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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Nov 08. 2020

나그네, 22세기 인간을 지배하는 방법

글로 나아가는 이 


나그네처럼 지내는 게 습관이 됐다. 보이는 것에, 화려한 네온에 집착하지 않고 물처럼 바람처럼 흘러가는 일. 사는 이 세상이 마치 전부인 양 핏대를 세우지 않는다. 그 순간 그 자리를 뜨면 그곳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사라진다. 잊는다. 흔적을 지운다. 사람들은 지나치게 삶이 아닌 것들에 매료된다.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디지털 음식이 급속도로 번져 우리의 뇌를 잠식했다. 틈과 여유를 잃었다. 정신적 호흡곤란을 겪는다. 반응에 집착하며, 아무런 이유없이 손을 바삐 움직인다. 21세기가 지나고 다음세기의 풍경이 궁금해진다. 소수의 자본가들이 인간을 통제하기는 더욱 쉬워질 것이다. 스마트폰 하나 쥐어주고 하늘로 솟은 거푸집에 쳐 넣으면 그만이다. 


처음에는 밥을 달라고 짖어대겠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잦아들 것이다. 자동으로 (자동화 시스템에 의해) 밥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식단에는 채소와 섬유질을 줄이고 점차 육류를 늘여간다. 그러면 그들은 더 자극적인 맛을 원하게 된다. 죽음에 가까워진다. 거칠어진 변으로 항문은 찢어지고 혈당수치는 계속 오른다. 


이를 막을 방법이 있을까? 적어도 '모르는 자'에게는 없다. 만약 수감된 그가 죽음마저 불사한 나그네라면 또 얘기가 달라질 지 모른다. 그런 나그네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담, 나는 그런 나그네인가? 아니, 아니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출처도 모르는 단어가 인류에 얼마나 치명적인 사랑을 공급했는지 모른다. 여러 방면에서 기준을 세워야겠지만, 이미 사회는 모든 기준을 넘어섰다. 


초고속 인터넷, 초고속 쇼핑, 초고속 만남, 초고속 섹스, 초고속 감성, 초고속 행복이 인간을 매도했다. 초고속 섹스를 즐기지 못하는 이들에게, 남몰래 숨어 즐기는 초광속 자위는 최고의 놀이문화가 돼 버렸다. 인간은 돼지보자도, 순수함을 잃은지 오래다. 당신이나 나나 마찬가지다. 


-글로 나아가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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