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초, 여의도에 있는 한 잡지사에 면접을 갔다. 업계에서 예술잡지로 알려진 이 회사는 100층을 훌쩍 넘는 빌딩 고층에 자리했다. 초호화 라운지에한강뷰도 볼 수 있었다.
담당자와 1차 면접을 마친 후, 이사와의 미팅을 기다렸다. 그는 회의 중이라 좀 늦는다고 했다. 기다리는 동안 라운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와, 여기서 일하면 답답할 일은 없겠다. 돈이 좋긴하네!..."
여의도 초고층 빌딩에서
금세 엉뚱한 생각을 했다. 잠시 후, 이사와 만났고 그는 내 이력서와 서류를 살펴보았다.
"좀 정리가 안된 느낌인데요. 음... 무슨 얘기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커트. 나가리였다. 맞다. 급하게 오느라 제대로 정리를 안했다. 그는 최대한 말을 아끼며 "당신은 이 업무(에디터)의 적합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자리를 뜬 후, 난 다시 언제 볼 지 모르는 한강뷰를 좀 더 감상했다. 여유 있게 책도 읽었다. 이 여유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지, 참 아직 철이 없다.
찝찝한 기분을 안고 지하철 환승로를 걷는데, 한 할머니께서 혼자 카트를 끌고 계단을힘겹게 오르고 있었다. 주변엔 아무도 없었고, 이미 계단에 오른 나는, 카트를 대신 들어 드렸다.
그리고 다음 개찰구로 향했다. 그런데 누가 갑자기 어깨를 '툭'하고 두드렸다.
"네?"
사진=픽사베이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순한 눈매의여자였다.
"저기, 혹시 여자 친구 있으세요?..."
"어, 네, 있어..."
무안했는지 그녀는 대답을 다 듣기 전에, '휙' 돌아 자리를 떴다. 사실, 여자 친구는... 나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기분이 묘했다.
"앗싸! 엄마한테 자랑해야지!"
▲가는 길에 앉아 있습니다
근래 또 한 번 면접을 봤다. 직무는 '기자'. 글쓰기를 좋아해서 기자를 지원했다고 하면, 기자인한 지인은 이렇게 말한다.
사진=픽사베이
"기자는 글 쓰는 직업이라기 보단, 사람을 통해 정보를 얻는 일이야."
맞는 말이다. 아무렴 글만 쓰는 직업은 '전업 작가'다. 하지만 내 현실에선 불가능한 일.
내겐 글쓰기를 하면서 창업을 위한 '경영, 마케팅, 홍보' 등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물론 면접은 나쁘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대답했고, 내 목표와 의지를 확실히 드러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자기 시간이 중요해서, 싀엄싀엄 다니더라도 '워라밸(Working life balance)'이 중요하잖아요. 본인은 좀 어때요?"
"음... 제게 워라밸은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에 맞지 않아요. 무책임한 것 같아요. 세상의 어떤 성공한 사람도 젊은 시절, 워라밸을 꼬박 지켰던 사람은 없다고 하잖아요. 목표가 있으면 그것을 향해 나아가야 하고, 목표가 이뤄져 '경제적 자유'가 생겼을 때워라밸도 실현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진=픽사베이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선택과 판단은 각자의 몫이니까.
돌아가는 길, 지하철 승강장에 앉아 고민에 잠겼다.
"너무 멋있는 척 허세 부렸나..."
깜빡, 열차가 들어오지 않는 승강장인지도 몰랐다. 잠깐 책을 읽다 일어서는데, 옆에서 소리가 들렸다.
사진=픽사베이
특. 특. 특. 특.
특. 특. 특. 탁.
한 시각장애인이었다. 그는 지팡이로 뭔가를 찾고 있었다. 몇 번의 휘저음 끝에 의자에 앉았고, 가만히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내려놓은 가방에서 작은 서류를 꺼냈다. 지하철이 들어왔지만, 가만히 서류를 만질뿐이었다. 그는 마치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정확히 알고 있는 듯보였다.
나는 전철에 타서 서서히 멀어져 가는 그를 바라보았다.오후 4시경, 해가 노랗게 저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