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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Jul 22. 2023

진정한 '나이 듦'이란 무엇인가?

헤르만 헤세의 '어쩌면 괜찮은 나이'를 읽고

품격 있는 산문과 시로 만나는
헤르만 헤세의 '나이 듦 수업'








7월. 찌는 여름. 극한 호우를 반복하던 하늘이 요 며칠 조금 잠잠해졌다. 하지만 결코 무난하진 않다. 찌는 열기가 다시 찾아왔기 때문이다. 지구가 많이 멍든 것 같다. 만물도 인류의 괴롭힘을 더 이상 방관하지 않고 파업을 감행 중이다. 너희가 나를 괴롭히면 더 괴롭힐수록 너희의 터전은 병들어 가리라. 


중년의 헤세가 쓴 에세이를 읽으며, 그는 참으로 글쓰기를 즐기고 사랑했던 사람임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대중에 알려진 유명한 소설도 많지만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대부분 에세이에 담겨 있으리라 생각한다. 


난 오십 이후의 삶을 아직 살아보지 못했다. 아직은 어떨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나이에 대한 그의 이야기에는 기억에 남는 문장들이 많이 있었다. 그 내용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보려 한다.


-글로 나아가는 이






나이가 드는 것은 사실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물론 예순다섯이나 일흔일곱이 된 남자도 더 젊은 사람처럼, 

적어도 서른이나 쉰 되는 사람처럼 건강하고 건장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인간은 불행하게도 

자기 자신의 나이와 항상 같은 단계에 머물러 있지 않다. 

종종 마음속으로 더 앞서 있으며

대개는 그것보다 더 뒤처져 있기 일쑤다. 

그렇기 때문에 자각과 삶의 정서는 육체보다 덜 성숙하고 

자연스러운 외양에 저항하게 되며

스스로 해낼 수 없는 것을 자기 자신에게 요구하게 된다. 


-어쩌면 괜찮은 나이 中. 헤르만 헤세






나이에 지나치게 연연해서도 안되지만 나이를 무시해서도 안된다. 나이는 시간이라는 파도를 동반해 삶을 조각한다. 이는 막을 수 없는 일이다. 하나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방치해서도 안된다. 나이를 먹는 건 모두가 같지만 그 파도로 삶을 어떻게 깎아 나가느냐는 사람마다 천지차이다. 나이가 들었다 해서 모두 지혜로워 보이는 건 아닌 것처러 말이다. 사랑이라는 파도로 삶을 다진 사람은 그 인품의 모양도 분명 상당히 아름다울 것이다. 


서른의 언저리. 젊다면 젊고 나이가 들었다면 들었다고도 할 수 있는 나이. 나이를 의식하지 않으려 열심히 노력하지만 잘 안된다. 그렇게 할 수 없는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일까. 


그런 것 같다. 나이를 잊어야 할 때도 있고 잊지 말아야 할 때도 있는데, 진짜 나이를 먹는다는 건 그걸 잘 구별할 줄 아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글로 나아가는 이






젊은이들에게는 그들 나름대로의 존재의 의미가 있다. 

찾아 나서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물론 그들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나이 든 사람에게 있어서 찾아 나선다는 것은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진 책임을 

스스로에게 지운 채, 객관적인 것

자기 자신과 자신의 근심 그 이상의 것

꼭 필요한 것이나 성스러운 것

존경할 만한 것을 찾는 것이다.


그런 것을 찾는 게 아니라면 

그 탐색은 실수이고

인생을 허송세월한 것이 되고 만다.


(중략)


굳이 종교적인 말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는 영적인 삶이 그 두 개의 극 사이를 

오가 야만 한다고 진실로 믿는다.

젊은이의 과업, 동경, 책무는 

앞으로 무엇인가가 되어가는 것이고

성숙한 인간의 과업은 스스로를 내맡기는 것이다.

혹은 언젠가 독일의 신비주의자가 말했듯이

'벗어나는 것'이다. 


완벽한 인간과 참된 특성을 가진 인간이 되기 전에

다시 태어나는 아픔의 산고를 겪어야 진정한 

한 인간으로서 성장할 수 있다.


-어쩌면 괜찮은 나이 中, 헤르만 헤세






나이듦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물론 아직 젊어서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진정 나이를 먹는 건 나이를 먹고 있다는 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 하나둘 숫자가 늘수록 삶의 모양과 향기는 조금씩 변해간다. 그건 몸의 노화일 수도 관계의 쇠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새파란 젊음과 다르게 '나이 듦'만이 알려줄 수 있는 것도 있다고 믿는다. 바로 오랜 세월 속에서도 지켜낸 가치와 자신만의 신념을 발견할 수 있는 것. 그게 진정한 앓음다움-아름다움이 아닐까.  



우리의 나이 듦이 조금은 더 순수하고 자연을 닮았으며, 그래서 영영 변하지 않는 보석과 같았으면 한다. 


-글로 나아가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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