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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Jul 29. 2022

사촌형이 죽었다

가깝고도 먼 죽음에 대하여



누군가의 죽음을 맞으러 가는 길은 늘 기분이 이상하다. 더군다나 멀고도 가까운 친족이라면 더욱이.


금요일이라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어머니께 전화가 왔다. 평소 연락을 주시던 시간이 아니라 무슨 일인가 했다.  


"네, 엄마."

"00형이 죽었데..."

"...?"


엄마의 목소리는 짙게 깔린 안개 같았다. 6년 전 여름, 다른 가족이 세상을 떠났을 때와 비슷했다. 순간,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머리가 멍해졌다. 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찾았다. 아니, 찾은 듯했다.


평소 애정이 깊거나 친하게 지내지 않았기에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걸까? 아니면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는 걸까? 여러 생각이 스쳐갔다.


내게는 형과 관련된 기억이 거의 없다. 40대 솔로이고 부리부리한 눈매와 큰 덩치를 가졌으며, 학창 시절 프로구단에 입단을 준비할 만큼 야구를 잘했으며, 오래전 큰 회사에 입사해 최근까지 다니다가 어떤 이유로 그만뒀다는 사실 정도.


10년 만에 얼굴을 마주했던 지난 명절, 형은 생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20만 원의 용돈을 내 손에 쥐어 주었다.


"객지 생활하면 돈 많이 들제? 이걸로 밥이라도 사무라."


생각해보면 추억이 없었다고 할 수도 없다. 너무 어린 시절이라 기억을 못 하는 거겠지. 세월 속에 묻힌 추억이라고나 할까.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나면 또 다른 추억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장례를 치르러 가는 길, 나는 기차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가족의 죽음마저도 글로 남기는 걸 보면, 참 잔인한 인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죽음을 기록하는 일이 형을 기억하는 하나의 방법이라면 이 또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난 몇 년간 가까운 가족들의 죽음을 3번이나 경험했다. 이제 그들은 오랜 추억 속에 잠들어 있다. 어쩌면 그리 가깝지 않아서, 추억이 많지 않아서 그렇게 아프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한편으론 두렵다. 언젠가 나와 정말 가까운 이들이 세상을 떠나면 어떨까? 나는 견뎌낼 수 있을까? 미리 떠나보내는 연습을 해야 할까? 그리고, 막상 떠났는데 슬프지 않으면 그땐 어떡해야 할까?


잘 모르겠다. 죽음 앞에선 늘 이렇게 흐물해진다. 오늘은 그냥 우울한 하소연을 이곳에 남겨둔다. 편안할 뻔했던 주말의 도입부를 앗아간 형의 마지막과, 내일이면 잊힐 무겁고도 가벼운 죽음에 대해.


형의 가는 길이 많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음 번에는 조금 더 좋은 일로 가족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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