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음표게임을 시작한지 1년이 흘렀다. 그동안 무엇이 바뀌었을까 생각해 보면 딱히 없다. 하지만 이상할 것도 없다.
말 그대로 속 깊은 대화를 나누는 모임을 만들고 싶었고, 그래서 만들었고, 많은 이들과 대화를 나눴으니까.
다만 1년간 모임을 운영하며 느낀 점들은 몇 있다. 앞으로의 말음표게임은 이 느낀 점들을 토대로 개선해갈 예정이다.
▲우리에겐 오직 깊은 대화에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하철을 타거나 길을 걸을 때 많이 드는 생각이 있다. 한 번쯤 누구나 해봤을 생각이다. 평소 사람들을 관찰하는 걸 좋아하는 나로선 이 생각을 더 자주 한다.
“모두 스마트폰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아.”
특히 젊은 세대가 더 그렇다. 이는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나타난 자연스러운 사회 현상이지만, 한편으로 보면 사람 간의 대화가 그만큼 줄었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이 현상을 옳다-그르다의 흑백 논리로 보고자 하는 건 아니다. 스마트폰이 가져온 편리함과 즐거움도 분명 크니까.
다만 난 스마트폰으로 줄어든 대화의 즐거움을 찾고 싶었다.
일상에서 매번 깊은 대화를 나눌 순 없지만 적어도 하루에 한 번, 아니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오직 나 자신 그리고 내면에 대한 대화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하고. 그렇게 말음표게임을시작했다.
1년간 약 350~400명의 청년이 모임을 거쳐갔다. 대다수는 모임의 첫 느낌을 ‘색다르다’라고 표현했다. 일단 질문카드를 통해 평소 할 수 없는 대화를 하는 것, 그리고 그 대화를 다양한 사람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신박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별다른 이견이 없는 걸로 봐서, 난 확신했다.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는 성공과 출세 같은 외적인 것들 만큼이나 내면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남은 사람은 정해져 있다, 인연 20% 보존의 법칙
1년 동안 말음표게임을 거쳐간 이들 중 처음엔 깊은 관심을 보였지만 몇 번 나오지 않고 자취를 감춘 이들도 있고, 또 누군가는 별 관심 없는 듯했지만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 누가 좋고 나쁘다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어떤 모임이든 연이 닿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다.
모임을 작은 사회로 봤을 때, 그 안에는 운영진을 포함해 많은 구성원이 있다. 운영진이야 임무가 있어 쉽게 떠날 수 없겠지만 참여하는 구성원들은 다르다.
구성원은 모임의 특성이나 사람들의 성향을 따져본 후 계속 머무를지 말지를 결정한다. 그렇게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는다.
확실한 건 인연의 순리를 바꿀 수 없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당신 혹은 당신이 속한 곳을 스쳐 지나가는 이들을 너무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
개인의 삶이든, 기업이든, 어떤 모임이든, 남는 인연은 정해져 있다. 필자의 경험상 평균 10명이 들어오면 8명은 가고 2명이 남는다.
물론 인연의 매듭을 남들보다 더 잘 잡아두는 이도 있다. 하지만 나와 우리 모임이 그렇지 못하다고 연연할 필요는 없다. 결국은 남을 사람만이 남게 된다.
인연은 물이다. 흘러가다가 필요한 곳이면 알아서 스며든다. 그게 내 마음이든, 필요에 의해서든, 보이지 않는 힘이든, 어떤 이유로든 말이다.
▲고인물이 진국이다
보통 고인물이라 하면, 발전 없이 어떤 조직 내에 자리만 오래 차지하고 있는 이들을 뜻한다. 하지만 말음표게임 같은 소모임에서는 고인물, 즉 오랫간 꾸준히 나오는 이들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고인물들은 보통 농도가 굉장히 짙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모임은 회사처럼 경제적 목적을 위해 계약을 하고 오는 곳이 아니다. 오직 자신의 기호와 선택을 따른다. 때문에 꾸준히 나온다는 건 모임이 어떤 이유로든 마음에 든다는 증거다.
그래서 모임 내 고인물은 진국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 모임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도 그들이고, 가장 날카롭고 발전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는 것도 그들이다.
따라서 모임을 잘 운영하기 위해서는 고인물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조언을 구할필요가 있다.
말음표게임에도 6개월 이상 꾸준히 자리를 지켜주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 언제 떠날지는 모르지만, 항상 감사함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말음표게임 1주년 회의 때 운영진들이32번 째 생일을 축하해 줬다. 쑥스러워서 "이게 뭐라고" 라고 말하긴 했지만 속으론 정말 고마웠다. 모임은 모임을 이끄는 운영진들의 애정만큼 더 성장한다.
앞으로도 말음표게임이 더 즐겁고 위로가 되는 모임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따뜻한 인연과 좋은 대화가 있는 곳. 말음표게임은 앞으로도 계속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