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로 Mar 01. 2020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를 읽고

글로 나아가는 이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 실험 10장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온 세계가 난리다. 국내에서도 확진 환자가 2000명 이상 급증하며 모든 국민이 크고 작은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한 가지 안타까운 건, 이 비상시국 가운데도 시기를 틈타 코로나19와 관련된 특정 단체, 사람, 지역에 대한 비난과 인신공격을 일삼는 언론과 개인이 있다는 사실이다. 발병 원인과 결과가 어떻게 됐든, 중요한 건 모든 국민의 안전을 위해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노력하고 당국의 대책을 따라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지금 소개할만한 책이 있을까 고민해보니 '인간의 성질'에 대한 생각이 자꾸만 머리에 스친다. '스키너의 심리상자'는 조금은 자극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인간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소재로 한 책이다. 급박한 상황에서 누군 간 상대를 돕지만, 누군 간 돕지 않는다. 비상시국에서 누군 간 책임을 질 타깃을 찾아 마녀사냥을 일삼고, 누군 간 침묵하고 사태 해결을 위해 조용히 움직인다. 같은 인간임에도 같은 상황에서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고, 그 반응으로 엄청난 재난과 비상상황이 번지기도 한다. 우리는 이 모든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스키너의 심리상자를 천천히 열어보자.  


책의 근간을 이루는 내용은 스키너의 '보상과 처벌에 관한 행동주의 이론'이다. 이는 인간은 주무르는 대로 만들어진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과 관련된 10가지의 실험이 실린 이 책은 인간에 대한 궁금증을 크게 품은 현대사회에 좋은 영감을  불어 넣는다. 





필자는 책에서 소개하는 3가지 실험을 다룰 예정이다. 


결국 사람의 인생이란 데이터 값이나 기댓값, 변수와는 같을 수 없지 않은가. 그것을 흡수되고, 변형되고, 다시 씌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이야기 형식으로 들을 때 그것을 가장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다. 나의 소망은 여기 소개되는 심리 실험들이 이야기 형식으로 전달되어, 독자들이 좀 더 완전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진정 인간은 우리 인생의 주인인가?', '도덕적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유롭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등 인간에 관한 가장 대담한 질문들을 가장 대담한 방식으로 제기하여 세상을 놀라게 한 20세기 심리 실험 10가지를 골랐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머리말 中



이 책은 인간 존재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많이 던지고 있다. 직접 실험을 통해 다양한 인간의 모습들을 파헤친다. 





 Q2. 사람은 왜 불합리한 권위 앞에 복종하는가? (스탠리 밀그램의 충격 기계와 권위에 대한 복종) 


아돌프 히틀러



1961년, 스물일곱 살의 예일 대학 심리학과 조교수 스탠리 밀그램은 권위에 대한 복종을 연구하고 싶었다. 나치의 대량 학살 시대가 끝나자, 사람들은 독일의 나치 장교들이 어떻게 최고사령관의 명령을 받들어 1,200만 명의 사람들에게 총을 쏘고, 가스를 마시게 하고, 교수형에 처하고, 고문을 가하여 죽게 만들었는지 이해하고자 했다. 당시에는 어린 시절 엄격한 게르만식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은 훗날 지시에 따라 누구에게 어떤 짓이든 가할 수 있다는 가설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것은 당시 유행한 권위주의적 성격'과 연관성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사회 심리학자 밀그램은 이런 설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는 사람들이 파괴적인 복종에 굴복하는 이유가 성격보다 상황에 있다고 생각했다. 대단히 설득력 있는 상황이 생기면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도 도덕적인 규칙을 무시하고 명령에 따라 잔혹행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관점을 견지했다. 
밀그램은 그러한 자신의 가설을 시험하기 위해 심리학 역사상 가장 끔찍하고 위대한 실험을  계획했다. 실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작동하지 않는 가짜 '충격 기계'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는 수백 명의 지원자들을 모아 한 사람에게 치명적일 정도로 강한 전기 충격을 가하라고 명령했다. 사람들을 이것을 모두 사실로 믿고 전기 충격을 가했다. 하지만 전기 충격을 받은 사람은 실제로 돈을 받고 고용된 배우로서 가짜 고통을 연기하고 심지어는 죽은 것처럼 가장했다. 과연 명령을 받은 사람들은 어느 정도까지 명령을 따랐을까? 평범한 시민의 몇 퍼센트가 충격을 가하라는 실험자의 명령에 순종했으며, 그중 몇 퍼센트가 거부했을까? 지금부터 연구결과를 소개한다. 
p50




'권위에 대한 복종'은 한국 사회에 이미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이미 우리는 익숙한 상황을 많이 경험했다. 지금도 가정, 학교, 회사 등 일상 곳곳에서 이러한 일들을 현실과 뉴스로 접하고 있다. 스탠리 밀그램은 '불합리한 권력에 대한 복종'을 연구했다. 결과는 밀그램의 예상과 달랐다. 대부분의 실험자가 상황에 따라 복종할 거라 예상했지만 65%만이 예측 대로였고 나머지 35%는 그 복종을 거부했다. 복종을 거부한 사람들이 특별한 성격이나 성향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 정확하게는 아니었다.




하지만 누구도 밀그램의 실험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무엇을 측정하고 예측했는지, 그 연구결과가 얼마나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는지 정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이 로스 교수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실제로 그 실험이 의미하는 것은...... 정확히 말하면 인간이 대단히 불가사의한 존재임을 보여줍니다." 
p84


똑같은 상황 속에서 다르게 행동하는 두 사람, 이는 인간의 행동이 단순히 상황에만 지배받지 않는다는 걸 알려준다. 모든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고 '선택'을 통해 자신의 삶을 이끌어 간다고 볼 때, 나약한 인간의 가능성을 좀 더 크게 바라볼 수 있다. 실험의 의미는 결국 '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지 없는지에 있다고 본다. 나는 그런 상황이 오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그리고 핵심은 실제 상황을 접했을 때 내 모습을 통해서만 이 실험의 참 의미를 깨달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Q2. 엽기 살인 사건과 침묵한 38명의 증인들 
(달리와 라타네의 사회적 신호와 방관자 효과)


방관자 효과 


1964년 뉴욕에서 희한한 범죄가 발생하여 존 달리와 빕 라타네라는 두 명의 젊은 심리학자들이 증인의 행동을 조사하기 위해 나섰다. 두 사람은 유대인이 아니었고 그들의 연구가 직-간접적으로 독일의 나치와 아무런 연관성이 없었지만, 인간의 이타적 행위를 연구한 그들의 실험은 결과적으로 20세기 서구 사람들이 강박적으로 고민하던 문제, 즉 홀로코스트를 이해하는 데 큰 보탬이 되었다. 달리와 라타네는  어느 누군가가 도움을 청하며 소리 지를 때, 사람들이 어떤 조건 하에서는 그 요청을 무시하고, 어떤 조건 하에서는 동정을 베푸는가를 테스트하는 일련의 실험들을 고안했다. 그들의 실험은 표면적으로 밀그램의 실험과 유사해 보였지만 사실상 크나큰 차이가 없었다. 밀그램이 단 하나의 권위에 대한 복종을 관찰했다면, 달리와 라타네는 그와 반대로 집단적 위기 상황에서 책임을 질 권위자가 없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지켜보았다.
p96


'제노비스 신드롬'이라고도 잘 알려진 이 이야기는 최근 국내 영화 목격자에서도 다뤄진 소재다. 무려 30명의 목격자가 있었지만 3차례나 무참하고 잔인하게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살해된 여인 제노비스, 왜 사람들은 그녀를 도와주지 않았을까?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다. 흐릿한 기억이지만 고등학교 시절 해수욕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남성이 물에 빠져 의식을 잃은 채 해변가로 이끌려 왔는데 많은 사람들이 지켜만 보고 있을 뿐 누구도 선뜻 나서서 CPR(심폐소생술)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눈 속에는 두려움과 안타까움이 서려있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다행히 극적으로 구조요원이 달려와 조치를 했고 그 남자는 겨우 살 수 있었다. 만약 그 상황에서 끝까지 아무도 나서지 않고 바라보기만 했다면 그 남자는 살 수 있었을까.





이 실험은 그 어떤 실험보다 인간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어리석음 그 자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인간은 대열을 무너뜨리느니 차라리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존재라는 것, 생존보다 사회적 예정을 더 중시한다는 것을 말이다. 이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너무나 상반된다. 매너는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욕정보다 강하고, 두려움보다 원초적이다. 달리와 라타네가 피실험자 단 한 명을 연기 나는 방 안에 두고 실험을 했을 때는 모두 다 그것을 비상사태로 파악하고 그 사실을 '당장' 보고했다. 
p111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란 건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본 말이다. 사람이 주변 인물의 영향을 얼마나 받는지 우리는 이미 겪어 알고 있다. 더군다나 한국 사회는 집단주의 문화에 익숙하기에 더 그렇다. 음식점에서 메뉴 하나를 주문할 때도 옆 사람이 어떤 걸 주문하는지 먼저 물어보고 따라 주문하기도 한다. 이런 집단 문화가 재난이나 위급한 상황에서도 발휘된다면 어떨까? 물론 집단주의 자체가 잘못됐다곤 할 수 없지만,  집단의 의식이 옳지 않은 방향이나 편견, 왜곡을 가지게 될 경우 집단은 거대한 폭력으로 변모해버리기도 한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유태인 학살이 가장 큰 예다. 반면, 집단이 선한 양심과 옳은 생각을 가질 경우, 사회에 이로운 영향을 미친다. '생존'보다 '사회의 대열'을 중시하는 대다수 인간의 성질은 어떻게 발휘되느냐에 따라 그 성격이 달라진다.


온갖 복잡한 신호가 - 세포적, 화학적, 문화적 신호들 - 놀랄 만큼 빠르게 오가는 세상에서 모든 증거를 일일이 조사하여 신중하게 행동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 그러면 모든 일이 마비되고 말 것이다. 우리는 이 사회적 신호와 그 화학적 구성 요소 덕분에 아이를 키울 수 있고, 침묵이 요구될 때 조용히 앉아 있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언제 춤을 추고 언제 빵을 자르고, 언제 사랑을 나누어야 할 지도 않다. 하지만 달링과 라타네가 보여준 것처럼 우리의 해석 도구는 어미 칠면조의 것처럼 단순하지 않다. 
p113~114





<인간의 합리화 메커니즘 : 인지부조화 이론>

"인간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양립 불가능한 생각들이 심리적 대립을 일으킬 때, 적절한 조건 하에서 자신의 믿음에 맞추어 행동을 바꾸기보다는 행동에 따라 믿음을 조정하는 동인을 형성한다."

p148


'자기 합리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적 있는 말이다. 이는 자신의 믿음, 신념과 다른 행동을 했을 때 우리의 신념을 바꾸거나 조정하는 걸 말한다. 자기합리화는 일상에서도 흔히 일어난다. 대표적으로는 이솝우화에 등장하는 '여우의 신 포도 이론'이 있다. 자신이 따먹을 수 없는 나무의 포도를 보고, 여우는 '어차피 포도는 너무 셔서 먹을 수 없을 거야'라고 얘기하고 자리를 떠나 버린다. '운동을 해서 살을 빼야지' 했다가도 의지가 약해 실패하고 나면 '아 오늘은 무릎이 몸이 안 좋아서 운동을 했으면 도리어 몸이 상했을 거야'라고 말하기도 한다. 합리화는 '나를 위한 달콤한 순간의 사탕'이 되기도 하지만, 자주 반복되면 '의지력과 타인의 나에 대한 신뢰를 무너트리는 독'이 되기도 한다. 



여러분은 착하고 똑똑한 사람이다. 착하고 똑똑한 사람은 거짓말을 위해서 나쁜 행동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러분은 자신이 이미 내뱉은 거짓말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그 지저분한 돈을 자신의 호주머니 안에 이미 집어넣었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에 맞게 믿음을 일치시키게 된다. 결국 내가 생각하는 나와 자신의 문제  행동 사이의 괴리감을 줄이기 위해 자신의 거짓말을 사실이라고 주장하게 되는 것이다. 
p155


합리화가 우리의 믿음과 관련이 있다면, 우리는 우리가 가진 믿음에 대해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믿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삶 속에서 강하게 작용하며 움직인다. 내 믿음의 근원은 어디인가? 행동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믿음이라면  그 믿음은 실체가 있는 믿음인가? 


나의 믿음과 행동 사이에서의 괴리는 자책과 자기 비하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완벽하지 않은 나를 어떻게 수용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가? 인지부조화와 자기합리와 이론을 통해 우리는 '나 자신'의 신념에 대해 더 깊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에는 이 3가지 외에도 7가지의 흥미로운 심리 실험이 포함돼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다양하고도 특이한 심리에 대해 다루고 있으니, 읽어본다면 우리 자신과 타인, 그리고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개그코너 독후감] 'Love is 뭔들'을 보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