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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Jul 22. 2020

'트렌드코리아2020'를 읽고

글로 나아가는 이



가면 뒤에 감춰진 현대인의 진짜 욕망을 찾다
트렌드코리아2020



2020년의 절반이 흐르고 하반기가 시작됐다. 새로운 한 해를 다짐하며 힘을 내보려 하는 찰나, 중국 우한에서 조짐을 보이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온 세계를 강타했다. 모든 트렌드가 무색할 만큼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트렌드(추세)가 됐다.



사진=박쥐, 픽사베이 출처


2020 경자년은 '쥐띠'의 해다. 한편으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의 한 박쥐 종(種)으로부터 나왔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쥐는 번식력이 좋은 동물이다. 생존력이 끈질기다. 6개월이 넘게 온 인류 쥐고 흔드는 이 끈질긴 녀석은 도대체 어디로부터 온 걸까.


경제구조가 무너질 조짐이 보인다. 아니, 이미 일부 산업은 붕괴되고 있다. 위기에 봉착한 문(文) 정부는 지난 재난 지원금에 이어 160조가 넘는 거액을 들여 한국판 디지털‧그린 뉴딜을 외치고 있다. 이 와중에 서울특별시장을 3연임한 유명 정치인은 '미투(Me too)'의혹을 남긴 채 세상을 떴다. 지난달 북한은 개성에 있는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를 폭파시켰다. 여기서 쿵, 저기서 쿵,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소리가 요란하다. (물론 나 또한 마찬가지) 어떤 가수의 노래 가사처럼 진정 세상은 요지경 속에 빠졌다.   


이런 대환난 속에서도, 새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사람들의 욕망은 멈추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먼저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트렌드코리아2020이 예측한 그 내막을 들여다보자.   


2020년 키워드의 흐름
'MIGHTY MICE'로 표현한 2020년의 가장 중요한 세 축은 ▲세분화 ▲양분화 ▲성장이다. 진술했듯이(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함)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시장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는 어디에서 어떻게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대박을 만들어낼 신상품이 제일 좋다. 하지만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아이디어가 넘쳐나도, 전에 없던 혁신을 매번 만들어내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일이 '고객에게 집중'하는 일이다. 사실 "고객은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이다. 이 질문을 새롭게 만드는 방법은 "고객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묻는 것이다. 예전에도 세분화(segmentation)이라고 해서 시장을 나누는 작업은 마케팅의 기본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세분화 경향은 고객 개개인, 아니 그 이상으로 극도로 잘게 나누는 것이다.  
-트렌드코리아2020, p10 中에서



1. 멀티 페르소나


사진=가면, 픽사베이 출처
이제 '나 자신'을 뜻하는 my self는 단수가 아니라 복수, 즉 myselves가 되어야 맞다. 현대인들의 다양하게 분리되는 정체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와 퇴근 후의 정체성이 다르고, 평소와 덕질할 때의 정체성이 다르며, 일상에서와 SNS를 할 때의 정체성이 다르다. SNS에서도 그것이 카카오톡이냐, 유튜브냐, 트위터냐, 인스타그램이냐에 따라 각기 다른 정체성을 소통을 하고, 심지어는 하나의 SNS에서 동시에 여러 계정을 쓰며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바꾼다. 마치 중국의 변검 배우가 가면을 순간순간 바꿔 쓰듯이, 현대 소비자는 매 순간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다. 이 가면을 학술적으로 '페르소나'라고 한다.
(트렌드코리아, p193)

멀티 페르소나의 시대, 인간의 다원성은 확장되었지만 역설적으로 정체성 기반은 매우 불안정해졌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규정해야 하는 개인주의 시대에, 개개인들에게 어떠한 방식을 통해 견고한 정체성을 형성하도록 해줄 것인지가 핵심과제가 되었다. '나다움'이란 무엇인가? 진짜 나는 누구인가? 다매체 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트렌드코리아, p218)



멀티 페르소나, 여러 개의 정체성을 가지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됐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으로 규정되는가? 나를 찾고 규정하기 위해 사람들은 정처 없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세계를 돌아다닌다. 과거 집단주의와 전통적 가치관이 지배적일 때는 가족, 직업, 사회, 국가가 우리의 존재와 역할을 규정했다면, 개인주의가 극대화된 지금 시대에는 수많은 매체 속에서 스스로 나 자신을 찾고 규정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끝없이 공유되는 SNS 상의 수많은 타인들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 나가야 한다. 공유의 범람이 자칫하면 비교로 인한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진=픽사베이 출처


필자의 경우, 나 자신을 규정하기 위해 시를 쓰고 묵상을 한다. 그리고 달리기를 한다.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속으로 내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을 꼭 갖는 것이다. 이는 억만금을 줘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이다. 필자는 '글로 나아가는 이'다.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 세상 모든 것에서 깨달음을 얻고 이들을 글로 표현하고 기록하고 전한다. 그래서 '글로 나아가는 이'다. 물론 이는 삶의 경험을 더하며 조금씩 바뀌어 나갈 것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을 찾고 있는가?"



2.라스트핏 이코노미
사진=픽사베이 출처


마지막 순간의 경험이 중요해졌다. '라스트 마일'은 원래 사형수가 집행장까지 걸어가는 마지막 거리를 뜻하는 말인데, 최근 유통업계에서 상품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배송 접점을 의미하는 용어로 널리 쓰이고 있다. 배송과 관련한 리스트 마일은 물론이고, 다양한 산업에서 고객의 마지막 접점에 대한 만족을 높이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는 고객의 마지막 순간의 만족을 최적화하려는 근거리 경제를 '라스트 이코노미'라고 명명한다.
트렌드 코리아, p219
마지막으로 라스트핏 이코노미 시대의 핵심은 결국 차별화된 서비스다. 배송 최적화, 시간 최적화, 경험 최적화 전력 모두 차별화한 이 주 무기가 되는 조건들이다. 단순히 인프라를 활용한 '머니게임'은 빠른 안착까지는 도와줄 수 있어도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필수 경쟁력은 아니다. 소비자는 조금 더 혁신적이고 편리한 습관을 이루어줄 수 있는 서비스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흔하고 '뻔한' 방식이 아닌 '엣지'있게 사업을 영속적으로 진행해나갈 수 있을 차별화 전력이 마련되어야 한다. 새벽 배송의 시작을 연 마켓컬리가 그랬듯 보다 혁신적이고 발 빠른 사고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서비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결국 고객의 마지막 순간과 소비자의 현관문을 잡는 자가 시장을 잡을 것이다.
트렌드코리아, p242


라스트핏 이코노미, 고객과의 접점을 높인다, 차별화가 더욱 세분화된 모습이다. 빠른 배송을 넘어 이제는 '새벽 배송'의 시대까지 온 것이다.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 배달의 민족의 B마트 초소량 번쩍배송 서비스 등, 어떡하면 소비자의 세심한 욕구까지도 터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시대가 됐다. 라스트핏 이코노미가 중요해진 데에는 1~2인 가구의 증가로, 더 빠르고, 내가 원하는 방식의 서비스를 원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에 있다. 불필요한 이동, 대화, 등의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더 합리적인 서비스를 원하고 있다.


배민커넥트로 부업을 하고 있는 필자도 '라스트핏 이코노미'는 절대 놓쳐 저는 안될 차별화 서비스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선 핵심 소비자들의 소비습관, 생활동선까지도 파악하고 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서비스 품목부터, 방식, 매개체까지 기존에 있던 모든 형식을 넘어 소비자들이 불편하게 느꼈던 것이 무엇인지 돌아봐야 하는 것이다.  


한편으론, 소비의 트렌드가 사람과 사람 간의 거리를 멀게 만들다 못해 아예 없애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코로나19로 언택트 시대가 왔다고 하지만 그로 인한 심리적 불안, 외로움 등의 부작용도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얼마나 더 빠르고 편해져야 하는가? 이 또한 극대화된 욕망의 한 단면은 아닌가?  



3. 페어 플레이어


사진=픽사베이 출처


공평하고 올바른 것에 대한 추구가 강해진다.  직장에서 내 노력의 결과를 팀장님께 돌리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아무리 막내라도 자신의 기여는 합당하게 인정받아야 한다. 가사노동은 구성원 모두에게 공평하게 분배돼야 하고, 학생들은 주관식보다 객관식 시험, 조별 과제보다 개인 과제를 선호한다. 구매를 할 때도 상품 자체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올바른 '선한 영향력'을 중시한다. 개인성이 화두인 사회에서 자란 젊은 페어 플레이어들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신의 작은 노력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길 원한다. 이슈가 있을 때마다 불붙는 불매운동은 단순한 열기가 아니라 이러한 공평성, 선함, 효능감에 대한 열망이 표현된 것이다.
트렌드코리아, p243

앞으로는 대한민국 사회의 중심에서 공정성을 외치는 페어 플레이어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실상 그들이 조직 사회에 대한 불만을 발언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가진 문제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사항을 시시콜콜 말할 수 있는 발언의 장을 제공함으로써 향후 발생 가능성이 있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기회를 새롭게 발견할 수도 있다.
트렌드코리아2020, p266

평등에 대한 욕구는 인간의 오랜 열망이다. 오랜 세대를 거듭해오며 인류의 평등 의식은 진화해왔다. 그리고 현대인들에게 공정성이란 가장 민감한 키워드 중 하나다. 직장 내 상하 관계를 나타내는 호칭은 점차 없어지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공간의 형태와 자리의 배치에도 평등성을 부여하기 위해 자율좌석제를 도입했다. 결혼 시 혼수 분담에서도 남녀가 5:5 비율로 분담하는 문화가 늘고 있다.


사회 전반에 SNS를 통한 쌍방향 소통이 용이해지면서 '공정하지 않은 것'들을 즉시 공유하고 평가, 심지어는 심판할 수 있게 된 데에 있다. 온라인 소통을 통해 형성된 의로운 팬덤은 더 이상 부정부패와 불공정을 일삼는 기업과 개인을 가만두지 않는다. 정부와 검찰이 나서기 전, 이미 '국민 청원'에 올라 1차 심판을 받는다.  


사진=픽사베이 출처


하지만  '평등'을 논하기에 앞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점은, 그 평등을 측정하는 기준에 오류가 있지는 않은 지에 대한 점검이다. 예를 들어 서로 직급이 다른 두 사람이 있을 경우, 근무시간은 같은데 서로의 업무량이나 업무 강도, 업무의 중요성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직급이 높다고 해서 더 많은 임금을 줄 수도 없고, 근무시간이 같다고 해서 같은 임금을 줄 수도 없다. 많은 기업들이 '인센티브제'나 '수익 배당제' 같은 정책을 도입하는 것 또한 이런 이유다. 단순히 시간 때우기식의 근무는 이제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책임의 문제도 있다. 모두가 평등하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 또한 개개인이 모두 져야 하는 게 맞다. 책임과 노력을 다하지 않으면서 단순히 평등만을 외친다면, 그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을 것이다.


평등을 주제로 일어나는 남녀 갈등, 세대 갈등, 성(姓) 갈등은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채 논란 속에 있다. 우리가 말하는 평등은 과연 합리적인가? 설득력이 있는가? 오직 내 기준에서만 평등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자.  



4. 스트리밍 라이프
사진=픽사베이 출처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 단지 음악을 듣는 방식을 넘어 삶의 방식이 바뀐다. '스트리밍'이란 네트워크를 통해 음성이나 영상을 물 흐르듯 재생하는 기술을 일컫는데, 굳이 내려받아 소유하지 않아도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스트리밍에 약한 소비자들은 삶의 모든 면에 스트리밍을 적용하고 싶어 한다. 첫째 거주하는 공간을 스트리밍함으로써 자신의 로망을 실현하고 총체적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한다. 내가 살고 싶은 동네에서 살고 싶은 기간 동안 다양한 컨셉의 공간을 이용함으로써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해보는 것이다. 둘째, 전문가의 추천을 구독하는 방식으로 취미나 여가 활동도 스트리밍한다. 나의 취향에 맞는 스타일을 추천받고, 내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정기적으로 배달 받는다. 마지막으로, 빌려서 경험한다. 다양한 선택지 중 무엇을 살까 고민할 필요할 필요 없이 다양한 선택지를 모두 빌려서 써보는 것이다. 터보고 싶었던 자동차뿐만 아니라 고가의 가방이나 가구까지 품목에 제한은 없다.
트렌드코리아2020. p267



스트리밍 라이프는 공유 경제에 기반한다. '구독'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소유에서 공유의 시대로 가고 있다. 필자만 봐도 그렇다. 타인의 시선, 사회가 만들어 놓은 틀, 부모님 세대의 기대 등을 넘어서면 새로운 세상이 보인다. 인구 1300만에 출퇴근 길이 꽉꽉 막히는 서울이란 도시에서 굳이 차를 사야 하나 생각이 든다. 나의 생활 반경에 정말 차가 필요한 시간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면 굳이 먼 시외나 타 도시로 나가는 일 외에는 거의 없다. 특별히 한 두 번 드라이브를 즐긴다 해도, 자차 없어도 언제든 카셰어링 서비스로 가능하다.


필자는 실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셰어니 도'라는 공유 주거 플랫폼, 청년 셰어하우스에서 살았다. 서울의 비싼 집값 문제를 해결한다는 셰어니도 플랫폼은 현재 홍대와 강남 일대에 약 120개의 셰어하우스를 운영할 정도로 급속으로 성장했다. 스트리밍 라이프의 트렌드를 가장 잘 읽어낸 사례라고 생각한다.


사진=클로젯쉐어, 인터넷 캡처


이런 스트리밍 라이프는 이제 의, 식 ,주, 사소한 생활용품까지 모든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적용된다. 우리는 스트리밍 라이프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가?



5.초개인화 기술
사진=픽사베이 출처


실시간으로 소비자의 상황과 맥락을 파악하고 이해하며, 궁극적으로 고객의 니즈를 예측해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는 기술을 '초개인화 기술'이라고 한다. 초개인화 기술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각 개인의 프로파일을 개발한 후. 해당 프로파일에 관련 콘텐츠를 입력하고, 제품을 권장하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 기술의 특징은 모든 개인을 상황별로 구체화하고 더 자세히 접근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회사가 개별 소비자에게 얼마나 세심하게 맞출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초개인화 역량은 제품과 서비스의 전체 제고 과정에서 소비자의 데이터를 얼마나 갖고 있는가. 그 데이터를 얼마나 정교하게 분석하는가에 따라 기업과 소비자의 친밀한 상호작용을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할 것이다.
트렌드코리아2020, p291

내가 검색했던 키워드 중심의 팝업 광고들이 노트북 하단과, 스마트폰 측면에 떠오른다. 어? 내가 사야겠다고 생각했던 품목이다. 어떻게 알았을까? 오래간만에 영화를 보려고 넷플릭스를 켜자 주로 봤던 영화 장르들의 명단이 상단에 쭉 나열된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알 듯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를 추천해 주는 이들은 무엇인가. '초개인화 기술', 이제 정보화 시대를 넘어 빅데이터 시대가 왔기에 그들은 모르는 게 없다. AI 기술은 이제 사람과 소통하고 원하는 음악을 말하면 틀어주고, 비슷한 음악을 추천해 주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빅데이터와 그를 기반한 AI 기술이 인간을 넘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출처


한편, 책은 빅데이터와 AI 기술의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한다. 1950년 마틴 하이데거는 "기술 문명의 발전이 인간을 현혹해 그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데이터와 AI가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기를 넘어 형성해 나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터무니없는 말이 아니다.


실제 마케팅에 활용되는 빅데이터와 AI 기술은 소수의 문화를 대중에게 전파해 트렌드를 바꾸기도 하고, 마치 그것이 전부인 양 찬양하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은 늘 '인간의 윤리성' 문제와 부딪히곤 한다.


빅데이터에 기반한 슈퍼컴퓨터, AI가 나의 일거수일투족, 취향까지 모두 알고 있다면? 그리고 그 배후에 어떤 악의 세력이 존재하고 있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이제는 이런 이야기도 이젠 허황된 소설이 아니라 가능한  현실이 됐다.


무심코 사용하고 지워버린 '앱' 하나에도 수많은 나의 정보는 기록되고, 나는 그 정보를 손에 쥔 '빅브라더'의 손바닥 안에 있게 된다. 두렵지 않은가? 어쩌면 '빅브라더'는 '빅데이터'일지도 모른다.



6.펜슈머
사진=픽사베이 출처
주어진 대안 중에서 선택하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내가 직접 투자와 제조과정에 참여해 상품을, 브랜드를, 스타를 키워내고 싶다. 상품의 생애 주기 전체에 직접 참여하는 소비자들, "내가 키웠다"는 뿌듯함에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구매하지만 동시에 간섭과 견제도 하는 신종 소비자들을 일컬어 '팬슈머(fansumer) '라고 명명한다.

(중략)

최근에는 SNS 세상의 연예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들도 팬슈머의 대상에 포함되면서 비판과 지지를 함께 받고 있다.
트렌드코리아, p315




가상 세계 속의 스타 만들기는 계속되고 있다. '펜슈머' 문화에 대해 개인적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스타를 만드는 펜슈머와 펜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가깝고 진정성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가상 세계 속의 스타는 편집된 이미지와 내용으로 밖에 만날 수 없다. 과연 그 스타가 이야기하는 정보가 모두 사실일까? 알 수 없다. 펜슈머의 시작은 대부분 온라인상에서 스타에 대한 공감에서 시작된다. 그렇다면 그 스타에 대해 내가 얼마나 알고 있는 지가 스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스타가 표현하고 공유하는 부분이 포장되지 않았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포장된 부분이 있다면 큰 문제가 된다.


사진=픽사베이 출처


필자는 SNS 상에서 너도나도 스타가 되고 있는 범주 안에서 과연,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믿고 따르는 스타가 어떤 사람인 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고민한다. 우리는 생각해봐야 한다. 스타가 단순히 우리의 욕구를 자극하는 우상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 지도 말이다.



7.특화생존
사진=픽사베이 출처
특화해야 살아남는다.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괜찮은 것보다, 선택된 소수의 확실한 만족이 더 중요해졌다. 온라인 유통의 발달로 롱테일 경제가 활성화되고 과당 경쟁으로 제품 간의 차별점을 찾기 어려워진 가운데, 소비자의 니즈가 극도로 개인화되면서 표준화된 대중 mass 시장적 접근으로는 더 이상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이러한 빠른 변화와 격화되는 경쟁 속에서 기업은 '적자생존'에만 안주할 수 없게 됐다, 진화의 다음 단계인 특화생존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0 中

특화생존,  더 세분화된 소비자의 욕구를 간파하고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 세분화가 어디까지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특화생존은 초개인화와 비슷한 양상을 띈다고 생각한다.


8.오팔세대
사진=픽사베이 출처
대한민국 소비 시장에 새로운 세대가 부각되고 있다. 한때는 노년으로 불리며 소비자로서 존재감이 약했던 베이비부머를 중심으로 한 5060세대가 '신중년층'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인생에 기승전결이 있다면 지금이 바로 전성기라는 이들을 '오팔세대'라고 부를 수 있다. 오팔세대의 'OPAL'은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는 신노년층의 약자이며, 동시에 베이비부머를 대표하는 '58년생 개띠'의 '오팔'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이들이 뽐내는 다채로운 행보가 모든 보석의 색을 담고 있다는 오팔의 색을 닮았다는 의미를 담아,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한 5060 신중년 소비자들을 '오팔세대'라 명명한다.
트렌드코리아 2020 p359 中



삶을 되찾는다.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떠오른다. '나 자신'의 정체성을 책임과 조직 속에 묻어놓았던 세대가 바로 이 오팔세대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이전의 삶도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달랐고, 다른 모습의 삶을 살아왔던 것뿐이다. 오팔세대를 새로운 '소비자층'이라 명명했지만, 필자의 생각에는 이들이 새로운 소비자층이 됐다기보다는 새로운 소비행태와 젊은 세대의 문화를 받아들인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원하는 스타일대로 입고, 원하는 사람을 만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세대는 오랫동안 안방 속에 감춰두었던 감정을 해방시키고 있다.  


9.편리미엄


사진=픽사베이 출처
편리한 것이 프리미엄한 것이다. 구매의 기준이 가성비에서 프리미엄으로 이행하고 있는 가운데, 프리미엄의 요소가 또 한 번 변화하고 있다. 이제 프리미엄의 기준은 하고 싶은 일은 많고 시간은 부족한 현대인에게 최소한의 노력과 시간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누리게 해주는 것이다.
일명 편리미엄의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①해야 할 일에 대한 절대적 시간을 줄여주거나, ②귀찮은 일에 들어가는 노력을 덜어주거나, ③얻고자 하는 성과를 극대화 시켜주는 것이다.
트렌드코리아, p383


더 빠르고, 더 편리하게, 고로 인간의 움직임은 더욱 줄어들었다. 편리함이 프리미엄이 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력의 대가가 프리미엄이 된다고 생각했던 필자로서는 생각이 많아졌다.


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시간은 없고, 일례로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아도 다이어트가 된다는 건강식품이 나오고 있다. 이것은 과연 가능한 일일까? 아니면 단순한 건강식품회사의 과장된 광고일 뿐일까?


자연의 이치라면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본인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편리미엄 속에는 또 어떤 많은 것들이 생략돼 있을 지도, 분명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편리함을 위해 우리는 무엇까지 줄이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10.업글인간


네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라! 성공보다 성장을 추구하는 새로운 자기계발형 인간, '업글인간'이 등장했다. 이들은 타인과의 경쟁이 아니라 어제보다 나아진 나 자신을 만드는데 병화의 방점을 찍는다. 나아가 자신을 중요시하는 미코노미(me-conommy)'소비자로서 먼 미래보다 지금 당장, 비일상보다 일상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원하는 소확행의 신봉자들이다. 이들에겐 비좁은 성공의 관문을 뚫는 스펙 쌓기가 아니라 어제보다 나는 나를 만드는 매일매일의 성장이 중요하다.   
트렌드코리아, p405


끝없이 내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고 성장하는 인간들, 이를 업글인간, 새로운 자기계발형 인간이라고 한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업그레이드'라는 표현이 원래 사람이 아니라 기계에게 사용하는 표현이라는 점이다. 이런 표현이 쓰인 것에도 분명 이유가 있다. 나 자신의 성장에 초점을 맞춰 자신을 계속 성장시켜나간다고 한다. 성장의 초점이 어디에 맞춰질 지가 중요하다. 외적인 부분, 내적인 부분 등 분야가 많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는 인간은, 쓸모가 없는 걸까? '어제보다 나은 나'는 정말 좋은 말이지만, 무조건 어제보다 나은 나를 만들기보다는 "왜 어제보다 나아져야 하는지, 어떤 부분이 나아져야 하는지, 그게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수로 들어가야 할 것 같다.


나는 왜, 무엇을 업그레이드하는가? 목적은 무엇인가?



사진=픽사베이 출처


트렌드코리나2020을 읽으며 든 생각은 '인간의 데이터화'였다. 자본주의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는 좋은 일이다. 인간들이 '스마트폰'이라는 기기를 통해 모든 정보를 스스로 입력하고 '개인정보 이용 동의'도 클릭하고 '마케팅 이용 동의'를 클릭하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단체를 운영하는 소수의 자본가들과 권력자들에게는 분명 더욱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기계를 통해 누군가에게 지배 당하고, 그 그림자에는 '편리함'이라는 먹이가 있다는 점이 조금은 꺼림칙하게 느껴졌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사고하지 않는 인간, 생각하지 않는 인간... 이는 어쩌면 정말 무서운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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