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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Mar 16. 2023

오늘의 날씨

글로 나아가는 이


오늘은 미지근한 태풍이 왔다. 어중간한 머리 길이처럼 이도저도 아닌 온도가 하루를 괴롭힌다. 나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그로 인해 느낀 감정들을 곧이 곧대로 표현하지는 못했다. 날씨란 알 수 없는 마음 같아서.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물론 날씨의 힘을 빌려 멋진 글을 쓴 날도 있었다. 그런 날에는 글이 지나치게 젖어있기도 했다. 하지만 완전히 젖지 않고서는 쓸 수 없기에 가끔은 예민함을 힘껏 끌어올려야 했다.


가만히 소파에 누워 오묘한 공기의 흐름을 느낄 때. 그때의 감정들. 마치 주황빛 동굴을 탐험하듯 젖어오는 얼굴들. 보고 싶지만 같이 말을 섞고 싶지는 않은 사람들. 세상에 태풍이 불어올 떄도 누군가는 그것과 전혀 상관 없는 맑은 햇살에 대한 글을 써야 하기에. 그래서 오늘의 날씨를 제대로 느끼지 못한 적도 있다.


오늘은 울컥 눈물을 쏟아내고 싶은 날씨야. 라고. 비가 많이 온다고. 내가 계획하지 않았지만 그냥 느끼는 일. 굳이 인간에게서 아름다운 점을 찾아야 한다면, 그런 부분이 아닐까. 그냥 받아들이는 일. 바보처럼 호구 소리를 들으며 아침을 두려워하지도, 방을 아쉬워하지도 않을 수 있는 용기.


그렇게 젖고 또 젖어들고만 싶은 계절이 있음을. 다신 오지 않을 순간들을. 신기한 인간들의 세계를. 망가질대로 망가졌지만 그래도 가까스로 돌아가고 있는 이 세상을. 나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테니까.


-글로 나아가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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