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신혼기행9] 도시 자체가 유적인 그곳, 로마

로마로 가는 길, '판테온 신전'에서

by 글로

2025년의 마지막이 가까워오고 있었다. 작지만 아름다운 예술의 땅, 피렌체를 떠나 우리는 신혼여행의 마지막 행선지인 로마로 향했다. 로마는 파리보다도 더 기대가 되었던 곳이다. 고대의 유적 속에 묻혀있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로마를 떠올리면, 검투사나 고대 황제의 거대한 유적이 떠오르는데, 실상은 어떨지 궁금했다.


파렌체 산타마리아노벨라역 안에서



https://maps.app.goo.gl/HrhvAP9Yz5JWfZS19


연말이라 그런지, 역 안의 사람들은 아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대다수는 연말 휴가 시즌을 맞아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보였다. 발걸음은 빠르지만 표정에는 여유가 가득했다. 유럽은 연말 크리스마스 전후로 대부분 쉬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한다.


이른 시간 도착해 기차를 기다리는데, 우리가 타야 할 로마행 기차의 도착시간이 전광판에 뜨지 않았다. "곧 뜨겠지" 생각했지만, 5분을 남기고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이내 30분 연착이라는 표시가 나타났다. 그녀와 나는 신경이 곤두섰다. 신혼여행이라는 게 그렇다. 1분 1초가 아쉽고, 빼곡한 일정 속 계획이 하나라도 틀어지면 괜스레 불안해진다. 결국 1시간 10분이 연착되고 기차가 도착했다. (참고로, 연착이 될 경우, 보상 청구를 철도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할 수 있다. 우리도 티켓 가격의 40%인 35,000원을 일부 보상받았다)





평소였다면 그녀의 기분이 많이 좋지 않았겠지만, 익숙함 때문인지 비교적 편안해 보였다. 창 밖으로 푸른 하늘과 드넓은 들판이 펼쳐졌다. 여행이 막바지에 다다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특실을 예매해서 그런지 음료와 다과가 나왔다. 급하게 허기를 달랬다.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다. 피렌체에서 묵은 호텔에 목도리를 두고 온 것이다. 그녀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이내 다시 편안해졌다. 2시간여를 달려 로마에 안착했다.



로마의 첫 느낌은 상상했던 모습과 비슷했다. 테르미니역 근처에 있는 베이지색의 우아한 건물들 사이로 연두색 전차가 도로를 가로질렀다. '로마의 휴일' 같은 고전 영화에서나 보았던 장면이다. 햇살이 비취자 건물들이 더 밝은 빛을 냈다. 둥글게 머리를 깎은 나무들과 조화를 이뤘다. 어디든 그렇겠지만 햇살은 도시를 아름답게 만드는 제1요건이다.


우리의 숙소는 도심 중심에 위치한 판테온 신전 근처에 있는 관공서 앞에 있었다. 공공기관이라 늘 경찰이 상주하는 치안이 좋은 호텔이었다. 알겠지만, 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그녀의 편의와 안전이다. 그게 곧 나에게도 가장 중요한 것이다. 물론 그만큼 가격은 꽤 나간다. 신혼여행이라 가능한 선택이었다.


https://maps.app.goo.gl/KozwhGeYYwvXthas5



판테온으로 가는 길에 찍은 사진. 건물 사이에 비췬 햇살과 한 커플이 모습이 예뻐서 찍었다. 파리도 그랬지만, 로마에도 야외 테라스에 나와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이들이 참 많다. 좁지만 아기자기한 골목, 그리고 골목 사이사이에서 만날 수 있는 건물의 양식이 다채롭다. 단조롭지 않아 좋다. 이 골목 저 골목으로 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좋다. 거대한 빌딩과 차로 위주로 설계된 서울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멋이다.


판테온으로 가는 길목에서 그녀가 먹고 싶다고 한 젤라토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한국에서 먹었던 젤라토와는 확연히 달랐다. 일단 원재료의 식감이 살아있다. 쌀맛에서는 밥이 씹히고, 레몬맛에서는 레몬 육즙의 알갱이가 느껴졌다. 이탈리아가 젤라토의 고장이라고 하는데,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로마에는 세계 3대 젤라토 맛집인 '지올리띠'가 있다. 우리 숙소도 그 근처였다.


2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판테온 신전
판테온 신전과 앞에 몰려든 관광객들


https://maps.app.goo.gl/gGroq8hi7Cppwx5F8


학창 시절 세계지리 교과서에서나 보았던 '판테온 신전'이다.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과 비교했던 수업 내용이 아주 희미하게 남아있다. 실제로 본 판테온의 느낌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고즈넉함과 정교함, 장엄함이 모두 느껴지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기둥에서 기품이 느껴진다. 오디오 가이드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2000년이라는 세월은 생각하는 것조차 아득하지만, 그 긴 시간 동안 이 신전을 스쳐간 사람은 얼마나 많았을까. 그리고 그 속에 얽힌 이야기들도.


판테온 신전 내부(왼쪽)과 거대한 돔 모양의 지붕과 오쿨루스(구멍)


판테온 기붕은 거대한 돔 모양으로, 중앙에 동그란 구멍이 있다. 이 구멍을 '오쿨루스'라고 하는데, 이곳으로 태양의 빛이 신전 내부를 비춘다. 시간에 따라 해의 위치가 바뀌면서 빛의 모양도 바뀐다. 조명이 아닌 자연광으로 말이다. 비도 이곳으로 들어온다. 비를 막는 시설은 따로 없다. 왜 이렇게 설계했을까? 상상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직 자연, 곧 신이 만든 빛만으로 안을 비추겠다는 충심이 아니었을까. 판테온 내부에는 사방으로 둘러싼 원형 기둥 뒤로 예배를 드리기 위한 제단과 장식, 성인들의 조각상이 위치하고 있었다.


판테온 신전을 보면서, 로마를 왜 영원의 도시라고 부르는지, 왜 도시 자체거 유적이라고 하는지 알게 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을 체감한 순간이었다.




독서 소모임 '언어와 우주' 멤버 모집
https://www.somoim.co.kr/5d197a02-2372-42c8-9e29-d252cd5e41001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문래, 영등포, 당산 근처 카페

인공지능(AI) 만능의 시대, 사고의 맛을 느끼고 싶은 2030을 위한 독서&글쓰기 모임. 독서하고 사유하고 대화합니다. 자신만의 온라인 공간에 흔적을 남깁니다.

*모임장 이력
현직 기자로 일하고 있음
브런치 작가 '글로' 운영
네이버 블로그 '글로의 감성책방' 운영


매거진의 이전글[유럽신혼기행8] 고난과 역경 속 피어난 예술의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