩이가 들려 있는 느낌이 든다. 별 것 아닐 거라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몸은 더 틀어졌다. 습관이 몸이 됐다. 하루로 치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쌓이니 형태를 바꿨다. 사람들의 몸이 그 사람의 몸을 얼마나 대변하고 있는지를 생각한다. 허리가 90도로 굽은 할머니, 어깨가 굽은 교복 입은 학생, 팔자걸음으로 걷는 아저씨까지. 우리 모두는 습관으로 말하고 있다. 몸이 그 세월을 담고 있다.
#생각의 잡음
생각의 잡음이 인다. 이 문장을 어디서 봤을까. 어떤 현인의 편지에서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청년의 나이에는 수많은 생각의 잡음 때문에 큰 일을 이루지 못한다고 썼다. 방황하는 청년은 갖가지 생각을 한다. 창문이 훤히 열린 방에 자유롭게 드나드는 바람처럼. 유연하지만 불안정하다. 외부의 소음은 차단할 수 있지만, 생각의 잡음은 그렇지 않다. 생각을 돌아볼수록 초라해진다. 그래서 다듬는다. 생각이든, 말이든, 언행이든 부단히 고친다.
-글로 나아가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