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아담한 예술의 나라
아주 뛰어난 예술가를 도시로 표현한다면, 바로 이곳이 아닐까 싶다. 꽃의 도시라 불리는 '피렌체'다. 그녀가 꼭 가고 싶어 했던 동네다.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의 주 활동지이기도 했던 피렌체는 도시 자체가 참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고풍스럽다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한국으로 치면 피렌체는 대전 정도의 위치에 있다. 베네치아가 부산이라면, 로마가 서울이다. 베네치아에서도 로마에서도 약 2시간여 기차를 타고 가면 만날 수 있다.
피렌체의 도심은 그렇게 넓지 않다. 대부분의 명소는 하루 정도면 대략 다 둘러볼 수 있다. 물론 장소 곳곳에 새겨진 의미를 알고 느끼려면 충분한 시간(적어도 3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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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도시인 베네치아도 예뻤지만, 피렌체의 건물들은 베네치아보다 조금 더 세련된 느낌이 강했다. 골목 사이사이로 위치한 가옥과 상점들이 균형감 있게 자리하고 있다. 어디를 봐도 이질감 없이 조화가 느껴진다. 품위를 지키고 있다고 해야 할까. 길을 잃어도 전혀 걱정되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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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인파가 정신없이 몰리는 곳으로 따라가니, 피렌체에서 가장 유명한 성당인 '두오모'가 있었다. 아주 오래전 '냉정과 열정 사이'라는 일본의 로맨스 영화에서 보았던 그곳. 왜 일본 영화에서 두오모를 접했는지는 모른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낭만적인 장소를 꼽으면 두오모는 절대 빠지지 않는다.
두오모의 붉은색 돔은 르네상스 건축 양식의 상징이라고 한다. 그 외에 건물 외곽은 중세에서 르네상스 사이에 걸쳐 완성됐다.
돔을 보고 있으면 웅장함과 아름다움이 동시에 느껴진다. 건물에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두오모는 다르다. 강한 햇살에 비췬 돔은 색이 바랜 연붉은 와인색을 띠고 있다. 예술가와 자연이 함께 빚은 술 같았다고나 할까. 꽃의 도시라는 명칭은 두오모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두오모 내부와 돔 위로는 올라가 보지 못했다. 미리 예약을 하지 못했으니까. 그녀와 나는 두오모대신 '아카데미아 미술관'과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에 간 것으로 만족했다. 급하게 현지에서 검색해 표를 구했다. 늦은 예약으로 현지 플랫폼에 수수료를 15유로 정도 더 냈던 것 같다. 다음에 오게 되면, 그때는 꼭 두오모 본당 안으로 들어가 보자고 다음을 기약했다.
우리의 지식 욕구를 불러일으킨 아카데미아 박물관. 가톨릭의 영향을 많이 받은 도시인만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성모 마리아를 묘사한 작품이 굉장히 많았다. 그 외에도 역동성이 짙은 조각상부터, 희대의 명작으로 불리는 다비드상까지. 조각을 감상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식과 감성 그리고 엄청난 집중력을 요한다.
거인 골리앗과 싸우기 위해 작은 물맷돌 하나를 들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먼 곳을 응시하는 다윗. 당시 그의 마음은 어땠을까. 뭘 믿고 그리 자신만만할 수 있었을까. 다비드상은 정말 살아있는 소년 같았다. 미켈란젤로의 천재성이 어떤 건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쩌면 그의 천재성 때문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신을 굳게 믿었던 다윗의 용기가 실제 동상에 깃들어 있는 건 아닐까.
<성경, 사무엘상 17:45>
[45] 다윗이 블레셋 사람에게 이르되 너는 칼과 창과 단창으로 내게 오거니와 나는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 곧 네가 모욕하는 이스라엘 군대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네게 가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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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 영감에 취한 채 나오는데, 벌써 해가 졌다. 하지만 도시는 온통 밝았다. 연말, 축제, 네온사인까지. 피렌체 상권의 중심, 레푸블리카 광장으로 향했다. 버스킹이 한창이었다. 한 명품 브랜드의 이름이 새겨진 백화점 벽에 미디어 파사드가 한 문구를 썼다. 'HAPPY NEW YEAR 2026'. 꽃의 도시에서 밤의 향기가 흩날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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