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내뱉는 순간 가슴이 시원해졌다. 그동안 왠지 이 말을 해서는 안될 것 같았다.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인간이 돼 버린 것만 같아서. 모두가 다 그렇게 살아서 나도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줄 알았는데 꼭 그럴 필요는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착실한 모습을 좋아한다면 그런 모습을 많이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의 본모습을 숨길 수는 없다.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언젠가 티가 나기 마련이고 지나친 가면을 쓰고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웃고 우는 모습도, 그 형태를 담는 나의 얼굴도 바뀌어 버릴 테니까.
나는 이미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다. 사회에서 다수가 살아가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게 꼭 이 사회에 잘 적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사회에 나 같은 사람도 필요하다는 걸 사회가 알게 하도록 하는 것이 사회에 잘 적응하는 것이다.
틀이 있는 이유를 생각하되 틀에 갇히지 않는다. 안전한 방식으로 사랑하되 그게 진짜 서로를 사랑하는 길인지 늘 고민한다. 인정받을 수 있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되 그 인정이 나의 천성과 생김새를 파괴하지는 않는지 매 순간 고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