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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Sep 03. 2020

자주 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글로 나아가는 이 


물, 눈물, 물에 젖으면 몰캉몰캉, 물렁물렁 해지는 것, 물이 스민 곳에 씨가 싹을 틔우고 싹이 난 곳에 나물이 자란다. 비바람 치고 누군가 밟아도 다시 일어서는 풀처럼 드리고 다시 물이 내린다. 


가슴이 답답할 땐 '물' 한잔 들이키고 심호흡을 한다. 물이 가슴을 적실 수 있을까. 한번 토하고 나면 아, 하고 오는 탄식과 함께 밀려오는 좌절감, 하지만 이내 다시 해봐야겠단 생각이 든다. 


당신을 간만에 떠올리니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때의 감정과 시간이 점차 흐려지고 있다. 그때 우리는 강한 결핍 속에서 마주했다. 생각이 난다. 당신의 마지막 얼굴. 당신이 힘들어 나를 찾고, 나도 힘들어 당신을 찾고 그런 일이 다시 올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축복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당신이든 나든 마음이 힘들고 지칠 때 마음껏 울고 소리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떄론 아이처럼, 때론 바보처럼, 때론 삶을 모두 지은 노인처럼. 우리는 무엇이 무서워 이토록 내려놓는 걸 힘들어할까. 자연이 우리의 몸이 될 수는 없을까. 


'내일'은 이미 도착했고 나는 유통기한이 지난 오늘을 바라보며 한 숨을 손에 쥔다. 오늘이 상하지 않길 바라며 내일을 갈망했다. 오늘과 내일의 경계는 언제 무뎌지는가. 절대자의 은혜로 우리는 하루를 다 살 수 없다. 어떻게든, 보내야 하는, 이별이 있듯. 


-글로 나아가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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