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로 Nov 01. 2020

비난의 골목

글로 나아가는 이


어떤 골목을 지난다. 지나다 보면 모텔, 여관, 편의점, 노래방 등 붉은 간판들이 나온다. 언젠가부터 자리잡은 상점들. 내부에는 사람이 없다. 덩그러니 남겨진 의자들, 허름한 판자촌으로 변해버린 듯 화려한 식탁 위에는 먼지만이 쌓이고 있다. 아직도 어느 골목에는 붉은 정육점 불빛이 여인들의 살결을 비추고 있다. 조금은 무섭게 느껴진다. 마치 고기인 양 어서 팔려나가기를 기다리는 그녀들. 요즘은 썩 장사가 안되나 보다. 불빛이 듬성듬성 켜져있다. 짧은 치마을 입은 여자들의 의상은 생각보다 세련돼 보였다. 은색 원피스를 입은 한 여자에게 다가간 나는 조심스레 눈인사를 했다.


"오빠, 안녕?"  


짙은 콧소리가 섞인 여자는 서둘러 달려나와 내 팔을 껴안았다. 뭉퉁한 살결이 느껴졌다. 야릇하기보단 낮선 나라에 온 느낌. 당황한 나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아니에요..."

"뭐가 아니야?"

"그런 거 하러 온 게 아니에요."

"그런 거? 귀엽다 오빠, 몇살이야?"


여자는 능숙한 듯 나를 매장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잔뜩 긴장한 나는 굳은 얼굴로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글로 나아가는 이

매거진의 이전글 주황빛 밤이 흐르고 있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