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알리고 싶지 않지만, 진짜 좋아하는 일이 있어

by 글로

"회사에는 진짜 비밀이에요. 사실 제가 작곡 활동을 좀 하고 있거든요. 음원 사이트에도 등록되어 있어요."


일을 하다가 알게 된 지인이 갑자기 털어놓은 고백. 회사 얘기를 하던 때보다 그의 표정은 훨씬 밝았다. 정말 좋아하는 일이 '음악'이구나 싶었다. IT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일하지만, 때로 작곡을 하고 기회가 되면 곡을 낸다. 참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굳이 숨길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숨기는 게 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아, 분명 나라도 그랬겠지."


나만의 공간을 침해받고 싶지 않다고나 할까. 생존 경쟁과 평가가 일상인 회사에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공유한다는 건 꽤나 위험한 일이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본능적으로 그렇게 느낀다. 마치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것과 같다. 직장이 곧 삶은 아니기에 둘을 명확히 구분하는 요즘의 추세와 통한다. 내 경우에는 그 구분이 곧 '숨 쉴 틈'이 된다. 쓰고 싶은 글을 쓸 때 온전하게 내 공간에 있다고 느낀다. 일을 하면서 글을 쓸 때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한다.


우리의 직장 문화는 여전히 좀 이상하다. 회사의 체계 안에서는 개인의 삶과 기호도 무언가 그 문화에 적절하게 섞여 들어가야만 정상인 것처럼 여겨진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그런 분위기가 남아 있다.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부장님이 주말에 등산을 가자고 하면, 온 팀원들이 눈치를 봐야 했다고 하니 말이다.

최근에 만난 한 회사의 대표님은 사업이나 접대를 명목으로 술, 골프를 절대 하지 않는다고 했다. 흥미도 없고, 그걸 한다고 사업이 잘 된다고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 시간에 운동을 하고, 필요한 프로젝트에 더 시간을 쏟는다는 주의다. 실제로 그의 사업은 점점 성장하고 있다. 본인이 그렇다 보니 직원들의 개인 시간과 좋아하는 일을 자연스레 존중할 수밖에 없다. 모든 대표님들이 이렇다면, 우리의 직장 문화도 더 빠르게 바뀌지 않을까.


쉽진 않지만, 한국의 직장 문화도 이제 기어를 바꿀 때가 왔다. 모든 직원이 좋아하는 일과 개인의 기호를 회사에 서슴없이 말하고 편하게 나눌 수 있도록. 뭐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 곳들도 많겠지만, 경험상 아직까지 그렇게 편하게 얘기할 수 있었던 곳은 없었다.


존경스러운 기업의 대표님들, 기업 문화의 변화는 결국 리더의 선택에 달려있다. 여러분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꼭 알아주길 바란다. 모든 직원들은 회사에 알리고 싶진 않지만,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나같은 직원이 꼭 명심해야 할 일이 있다. 회사가 그런 문화를 만드는 건 매우 어렵다. 유연한 문화는 적어도 단단한 현실이 받춰져야 가능하다.


"월급날... 월급을 줄 수 있다는 건 회사의 엄청나고 엄청난 성과야" ('미생 시즌2'에 나오는 대사)


누군가 알려준 대사인데, 정말 맞는 말이다. 좋은 문화는 현실적 기반 없이는 결코 실현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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