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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Jan 18. 2020

박항서 감독의 '어떻게 사람을 이끄는가'를 읽고

한준

선수들의 마음을 얻어 최고의 성과를 이끌어 낸 

리더 박항서의 힘




나는 축구를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남자라면 대부분 좋아하는 스포츠 '축구'임에도 고등학교 이후로는 관심이 퍽 줄었다. 


하지만 '축구'의 힘에 대해선 인정한다. 세계를 아우르는 월드컵, 각종 리그 경기 등을 보면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피가 끓어오르고 순간순간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은 책은 현 베트남 국가대표 축구 감독 '박항서'의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다. 연이어 언론에 보도되는 박항서호의 승리 소식, 그 리더십의 이면에는 어떤 정신과 노하우가 숨어 있을까? 




"저는 영웅이 아니고요. 평범한 축구 지도자입니다." 
20세기는 단언컨대 '카리스마' 리더의 시대였다. 신비주의와 엘리트주의, 강한 카리스마가 리더십의 표본이자 리더의 덕목으로 추앙받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시대인 21세기는 새로운 리더십을 원한다. 아니, 지금의 세대들은 리더십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교육의 상향 평준화 경쟁의 과밀화 그리고 저성장 시대에 사회에 진출한 1990년 대생들은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으로 카리스마가 아닌 '공감'을 뽑는다. 
어떻게 사람을 이끄는가, p6


선수에 대한 공감력, 선수 경험 바탕 코치로서의 내공,  끈질긴 정신력이 박항서 감독 리더십의 근본이다. 사실, 리더십은 밖으로 표출되는 모습이 어떠하냐보다, 따르는 사람들이 그 사람의 내면을 어떻게 느끼고 바라보느냐에 달려있다. 아무리 잘 생기고, 말을 잘하더라도, 처음 본 사람에게 자신의 믿음을 모두 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박항서 감독은 코치 생활만 14년을 넘게 하며, 선수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다양한 팀을 만나며 공감력을 길렀다. 수많은 시행착오가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 것이다. 



2010년대에 등장한 사회문제는 개인주의가 심화되고, 체력이 부족하고, 사회성이 부족하며, 경쟁이 지쳐 무기력감을 느끼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젊은 세대, 어린 세대에 이런 경향이 등장하면서 저성장 시대의 위기는 더욱 커지고 있다. 같은 문제를 먼저 겪은 미국과 유럽 등 서구 사회가 생활체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신건강과 기초체력이 개인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고 인식한 것이다. 
어떻게 사람을 이끄는가, p36


나는 왜 끈기가 없을까. 나는 왜 정신력이 약할까. 자책하고 고민하고 노력이 부족하다가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체력을 만들고 힘을 기르는 것이 우선이다. 끈기와 성실함도 재능이고 능력이다. 그 능력도 개발해야 발전한다. 부지런히 앞만 보고 달리고, 내 분야에 정진하기 위해선 자신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박항서는 그의 성장 과정에서 그리고 차근차근 쌓아온 코치의 경험에서 이러한 능력을 자연스럽게 갖출 수 있었고 이러한 그의 내구성은 '박항서 매직'과 여러 번의 기적을 만드는 초석이 되었다. 
어떻게 사람을 이끄는가, p37


"철저하게 베트남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갔습니다. 역사, 문화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지만 공부하려고 노력했죠. 축구의 나쁜 습관은 철저하게 고치겠다고 했습니다. 가끔 문화적 충돌이 발생할 때가 있는데, 베트남 코치들과 이야길 합니다. 물러설 때와 이해시켜야 할 때를 결정합니다. 선수들의 자존심도 지켜 줘야 하니까,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p98



진정성 있게 대하려고 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한국 코치들도 베트남 코치진과 베트남 선수들에게 진정성 있게 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스킨십입니다. 중요한 것은 제가 어떤 리더십을 갖고 접근하는 것보다 제 자신부터 솔선수범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p108 



'공감의 리더십'은 상대를 이해하고 마음으로 느낀다. 상대의 처지와 삶에 진심 어린 관심을 가진다. 물러설 땐 물러서고 이해시킬 땐 이해시킨다. 이는 상대를 진심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사람은 마음이 통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겉으로는 따라올 수  있지만 결국은 돌아서고 만다. 억지로 마음을 동하게 할 순 없다. 상대가 어떨 때 반응하는지, 대화하고 또 시도하고 움직인다. 끈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끈기의 시작은 나의 습관을 바꿔가면서부터다. 나 자신을 이기고, 솔선수범하는 것으로부터 모든 변화는 시작된다. 


"이런 때일수록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여론과의 언론의 기대가 커질 때, 이에 편승하기보다 베트남 축구의 현실적인 문제, 인프라와 시스템, 장기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다. 베트남 축구의 성공이 단발성 돌풍이 아닌 진정한 실력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지금 대표팀이 성적을 내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했다. 
p210



20세기 최고의 천재라 불리는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을 했다. '천재는 1%의 천재성과 99%의 노력으로 이뤄진다' 핵심은 변화다. 노력에 따라 리더십은 계속해서 길러지고 변화한다.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 그리고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버틸 수 있는 몸, 머리와 가슴을 연결하는 건 몸이다. 그리고 그 몸을 움직여 갈 수 있는 '마음' 이 모든 걸 주관한다. 


이제 리더십의 핵심을 마음에 둘 때가 왔다. 


제일 중요한 건 신체 조건이 아니다. 내가 지금까지 운동을 하면서 느낀 명장과 그렇지 않은 감독의 차이가 있다. 히딩크, 클롭, 게레츠, 내가 함께 해본 감독 중에서 뛰어났던 감독들이다. 경기장 안에서의 선수 멘털은 감독이 결정한다. 선수들의 타고난 멘털도 있지만 이란이 가진 것은 케이로스 감독이 만든 거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렇게 줄기차게 뛸 수 없다.  
...(중략)... 
이처럼 선수들의 눈빛을 바꿔놓고 몸놀림을 변화시키는 힘은 바로 감독에게서 나온다. 강팀을 만나도 두려워하지 않고 선수들 스스로의 자신감을 일깨우는 일은 오직 감독만이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게 가능하려면 평소 선수들과 교감이 잘 되어 있어야 한다. 감독이 주는 신뢰와 영향력이 선수들에게 잘 전달될 때, 선수들이 자신의 능력을 100퍼센트 발휘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리더십'이다. 최고의 감독은 전술은 좀 몰라도 되고, 훈련 방식을 몰라도 상관없다. 선수의 마음을 얻고, 말 한마디로 선수가 최선을 다해 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지금 이 시대가 원하는 감독의 리더십이다. 
p237~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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