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신혼기행8] 고난과 역경 속 피어난 예술의 도시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 그리고 미켈란젤로 언덕

by 글로

이젠 흐릿한 기억이다. 벌써 두 달이 다 지났지만, 나는 이 여행기를 꼭 마치고 말 것이다. 착즙을 짜내듯 기억을 쥐어짜서라도 말이다. 새로운 공간에서 느낀 감정들은 시간이 갈수록 희석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좋았지. 그때" 정도로 그 느낌이 줄어들지도 모른다. 뭐, 그것도 나쁘진 않지만 생애 첫 신혼여행이기에 추억만큼은 하나하나 자세하게 남겨두고 싶다.




피렌체의 역사와 예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을 꼽자면, 바로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이탈리아어: Museo dell’Opera del Duomo)'이다. 이 박물관은 두오모 대성당 건축 사업의 작품을 보관한 곳으로? 중세부터 르네상스까지 720년 예술사를 간직하고 있다.



오페라 박물관의 핵심은 역시나 기독교 성경의 장면을 묘사한 '조각 작품들'이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부터, 기베르티의 '천국의 문' 청동문, 도나텔로의 '막달라 마리아' 같은 유명한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다.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을 둘러보면서, 피렌체가 왜 꽃의 도시로 불리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피렌체라는 이름에는 "르네상스 예술과 문화가 꽃처럼 피어난 문화의 중심지"라는 유래가 담겨 있는데, 그 중심에 있는 게 바로 '조각'이 아닐까 싶다.


(왼쪽) 기베르티의 '천국의 문', (오른쪽) 도나텔로의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서서 예수 그리스도를 바치고 있는 인물은 니고데모로, 그 얼굴에는 미켈란젤로의 자화상이 들어가 있다고 한다.


조각은 예술 중에도 오랜 시간과 집중력을 요하는 분야 중 하나다. 대상의 형태를 관찰해야 하고, 또 아주 정교하고 때론 직관적으로 표현해내야 한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대상의 역동성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도록 말이다.


피렌체의 '꽃'도 비슷하다. 꽃은 인간이 아닌 신 곧 자연의 작품이지만 보는 누구나 꽃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굳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꽃은 꽃이라는 글자 자체도, 실제 생김새도, 바람에 잎이 흔들리는 모습도 모두 아름답다. 그런 차원에서 조각상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아름다움을 꽃처럼 피워내고 싶었던 천재들의 혼이 담겨있기에.




피렌체 정치의 중심이었던 베키오 궁전. 피렌체 시민 정부가 권력을 상징하기 위해 성채처럼 보이는 강한 건물로 만들었다고 한다. 피렌체를 통치했던 메디치 가문이 주로 사용했었다.



(왼쪽) 저 멀리 보이는 베키오 다리, (오른쪽)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가는 길
피렌체 아르노 강 인근의 풍경


피렌체 두오모 대성당에서 25~30분 정도 걸으면, 언덕 자락에 위치한 '미켈란젤로 광장'을 만날 수 있다. 광장으로 가는 길에는 아르노 강을 만나게 되는데, 이 강을 건너는 다리 중 하나가 유명한 베키오 다리다.


아르노 강물에 비췬 건물들은 마치 하나의 수채화 같이 예뻤다. 인근에는 베키오 궁전과 시뇨리아 광장도 있다. 베키오 궁전은 피렌체 정치의 역사가 담긴 공간으로, 그 유명한 '메디치 가문'과 관계가 깊다. 현재 베키오 궁전은 피렌체 시청과 박물관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미켈란젤로 광장에 오르면 피렌체 시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두오모 대성당의 가장 완벽한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다. 해 질 녘에는 인파가 북적인다. 대부분은 관광객인데, 워낙 풍경이 아름다워 현지인들도 자주 올 것 같다. 언덕 위 공터로 오르는 길에 넓은 계단이 있는데 그곳이 풍경을 볼 수 있는 메인 스폿이다. 그녀와 나는 계단을 비집고 들어가 캔맥주와 스낵칩을 먹었다. 그리고 두오모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어쩜, 저렇게 아름다운 성당을 지었을까. 이질감 하나 없이, 자연의 일부처럼. 마치 이 언덕에서 바라보고 그린 것처럼."


(위)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바라본 피렌체 시내, (아래) 미켈란젤로 언덕의 계단과 공터
미켈란젤로 광장 일대, 왼쪽 사진에 서 있는 동상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복제품'

편리함과 현대의 문명을 어느정도 포기하고, 예술에 탐닉하며 살고 싶다면 피렌체는 참 괜찮은 도시다. 스냅 사진을 찍어 준 사진 작가분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과 다르죠. 저는 개인적으로 여기(피렌체)가 훨씬 좋아요. 예술을 하며 자유롭게 살기에는. 한국은 너무 각박해요. 비교와 질투도 심하고요. 뭐, 저는 그렇더라고요. 저쪽에 서 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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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장 이력
현직 기자로 일하고 있음
브런치 작가 '글로' 운영
네이버 블로그 운영 '글로의 감성책방'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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