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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Jan 22. 2023

7년의 치아 교정, 변화는 결코 쉽지 않다

"얼굴형도 갸름해지고 웃는 모습도 보기 좋아졌다. 야~"


설날, 오래간만에 뵌 가족들이 건넨 말이었다. 2016년 말 난 치아 교정을 시작했다. 약 7년이 지난 지금, 이제 치료의 막바지에 거의 이르렀다.


사실, 고백하자면 나의 무지와 고집으로 치료가 2~3년 정도 연장됐다. 보통은 최대 3~4년이면 끝이 나지만 난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지 않았다. 시작할 때는 이렇게 길어질 상상도 못했다. 


교정은 지금껏 살면서 나를 위해 쓴 제일 큰 지출(부모님의 도움이 대부분이었다)이었다. 또한 졸업, 취업 같은 나의 중요한 시기를 함께했다.


그래서 남기고 싶어졌다. 그동안 교정 치료를 하면서 느낀 점들을. 물론 의학 지식이나 교정 팁 같은 실용적인 내용은 아니다. 그런 건 모른다. 다만 내가 쓰고 싶은 건 교정 과정을 삶에 접목해 보는 것이다.


2016년 교정 치료를 시작하던 날 찍은 기념사진




▲변화하려면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문제의식,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변화를 위해선 문제의식이 꼭 필요하다. 누군가 내게 교정을 해보면 어떻냐고 권하지 않았다면 평생 그대로 살았을지도 모른다. 물론 교정을 하기 전의 모습이 못났거나 보기 싫었던 아니다. 다만 권유를 받고 나서야 "내 치아가 가지런하지 않구나", "더 가지런하면 보기 좋겠다", "한 번 교정을 해볼까?" 하고 고민하게 됐다는 것이다. 어쩌면 치아는 딱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라 더 와닿았는지도 모른다. 만약 내면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과연 문제라고 생각했을까?  


변화를 시도하는 건 멋진 일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우린 항상 더 나은 삶을 추구하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변화의 시작은 문제의식에서 시작한다. 문제의식은 여러 이유로 생길 수 있다. 타인의 지적이나 권유, 불편한 경험, 영감을 받은 일까지.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문제의식을 가진 후의 반응이다.


그 문제의식이 어디서 왔는지, 진짜 필요한 것인지, 그를 통해 뭘 바꿀 수 있는지, 변화는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등을 진지하게 따져봐야 한다. 어떤 문제의식은 타인을 통해 무비판적으로 당신에게 주입됐을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떤 문제의식은 현실에서 바꿀 수 없는 일이라, 머리만 아프게 할 수도 있다.


"문제로 삼았다면 변화를 시도해봐야 한다. 만약 바꿀 수 없는 것이라면 문제로 삼지 말고 적응해야 한다. 나중에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 그때에 또 시도하면 된다."





▲변화는 고통스럽다. 그리고 잘 보이지 않는다 


교정을 하며 가장 아팠기간은 교정 장치(보철)을 붙이고 난 후 1년이었다. 보철의 힘을 따라 치아가 움직여서인지 입안 전체가 얼얼했다. 특히 식사를 할 때는 고통이 두 배가 됐다. 음식을 먹는 건지 통증을 먹는 건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으니까. 또 육안상으로 큰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냥 계속 보철을 끼고 고통을 견디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철사의 힘으로 이미 고정된 사람의 치아를 움직이는 것도 대단하지만 보철을 아예 치아에 붙여 버린다는 발상도 대단했다. 만약 꼈다가 빼는 있는 장치를 했다면 아직 반도 못 왔을 수도 있다.


모든 게 그렇다. 습관이든, 일이든, 관계든 새롭게 변화를 시도할 때는 고통이 따른다. 그리고 변화를 위한 주기적인 자극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금방 포기하거나 매너리즘에 빠지고 만다.


처음엔 보철이 주는 통증이 심해서 당장이라도 빼고 싶었다. 하지만 조금씩 익숙해지고 치아가 자리를 잡아가자 "아, 시간이 필요한 거구나" 하고 받아들이게 됐다. 변화를 얘기할 때, 뼈를 깎는 고통이라는 말을 괜히 쓰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관성을 경계하라. 주기적으로 점검을 받아라


모든 물체에 관성이 있듯 사람에게도 관성이 있다. 원래 살던 대로 살아가려는 관성 말이다. 교정 초기에는 치아 상태를 보러 매달 점검을 받으러 갔지만, 시간이 지나고 치아가 자리를 잡아가자 병원에서도 내원 빈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덩달아 내 마음도 풀어졌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나는 방문 예정이었던 날짜를 자꾸 어기기 시작했다. 이미 교정이 거의 완료됐는데 "뭐가 문제겠어"라며 관리도 소홀히 했다. 그렇게 교정 유지 장치는 훼손됐고, 치아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점검 예정 날짜를 한참 지나 병원에 방문했을 때, 의사 선생님은 치아가 많이 돌아가서 다시 임시 유지 장치를 만들어 껴야 한다고 말했다.


적지 않은 지출이 발생한다는것도 스트레스였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은 나에 대한 실망도 컸다. 그때 "나를 바꾸기는 정말 쉽지 않구나" 다시 한번 느꼈다.


자연의 일부인 몸과 마음은 인간의 무관심을 결코 그냥 허용하지 않는다. 살아있는 생명인 만큼 괜찮은지 자주 돌봐 줘야 한다. 그렇지 않았다간 언젠가는 대가를 치른다. 자업자득이란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한 사람의 치아 몇 개를 몇 mm(미리미터) 움직이는 치료 하나도 이렇게 고통스럽고 수년의 시간이 걸리는데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이번 경험을 통해 작은 다짐을 하게 된다.


"나 자신이든 타인이든 쉽게 변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내가 단 번에 변화할 수 있다는 맹세도 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바꿀 있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뭔가를 쉽게 이룬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이 믿음 하나만은 간직하고 싶다.


"부단히 노력한다면 사람은 변화할 수 있다."    


조금 오래 걸린 여정이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버텨준 나와 내 치아에게 고생했다는 격려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지금도 교정기를 끼고 씨름을 하고 있을 분들에게도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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