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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Jun 27. 2020

'러브 팩추얼리'를 읽고  

우리가 누군가를 어떻게 그리고 왜 사랑하는가에 대한 과학

러브 팩추얼리


러브 팩추얼리(Love Factually)

우리가 누군가를 어떻게 그리고 왜 사랑하는가에 대한 과학

-로라무차 지음, 엄성수 옮김-





"있잖아... 요즘 왜 자꾸 나만 노력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까?..."


예전에 만났던 친구에게 들었던 말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자괴감과 미안함 그리고 서운함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사랑, 연애에 대해서라면 연이 깊다. 삶에서 사랑이 제일이라고 생각했고 그 실체를 찾기 위해 근 6~7년을 방황했다. 오래된 시집을 들춰본 것도, 사랑시를 쓴 것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를 다룬다는 시인들의 사랑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싶어서였다.


사진=영화 '라라랜드' 캡처

▲사랑에 대한 사실적이고 과학적인 접근


사랑은 국적, 성별, 나이 등 모든 것을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 실체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모양도 가지각색이라 그만큼 어렵다. 처음에는 사랑을 '설렘'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착각도 잠시, 사랑은 어떤 특정한 감정이 아니었다. 호기심이나 설렘이 사랑을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는 있지만 그건 지극히 작은 일부에 불과했다. 그리고 지금 세월이 흐르고 나니 사랑의 이면, 생각보다도 훨씬 넓은 면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사랑의 '현실' (현실이라고 해서 결코 부정적인 부분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적이고 '과학'적인 부분이다.


우리는 사랑을 이야기할 때 마치 모든 인간에게 정해진 운명이 있다는 듯이 '상대와 내가 맞는지, 안 맞는지'를 조곤조곤 평가하곤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밝혀낸 사랑은 결코 퍼즐같이 짝이 있어 '맞고, 안 맞고'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절대 '판타지'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말한다. "사랑은 더욱 사실적으로(Love Factually) 해야 한다"라고.




▲사랑과 욕정의 차이


사진='DDAL CLUB 페이지' 캡처


심리학자 아서 아론과 그의 동료들은 사람들을 기능성 자기공명영상 스캐너 안에 밀어 넣은 뒤 일반인의 사진과 몇 개월 전 ‘사랑에 빠진’ 사람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을 본 순간 사람들의 뇌 안에서 보상 체계 부위가 가장 활발히 움직였는데, 우리가 약물을 할 때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부위 역시 그 보상 체계 부위이다. 예를 들어 코카인과 암페타민을 흡입하면 보상 경로 내 도파민 수치가 높아지는데, 사랑이나 욕정에 빠질 경우 마취제를 맞았을 때처럼 몽롱한 느낌이 드는 것도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사실 사랑과 욕정이 마취제보다 훨씬 더 강력할지도 모른다.

(러브 팩추얼리, p35 中)


사랑은 우리의 '몸'과도 연관이 깊다. 특히 몸에서 나오는 '호르몬'의 영향이 크다. 강한 '설렘'과 '호기심' 등은 모두 이 호르몬에서 비롯된다. 이때를 보통 '"사랑에 빠졌다"라고 말한다. 빠졌기 때문에 순간 다른 것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초반에는 그 사랑의 시작이 '욕정' 때문인지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기도 한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순간, 진짜는 사랑을 유지해 나가는 것에서 시작된다.




▲당신의 왜곡된 사랑('사랑에 빠지는 것'에만 초점을 둔 사랑)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은가?


사진=드라마 '부부의 세계' 캡처

당신이 불륜을 저지르려 한다면, 그래서 당신의 파트너에게 상처를 주려 한다면, 당신이나 당신의 관계에 문제가 있는 거예요. 당신이 하려는 짓이 그렇다고요. 사람들을 속이려는 거죠. 그들은 모르지만, 당신은 알죠. 그러니 순전히 당신의 양심 문제인 거예요. 누군가를 끓어들이는 건 옳지 못해요. 신뢰는 정말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에요. 일단 불륜을 저지르면, 현재의 관계를 회복 불능 상태로 망가뜨려 버리죠. 불륜은 깊은 상처 같은 거거든요. 늘 그대로 있고, 절대로 지워지지 않죠.

(... 중략...)

젊은 시절의 내게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대체 네 속의 무엇이 이런 관계를 원하는지 잘 들여다봐’, 모든 건 도덕과 따뜻한 마음에서 오죠. 당신이 만일 당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따뜻한 사람이라면, 절대 그런 짓은 하지 않을 거예요. 난 그런 짓을 하지 말았어야 해요. 하지만 또 어떤 면에서 보면, 우리는 가끔 이렇게 비뚤어진 방식으로 이런 일들을 겪을 필요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싶기도 해요. “그게 아니면 대체 어떻게 현재의 우리 자신으로 성장하겠어요?”

(러브 팩추얼리, p38~39 中)



최근 '부부의 세계'라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 바로 불륜에 대한 스토리였다. 일간에서는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이 그만큼 내용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누군가는 한때 우리나라를 '불륜 공화국'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어쩌면, 그만큼 겉으로는 멀쩡해 보일지 몰라도 속으로는 로맨틱한(에로틱한 사랑)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이기도 하다.


드라마에서 바람을 피우다 아내에게 걸린 남편은 말한다.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고. 맞다. 사랑에 빠진 것은 죄가 아니다. 하지만 기존에 유지해왔던 사랑이 채 완성되지 못하고 끝나므로 그 중간에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상대의 영혼(마음)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있다. '사랑'이 단순히 '사랑에 빠지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면... 한 사랑의 '완성'을 보지도 않고 그 인연의 끈을 놓아버렸기에... 책임을 져버린 것이다.




사진=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캡처


“당신이 사랑과 욕정의 근본적인 차이를 아는지 모르겠네요. 우리가 가끔 우리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것들 중 하나가 이런 거거든요. 곧 알게 되겠지만...... 모든 게 끝난 뒤에나 알게 될 수도 있습니다. 모든 게 끝난 뒤에나 알게 될 수도 있습니다. 사랑과 욕정을 확실하게 구별해 줄 비법 같은 건 없는 것 같아요." 이렇게 초기 단계에는 상대가 정말 눈부셔서 현혹당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당신 스스로 마음속으로 상대를 다이아몬드로 덮어 버려 현혹당하고 있는 건지 모를 것이다. 번쩍거리는 것들이 사라진 뒤에야 제대로 알게 되는데, 그러자면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시간만 흐른다고 알게 되는 건 아니다. 당신이 누군가를 제대로 알려면, 그리고 또 상대도 당신을 제대로 알게 되려면 친밀감도 필요하다. 서로 자신의 모든 것을, 그러니까 아주 거북하고 불편한 것들까지 스스럼없이 솔직히 드러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서로 자신의 약점들까지 드러내야 한다는 건데, 그게 늘 쉬운 일은 아니다. 사실 그건 아주 어려운 일일 수도 있으며, 그래서 사람들은 그걸 피하려 무의식적으로 많은 전략을 구성한다. (p50)

동반자적 사랑(이는 우정 또는 형제애와 비슷함)은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람에게 느끼는 다정다감한 사랑이다. 로맨틱한 사랑에 비해 더 차분하고 덜 지배적이며, 로맨틱한 사랑에 비해 훨씬 더 깊은 끌림을 가지고 있다. 이 사랑은 바소프레신과 옥시토신 분비와 관련이 있는데, 바소프레신은 우리로 하여금 사회적 유대감 및 로맨틱한 유대감을 갖게 해 주고, 옥시토신(사랑 호르몬 또는 퐁용 호르몬이라고도 함)은 우리에게 차분함과 만족감 그리고 안정감을 갖게 해 준다.

(러브 팩추얼리, p56)



'사랑에 빠지는 것'을 넘어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과 '친밀감 생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몸의 거리뿐 아니라, 마음의 거리도 그만큼 가까워져야 한다. 책에선 이를 '동반자적 사랑'이라고 말한다. 로맨틱한 사랑에 비해 덜 충동적이고, 차분하며 깊은 끌림을 느끼게 한다.


나의 가장 부족하고 바보 같은 모습까지도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그에 대해 부담 없이 얘기할 수 있는 상대라면, 이 친밀한 관계를 시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나에 대한 상대의 진심을 알고 싶다면, 당신의 가장 '밑바닥의 모습'을 보여주라고. 단순히 못난 모습이라기 보다,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함께 보내보라는 말이다.




▲ 애착유형으로 알아보는 사랑 "네 잘못이 아니야"


사진=영화 '노트북' 캡처


-안정형 애착 스타일

안정형 애착 스타일의 사람들은 도움을 요청하면 그걸 받게 된다는 걸 배우게 되며, 자신이 세상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또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이런저런 일들을 성취할 수 있다는 걸 믿게 된다. 이들은 다른 사람에게 의지할 수 있다는 것도 배운다. 그리고 필요하면 언제든 의지할 수 있는 안전한 피난처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독립적으로 세상을 탐험하는 경우가 많다

...(중략)...

안정형 애착 스타일의 아이들은 두려움과 분노는 적고 기쁨은 더 많다. 또한 자긍심도 더 많고 어떤 어려움이든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더 강하며 스트레스 주는 일에도 위협을 덜 받고 보다 끈기가 있으며 정신질환에 걸릴 가능성도 더 낮다. 이 아이들은 또 자신에 대해 긍정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생각을 갖고 있으며, 자신이 불안정하다는 것을 인정할 줄 안다.

(러브 팩추얼리, p75~77 中)




-불안형 애착 스타일

심리학자 클리스 프레일리와 필립 세이버에 따르면, 한쪽 부모가 냉정하고 포용력이 없으며 예측 불가능하고 섬세하지 못하며 일관성도 없고 무섭기까지 한 경우,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받을 수 없다는 걸 배우게 된다. 물론 부모들도 단절된 상태로 혼자 움직이는 게 아니라 환경의 영향을 아주 많이 받으며, 또 어떤 부모들은 아이에게 안정형 애착 스타일을 형성시켜 줄 최적의 여건하에 있지 못할 수도 있다.

불안형 애착 스타일을 가진 아이들은 독립심을 배우기보다는 한 가지 모순,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해야 하지만 그 사람들은 필요할 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패러독스를 내면화한다. 즉 도움을 요청할 경우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받지 못할 수도 있으며, 뭔가를 성취하려 애써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배우게 되는 것이다

...(중략)...

성인이 된 불안형 애착 스타일의 사람들은 늘 자신의 두려움, 치료, 의심 등에 대해 얘기하며, 끊임없이 파트너에 대해 걱정하고, 외부의 위협들에 아주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들은 파트너와 떨어져 있는 걸 아주 힘들어하며, 그래서 가능한 자주 파트너에게 바싹 다가가려 한다. 이는 회피형 애착 스타일의 사람들과는 아주 판이한 모습이불안형 애착 스타일의 사람들의 경우, 관계에 대한 생각들 끝에 상실에 대한 생각들을 하기도 하지만, 관계와 아무 상관도 없는 부정적인 생각들 끝에 거부당하거나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기도 한다. 간단히 말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관계에 대한 걱정에 쏟는 것이다. 불안형 애착 스타일의 사람들은 안전하다고 느껴지기 전까지, 그리고 자기 파트너가 늘 곁에 있어 줄 수 있다는 걸 확인하기 전까지는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러브 팩추얼리, p80~81, 92~94)



사진=드라마 '빠담빠담' 캡처


-회피형 애착 스타일

"나는 내 공간을 사랑할 뿐"
회피형 애착 스타일의 사람들은 어린 시절에 자칫 잘못하면 거부 당한다는 걸 배운다. 예를 들어 다이앤의 엄마는 위안을 주어야 하는 상항에서 오히려 혼을 냈다. 그래서 이런 경우를 당하지 않으려고 회피형 애착 스타일의 아이들은 아예 애착 시스템을 작동시키지 않으려 한다. 이렇게 되면 우선 사랑이나 도움 또는 위안을 찾는 걸 중단하게 된다. 문제는 이 경우 대가가 크다는 것. 아이가 애착을 끊기 위해 자신의 감정은 물론 종종 자신의 몸과도 단절해 버리는 것이다.

아주 강한 회피형 애착 스타일을 가진 아이가 성인이 되면 관계를 중시하지 않으며, 그 결과 관계를 우선시하지도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애쓰지도 않는다. 대신 독립하는 걸 이상으로 삼는다. 병적일 정도로 모든 걸 혼자 해결하려 하고 도움을 거절하고 감정적으로 얽히는 걸 피하며 사랑 또는 위안이 필요하다는 걸 부인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하지 않으려 무진 애를 쓰는 것이다.

이들은 또 다른 사람의 도움을 청하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말로 표현하기는커녕 그런 감정들과 생각들로부터 스스로 단절되려 한다. 그러니까 사력을 다해 부정적인 감정과 자신의 약점, 취약성을 외면하려 애쓰는 것이다. 놀랄 일도 아니지만, 그 결과 이들은 자의식을 심하게 억누르게 되면서(그래서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영향도 모르게 됨) 자신의 공감 능력까지 손상시키게 된다.

(러브 팩추얼리, p83 中)


사진=드라마 '빠담빠담' 캡처

미해결형 애착 스타일

미해결형 애착 스타일은 회피형 애착 스타일만큼이나 일반적이며 불안형 애착 스타일보다는 훨씬 더 흔하다. (p97)

미해결형 애착이 생기는 이유들은 복잡하다. 어떤 한 가지 설명으로 끝내긴 어려우며, 많은 경험들로부터 생겨난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이유는 부모의 아동학대로, 이는 아이들이 말할 수 없이 큰 모순으로 몰아넣는다. 아이들은 원래 안전을 위해 부모에게 의존하며 생존을 위해서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법인데, 부모에게 학대를 당하는 경우 동시에 또 부모로부터 도망치려 한다. 두려움에 떨게 되지만, 해결책도 없고 탈출구도 없다. (p97)

심리학자들은 이를 ‘미해결된 트라우마‘라고 부른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해결된 부분이다. 트라우마가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거나 그냥 묻혀 버려 언젠가 다시 터져 나와 자신을 괴롭힐 수도 있고 큰 두려움이나 멍한 상태 또는 분노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 (p99)

또한 미해결된 애착 스타일의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트라우마를 되살릴 요소가 많은 환경 속에 있을 때 폭발적인 행동이나 비합리적인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그냥 묻어두려고 노력하지만 실제 그들의 존재 방식을 규정짓고 있는 트라우마에 대한 기억들에 반복해서 짓눌리게 된다. 그리고 불안형 애착 스타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는 미해결형 애착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의 로맨틱한 관계 또한 아주 어렵게 만들어 버린다. 이들이 다른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p103)

(러브 팩추얼리,  p97, 99, 103 中)



애착유형(스타일)을 생각하다 보니, 모든 유형이 우리가 어릴 적 가까운 누군가(부모, 친구 등)에게 받았던 '사랑'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에게 받았던 사랑의 모습대로 사랑을 대한 시각이 생성되고, 나이가 들면서 그 모습들은 관계 속에서 행동으로 나타난다.


우리 어머니는 내가 어릴때 이런 말을 자주 하셨다. "네 인생은 네 것이니, 네가 알아서 선택하고 책임져야 해"라고. 물론 이 말은 나를 독립적인 사람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의지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돕고 의지할 줄도 아닌 것이 사람 사이인데 '나는 독립적이어야 한다'라는 생각이 머릿 속을 지배해버려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회피형 애착(의지하고 싶은 자연스러운 욕구를 억누르기 위해 더 독립적인 것처럼 말하고 행동함)이 강했진 것이다. 물론 지금은 나 또한 누군가에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깨닫고 도움 받기를 연습하고 있다.


어쩌면 억울할지도 모른다. 안정적이지 못한 내 감정과 생각, 행동에 화가 날 수도 있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관계로 인해, 나의 애착유형이 파괴될 지경에 이른다면 얼마나 통탄하겠는가.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애착유형은 바꿀 수 있다. 내가 받았던 사랑에 있던 모순을 인식하고, 나를 이해하고, 다시 개선해 나가면 된다. 오직 사랑만이 사람을 바꿀 수 있다. 구체적인 방법을 알아보자.




사진=영화 '클래식' 캡처


-안정형 애착 스타일로 변하기

내가 지금 애착유형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고 있는 이유는 ‘안정형 애착 스타일로 변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생존 차원에서 뇌를 재구성하는 일이라는 걸 보여 주기 위해서이다. 이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든 일일 수도 있지만, 불안형 애착 스타일의 사람들이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일들 중 하나는 자신의 감정들을 어떻게 경험하고 통제하느냐 하는 것이다.

심한 불안형 애착 스타일(미해결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 포함)의 사람들은 대체로 외부 위협에 아주 예민하다. 그것은 편도체는 지나치게 활발히 움직이고 해마와 합리적 뇌는 지나치게 저조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안정형 애착 스타일의 사람들을 해마를 쉽게 진정시킬 수 있음)

반면에 심한 회피형 애착 스타일의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들에 쉽게 접근하지 못할 뿐 아니라, 약점을 노출하지 않으면서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그 감정들을 억누른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이들은 자신이 지금 무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불안형 애착 스타일의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고 홀로 남겨지는 것에 대한 무력감과 두려움을 극복해야 하며, 회피형 애착 스타일의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들에 접근해 친근감에 대한 자신들의 부정적인 생각을 개선해야 한다.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들과 보다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특히 중요한데, 그것은 이들이 자신의 고통스러운 기억들을 그냥 묻어 버리려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런 기억들을 묻어 버리려 할 게 아니라, 비참함과 굴욕감을 안겨 주는 그 괴로운 느낌들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지 않고 자신의 몸이 말하려 하는 것들을 무시하거나 왜곡할 경우, 무엇이 몸에 해롭거나 나쁜지 또 무엇이 안전하거나 발전적인지를 구별하는 능력을 스스로 외면하게 된다. 그러니까 자신의 몸에게 위험이 지나갔다는 걸 알려 줘 마음 놓고 현재를 살아갈 수 있게 해 주는 능력을 잃게 되는 것이다.

(러브 팩추얼리 中)


애착유형은 '감정'과 연관이 깊다.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상대가 그 감정을 그대로 수용해 줬을 때 우리의 몸과 마음은 안정을 취하게 된다.


그것이 어떠한 감정이든 중류는 중요하지 않다. 감정을 받아들이는 게 감정 이후에 나타나는 행동과 말까지 받아들인다는 것은 아니기에,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애착도 마음의 안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사랑을 위한 노력


사진=영화 '노트북' 캡처

-중요한 건 대상이 아니라 과정이다

정신분석가 에리히 프롬은 사람들이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면서도 그림 그리는 기술은 배우려 하지 않고 적절한 대상을 찾지 못했다고 한탄이나 한다며, ‘적절한 사람’을 기다리는 것을 그림을 그리는 일에 비유했다. 그는 ‘사랑에 빠지는 것’은 아주 일시적인 상태이고 ‘사랑을 유지하는 것’은 결정이라면서, 이 둘을 분명히 구별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사랑에 빠지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랑을 유지하기로 선택하는 것이라고 본 것. 그리고 또 그는 사랑을 유지하는 것은 힘든 일로 학습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프롬은 사랑은 어떤 특별한 한 사람하고만 관련된 일이 되어선 안되며, 전 세계와 관련된 일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만일 당신이 당신 파트너만 사랑하고 다른 모든 사람들에겐 관심이 없다면, 그건 전혀 사랑이 아니라는 것.

그간 내가 나눈 많은 대화들과 많은 증거들을 곰곰이 생각하면서, 나는 사랑의 기술을 배우게 되면, 그리고 사랑을 ‘나머지 반쪽’을 찾는 일로 보지 않고 훨씬 큰 능력, 그러니까 배움과 기술이 필요한 큰 능력의 일부로 본다면, 과연 비현실적인 기대들의 문제가 해결된 것인지 궁금해졌다.

비현실적인 기대들은 관계를 너무 단순화시키며 또 인간을 비교하게 만든다. 인간은 원래 불완전하고 결함이 많은데, 비현실적인 기대를 통해 상상 가능한 가장 완벽하고 결함 없는 인간이 탄생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신은 그 둘을 비교하면서 실망하게 되고, 당신의 파트너는 달리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무력감에 빠지게 된다.

사랑은 삶의 의미와 안전과 행복을 찾는 문제에 대한 무소불능의 해결책이 아니다. 그리고 당신 또는 다른 그 누구만을 위한 한 사람이란 건 없다. 또한 관계는 찾는 게 아니라 쌓아가는 것이다. 관계는 결함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맺어지는 일이며, 상대에게 자꾸 다른 무언가를 기대하면 당신 자신과 당신의 관계는 실패를 면할 길이 없게 되며, 특히 그 무엇보다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들 중 하나인 사랑을 배울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게 된다.

(러브팩추얼리, p237~238 中)


'에리히 프롬'은 내가 참 좋아하는 정신분석학자다. 그가 사랑에 대해 기술한 책들에는, 사랑에 대한 엄청난 고뇌와 연구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핵심은 '사랑에 대한 노력'의 중요성이다. 사랑은 환상처럼 이뤄지는 판타지가 아니라, 철저한 노력과 상대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바탕으로 완성되는 사실인 것이다.


즉, 사랑은 내 반쪽을 찾는 게 아니라, 내가 상대의 빈 반쪽으로 만들어져 가기 위해 변화하는 과정인 것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가?"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사진=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캡처


-당신의 결정들이 모여서 당신이 된다

당신이 선택하는 파트너가 중요한 것은 그 파트너가 시간이 지나면서 당신을 변화시키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리스 철학자 피타고라스는 삶은 당신이 내리는 모든 선택들의 총합이라고 믿었고, 프랑스 철학자 장-폴 사르트르 같은 사람들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러니까 이런저런 결정을 하는 것은 당신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일일뿐 아니라 자신이 되고자 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물론 이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당신 자신의 모든 선택에 엄청난 중요성을 부여해야 하니까. 하지만 각 결정이 다 당신 자신을 다른 방식으로 변화시킬 절호의 기회가 되는 셈이므로, 이는 당신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늘 그랬듯 어쩌면 당신 또한 돈이나 외모를 보고 사람을 찾아왔겠지만, 앞으로는 다정함 또는 자기 인식을 더 중요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어떤 관계를 맺든 또는 차후 파트너가 당신을 어떻게 변화시키든, 그 결정이 당신 자신을 변화시키게 될 것이다.

물론 파트너를 선택하는 일은 단 한차례의 결정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보다 더 큰 결정(상대를 만날 것이니 또는 정식으로 상대에게 헌신할 것인지)과 보다 작은 결정(어떤 창의적인 프로젝트에서 상대를 도와줄 것인지 아니면 상대가 그날 있었던 일을 얘기할 때 들어 줄 것인지) 등 여러 결정이 모여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결정은 꼭 적극적일 필요는 없다. 어떤 결정(또는 그 결정에 대한 마음가짐)을 바꾸지 않고 계속 그쪽으로 가는 걸로 '선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도 또는 친밀하고 헌신적인 관계를 피하기 위해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서 계속 문제를 찾아내는 것도 여전히 선택이다.

일 피타고라스나 사르트르 또는 다른 실존주의 사상가들의 말이 옳다면, 크든 작든 또는 적극적이든 적극적이 아니든 당신이 내리는 각 결정은 미래의 당신을 변화시킨다. 그리고 만일 사실이 그렇다면, 내가 이 장을 시작하면서 던진 질문은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 당신은 로맨틱한 파트너에서 어떤 걸 찾아야 하는가?'가 아니라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졌어야 했던 것이다.

(러브 팩추얼리, p151~153 中)


관계를 맺어가다 보면 우리는 알게 된다. 생각보다 내가 선택한 생각, 말, 행동들이 상대와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찰나가 모여 순간이 되고 순간이 모여 시간이 된다면, 우리는 1분 1초를 앞다퉈 이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 내가 이 순간에 무슨 말을 하는 것이 최선일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을까? 그렇다면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언젠가 이 관계가 끝이 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말을 할 수만 있다면 그만큼 아름다운 삶도 없을 것이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진=영화 '타이타닉' 캡처
-에필로그

사랑의 기술을 배우고 익히고 연마한다고 하면 아주 힘든 일처럼 느껴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당신이 바라는 게 장기적이고 헌신적이며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 것이라면, 그 정도 노력을 기울이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학교 교육도 사회 경력도 몸매 만들기도 헌신적이 자세와 자기 수양과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장기간 서로 사랑하는 관계를 맺는데 그 정도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p495)

우리는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책임져야 하지만, 누구를 사랑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책임져야 한다. 욕정적인 사랑은 호르몬, 면역체계, 실내 온도 등의 기이한 조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지만, 동반자적 사랑은 그렇지 않다. 동반자적 사랑은 계속적인 일련의 결정이다. 매일매일 상대에게 헌신하고 마음을 열어 상대로 인해 나 자신이 변하는 걸 받아들이기로 결정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욕정적 사랑이 완전히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는 건 아니며, 불길을 되살리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사랑을 배우는 것이 우리의 몫이듯, 관계와 우리 자신을 무엇보다 우선시해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며 잘 보살펴 주고 헌신할 수 있는 누군가를 선택하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연결감과 열정 또는 욕정이 아무리 짜릿하다 해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이해하고 필요한 노력을 쏟는 일만큼 필요하거나 중요할 수는 없다. 만일 당신이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이런 기술을 갖추지도 못한 데다, 필요한 정신적 노력을 기울일 마음의 준비조차 되어 있지 않다면, 가슴 아픈 일이긴 하겠지만 헤어지는 게 최선인지 모른다.

관계에서 당신이 맡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용기, 그것도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하다. 해결책이 당신 바깥쪽에 있다고 상상하는 게 훨씬 편한데, 그럴 경우 계속 바깥쪽만 쳐다보고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건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사람을 자유롭게 해 주는 사랑을 제대로 경험하려면 스스로 책임을 다하는 길밖에 없다고 확신한다.

(러브 팩추얼리, p496~497 中)



지금까지 사랑에 대해 끄적였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한 가지 감사한 건, 누구에게나 중요한 '사랑'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보고 나름대로 정리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한다. 우리의 삶이 조금 더 행복하기 위해서는 내가 주고 싶은 '사랑'을 조금 더 이른 때에 공부하고 깨닫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그렇다. 사랑은 사실이다.

적어도 우리가 정말 '사랑'하려고 노력한다면 말이다."

 


사진=안양천 자전거길, 라이딩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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