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만약에 우리'를 보고 - 스포일러 주의
사랑하지 않아서 헤어진 것이 아니다. 그땐 몰랐다. 그저 그렇게 떠나보냈다. 아니, 어쩌면 떠나보내야 할 인연이었는지도 모른다. 잡을 용기가 없었고 내가 너무 초라해 보였다. 그리고 왠지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잊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가슴 한편엔, 그 시절의 내가 웅크려 울고 있었다. 어느 날 우연히 만난 네 앞에서, 내 마음은 다시 무너져 내렸다.
얼마 전 개봉한 로맨스 영화 '만약에 우리'를 보고서 든 생각이다. 첫사랑 이야기는 정말 흔하지만, 이 영화는 더 현실적이어서 많은 걸 느끼게 했다. 어느 때보다 순수했고 미숙했던 시절을 묘사해서, 떠오른 추억이 더 애틋하게 느껴졌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건, 누구도 첫사랑이 왜 이루어지지 못했는지를 시원하게 설명해주진 못한다는 것이다. 그건 오직 그때의 우리들만이 알고 있다
"제발 나를 위해 했다는 말 좀 하지 마." 극 중 은호(배우 구교환)는 정화(배우 문가영)에게 이런 말을 내뱉는다. 초라한 현실 앞에 마음이 무너진 걸까. 서로의 무게를 지기에 우리는 너무 어렸다. 그리고 너무 가까웠다. 물론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만, 만약 그러지 않았더라면 달리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먼 훗날, 가영을 다시 만난 은호는 정화에게 이렇게 묻는다. "만약에, 그때 거기서 내가 너를 잡았더라면 우린 어떻게 되었을까?..." 정화가 답한다. "그럼 너랑 계속, 영원히 함께 했겠지." 은호는 "그럼... 내가, 너를 놓친 거네."라며 오열한다.
은호의 눈물은 그때 그녀를 잡지 못한 자신을 용서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녀를 놓친 미련 때문일까. 만약에 그러지 않았다면, 영화는 자꾸 "만약에"를 묻는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첫사랑에는 '만약에'라는 단어가 깊게 스며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고 나서, 오래전 사랑에 대해 써놓았던 글들을 살펴보다가 한 메모를 발견했다.
사랑 앞에 핑계를 대었던 우리, 그 속에 살고 있는 어린 은호와 정화를, 이젠 그만 용서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https://youtu.be/NoT8FVbElfM?si=DtdXxwon52Gozwy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