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바다는 잘 있습니다, 당신도 잘 있습니다 [2023]
동해 바다는 잘 있습니다
-글로 나아가는 이
동해 바다는 잘 있습니다. 파도의 인사는 거칠었지만 그 눈빛은 여전히 맑았습니다. 당신과 보고 싶은 울림이었어요. 욕심의 삶이 부질없게 느껴졌습니다. 파도는 존재만으로 시이고 음악이며 과학이었습니다. 그리고 파도는 이미 영원을 살고 있었습니다. 파도처럼 살고 싶었어요.
나의 여름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한 풀 꺾인 바람과 함께 저물어 갑니다. 순간을 사랑하다 보면 과거, 미래와 같이 빛바랜 시간들이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사실 그들은 없어도 되는 것이겠지요. 일상이란 이름으로 우릴 잠식해 버리고 때론 삶의 의미조차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릴 테니까요. 하지만 완전히 내버릴 수 없는 십자가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겠죠. 다 알 순 없지만 너무 많은 현실을 지고 가진 말아요. 부디 우리의 삶이 지루한 행복 같은 문장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한없이 부서지지만 아름다운 파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