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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Apr 01. 2023

[제주 라이딩 여행1] 정겨운 제주엔 바람이 분다

제주의 봄을 만나다 [2023] 

갑자기 제주. 불쑥 떠나는 것엔 재주가 없지만 이번만은 서울을 벗어나고 싶었다. 최근 한동안 쓴 글에서는 새로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집필 여행'을 계획다. 낯선 것들을 보고 듣고, 남기고 싶었다. 여행작가가 된 듯 익숙지 않은 땅의 풍경을  하나하나 기억에 새겨야지 생각했다.


난 한 번도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국내 여행이라고 해도, 대학교 3학년 때 내일로 티켓을 끊어 떠났던 15일간의 전라도-강원도 배낭여행이 유일하다. 하지만 떠나고픈 욕구는 계속 있었다. 당시 배낭여행이 정말 좋았고 지금도 삶에서 제일 행복했던 추억 중 하나로 남아있기에.


잊지 못할 추억을 쌓는다는 측면에서 여행은 우리의 삶에 큰 동력이 된다. 가끔씩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보면 기억 저 편에는 부모님과 함께 떠났던 여행의 조각들이 뇌리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삶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여행의 힘을 빌려야 한다.




비행 속 낯선 상상을 하다


13년 전 오직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왔었던 이곳 제주. 그 후엔 다시 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탑승 수속 절차를 밟는 내 모습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이래서 기억이 무섭다는 걸까.


그때와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달라졌다. 어느 하나 겹치는 부분도 없으며 그 사람과 지금까지 연이 닿은 것도 아니다. 한데 어떻게, 한 번 왔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때와 지금이 하나로 겹쳐질 수 있는 걸까.


비행기가 떠올랐다. 가슴에 묶었던 감정들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바라본 창밖은 흐릿했다. 해는 밝았지만 짙은 미세먼지가 모래 폭풍처럼 일고 있었다. 하지만 빛을 머금은 바다는 아름다웠다. 창을 깨고 당장 뛰어들고 싶을 정도였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이상한 상상을 한다. 비행기가 고장 나서 바다로 추락하고 마는 위험한 생각. 중요한 건 그 상황에서 나의 역할이다. 난 언제나 구원자이자 영웅으로 등장한다. 왜 그런진 모르겠다. 내 안에는 뭔가 세상의 영웅이 되고 싶은 욕구가 꿈틀거리나 보다.


 내 뒷좌석에 앉은 커플이 이륙 전부터 계속해서 말다툼을 다. 서로에 대한 인신공격까지 하는 걸로 봐서 상황이 심각해질 것이라 예상했지만, 언성이 커지자 여자 쪽에서 먼저 농담을 던지며 상황을 종결시켰다. 둘은 부부 아니면 오래된 연인 같았다.



사랑하는 사이에서의 갈등은 불가피한 까? 생각해 보면 나도 지금껏 연애를 하면서도 갈등이 없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일전에 어머니께  아버지와 왜 그렇게 싸우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어머니 "사랑하니까 싸운다"라고 말했다. 그때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지금은 조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여전히 어렵다.




▲내 친구 용두암


13년 전에도 그랬고 용두암은 늘 제주 여행의 오프닝을 장식했다. 용암이 솟구치다 말고 그대로 굳어버린 듯한 모습. 마치 누가 얼려버린 느낌이었다.


근처에는 몇몇 외국인들이 관광을 즐기고 있었다. 모두들 어떻게든 예쁜 사진을 찍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나도 멋진 사진을 남기고 싶어 혼자서 이리저리 포즈를 취했다.



하지만 역시나 돌아오는 건 파도의 웃음소리뿐. 셔터 소리가 난 후의 적막은 파도소리와 함께 더욱 나를 고요하게 만들었다.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려면 오직 자연의 소리에 몰입해야 한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대상을 한참을 뚫어지게 바라보아야 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나도 느끼지만 자연을 보기도 전에 먼저 핸드폰부터 꺼내드는 지독한 습관이 우리의 몸에 배어버렸기 때문이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 든 생각이지만 용두암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어떤 시인의 시처럼 더 오래 더 자세히 보았더라면 용소리라도 들을 수 있었을 .


용두암 근처에는 바다가 보이는 식당과 카페가 많이 자리하고 있다. 카페 예그리나, 바라나시 책방 등. 그리고 드넓은 유채꽃밭이 장관이다. 꽃밭에 들어가 꽃길을 걷고 싶다면, 개화 시기에 꼭 방문하길.





▲제주는 바람이 정겹다. 제주동문시장 그리고 토다게스트하우스


용두암을 뒤로한 채 걷고 걸어 제주시내 도심으로 들어갔다. 도시 속을 걷는데 서울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무슨 느낌인지 설명하기는 어렵다. 여행을 온 탓에 감정이 들떠 그럴 가능성도 있을 테니까.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제주에는 서울에 불지 않는 바람이 분다는 것이다. 당연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제주의 바람은 제주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 준다.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선 제주동문시장에는 흑돼지를 내세운 다양한 요리가 전시돼 있었다. 역시 먹을 것 앞에 장사 없듯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섰다. 관광지인만큼 다양한 퍼포먼스도 함께 곁들어졌다. 나는 한 발짝 물러나 풍경들을 구경했다. 그리고 한 식당에 들러 흑돼지국밥을 주문했다. 앞과 뒤 모든 테이블에는 술상이 한창이었다. 술을 거의 끊은 지 몇 년이 된 나로서는 익숙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술은 마시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집필 여행과 술은 어울리지 않으니까.



행선지의 마지막은 숙소. 여행 출발 며칠 전 인터넷을 뒤적이다 발견한 게스트하우스. 일단 정말 조용해서 좋았다. 별다를 것 없이 샤워를 하고 공용 공간에 노트북을 켜고 앉았다. 그래도 명색이 집필 여행인데 뭐라도 써야지 하는 생각.


과거 신촌에서 게스트하우스 스텝으로 2년간 일했던 내게 게스트하우스는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낯선 여행객의 흔적을 기록하고 새기고, 그 뒤를 정리한다는 측면에서 꽤나 낭만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행 중에는 글이 더 잘 써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그렇지 않았다. 오래 걸어서 피곤해서 그런가? 퇴근을 하고 집에 누웠을 때의 피곤함과는 또 다른 피로감이었다.


(왼쪽) 토다게스트하우스, (오른쪽) 장산다방


그래. 여행이니까. 글은 여행을 마친 후에 기억 상자를 열어 하나씩 되짚어보자. 내일부터는 이번 여행의 테마인 자전거 일주가 시작된다. 제주의 바다를 가슴에 모두 안고 돌아가야지. 엄 꼭 그래야지. 어떻게 온 여행인데.




<1일차 간단 여행 정보>


15:40~16:50 김포~제주(이스타항공, 비행기값 39,000원/유류할증료 미포함)

~용두암 이동(43-2번 버스, 30분 소요)

17:30~17:50 용두암 감상

~재주동문시장 이동(도보 27분)

18:30~19:40 동문재래시장[밤까지 장사한다고 함] /돼지 순대국밥에 밥 두그릇 / 10,000원  / 먹을거리가 엄청나게 많음, 관광객도 많음

->기념품 종류가 많아 사기가 좋다.

19:40~22:00 장산다방[22시까지 영업] / 카페 / 제주 생강 라떼 / 글쓰기

~ 숙소 이동(도보 20분)

22:40~ 토다 게스트 하우/ 1박 19,000원  / 파티 없어 조용하고 쾌적함 / 공용 화장실과 샤워실을 사용해야 하지만 깔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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