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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Jan 07. 2023

시작인 만큼 끝을 아름답게

글로 나아가는 이


#1

희망


시작인 만큼 끝도 아름답게

끝이 보이더라도 마치 영원할 것처럼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이유가 있겠거니 하며


구석진 화단에 피어난 민들레처럼

짓밟히고 콘크리트에 뒤덮여도

틈새를 찾아 뚫고 나오며

거룩한 자태를 포기하지 않는다.


불안 속 울부짖는 걸음들 속에서

가만히 숨을 가다듬는다.


살기 위해 젖어든 욕망

그 속에 갇힌 우리는

벌겋게 타오른 태양이

모든 걸 되돌려 준다고 믿으며

다시 새로운 사랑을 꿈꾼다.


하지만 너는 알지.

그때가 오면

아무도 미워할 줄 모르고

누구도 외면할 줄 몰랐던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진다는 걸.


희망은 막연할 때

비로소 타오른다는 걸.






#2

간극


걷고 또 걷는 사람들

나는 당신들이 좋다가도 싫다.

인간이라서

하지만 인간이라서


오똑 선 구두 굽

무너진 척추들


일그러진 자아와

예쁜 얼굴들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겠지 하며.


어느 날 쳐다 본 나의 거울엔

채 지나지 않은 청춘

어머니의 광대뼈

아버지의 미소

선뜻 손 내밀 수 없어

짙게 그을린 사람이 서 있다.


나는 그 사람에게 묻는다.


당신은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냐고

왜 그리로 가고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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