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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관승 Dec 12. 2018

업무 글 말고 나의 글.

컨플 정리는 그렇게 하면서 왜 나는 내 일기장도 없는 것인가.

뜨끔.. 다시 생각난 목요일의 글쓰기
글쓰기 스터디 하실 분

평소처럼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던 평온한 11월의 어느 오후 2시 19분, 팀 메신저를 통해 우리 팀 디자이너 이지가 슬랙에 아래와 같은 멘트를 날렸다.

Ezy
"글쓰기 스터디 하실분"
"히트인의 독후감 방 만들어주세요"

아차.. 그 순간은 나를 약 11개월 전의 어느 화요일 강남에 위치한 구스 아일랜드로 데려갔다.


항상 배움을 주시는 서은아 이사님과 기현이 그리고 평소 글을 읽으며 꼭 한번 만나고 싶었던 숭님과의 저녁 시간. 숭님 글을 읽고 많은 감명을 받은 터라 "글을 어찌 그리 꾸준히 그리고 잘 쓰세요?"라고 물어봤던 기억이 있다. 숭님은 회사 팀원들과 목요일마다 글을 쓰는 모임을 가지고 있다며, "한 명 두명이서 꾸준히 글을 써내려가는게 힘들지만 다같이 함께 하면 재밌게 쓸 수 있어요!" 라는 띵언을 날려주셨다. 그 순간 얼마나 감명을 받았는지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다음과 같이 글을 남긴 기록이 있을 정도다.

느낌표까지 써가며 다짐했는데!


인간은 같은 다짐을 반복한다고 했던가. 강남 구스아일랜드에서의 다짐은 온데간데 찾기 어려운 11개월이 지난 평온한 11월 오후 팀원의 슬랙을 보며 다시 금 다짐을 했다. 글을 쓰자!


슬랙, 컨플루언스 말고 내 일기장

결심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다. 가장 큰 어려움은 "글감"에 있다. 어떤 글을 쓸 것인가 기존의 고군분투기 처럼 올 하반기 겪고 있는 마케팅 고군분투기를 적을까? 아니면 스타트업에서 느낀 내 개인적인 소감을 적을까? 내가 올해 어떤 일을 했는지 기록을 찾기 위해 자연스럽게 팀 위키 컨플루언스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내 업무의 기록을 읽으면서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 팀 위키 그리고 컨텐츠 작성을 위해 셀 수 없이 나의 업무에 대한 기록을 남기면서 정작 온전히 나를 위한 기록을 글로 정리한 일기장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 이후 나는 글감을 찾기보다는 왜 나는 내 이야기를 글로 적어내려가지 못하였는지 진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왜 글쓰기 훈련을 하고 싶은지 그 이유를 정리해보았다.


#1. 글 앞에서는 한 없이 작아진다.

내 감정, 의견, 기분의 글을 쓰겠다고 다짐하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나는 한 없이 작아진다. '에이.. 이런거 써서 뭐해', '어후.. 정말 글 못쓰네', '뭐 부터 시작해야하지..' 누가 옆에서 뭐라고 하는 것도 누가 검사를 하는 것도 아닌데 글만 쓰려고 하면 나는 한 없이 작아진다.


#2. 그럼에도 글을 잘 쓰고 싶다.

그럼에도 나는 단순히 글을 잘쓰고 싶다. 내용이 탄탄하고 엄청난 필력을 가진 글이 아니라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두려워 하지 않고) 글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싶다. 사랑스러운 조카와 시간을 보낼때는 그 기분이 얼마나 기쁜지 글로 기록하여 나타내고 싶고 힘든 시기에는 무엇이 나를 괴롭히는지 글로 기록하여 시간이 흐른 후 읽어보았으면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이 어른이 될수록 글쓰기의 힘은 그 시간에 비례하게 커진다. 글로 내 의견을 잘 나타낸다는 것은 나를 나타낼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다' 내가 가장 신뢰하는 친구가 해준 이야기다. 더 이상 어른이 되기 전에 그 힘을 빨리 길러야겠다.


#3. 꾸준함이 부족해

일을 배워나가며 하다보니 가장 중요한 힘이 끝까지 밀고 나가는 꾸준함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업무시간을 진단해보면 워낙 다양한 업무를 처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 번 집중하여 업무를 처리하는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꽤나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 번 집중을 하는데 시간이 오래걸리는 스타일이다보니 무엇인가 업무 외적으로 꾸준하게 몰입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4. 완벽함 < 완성

1번 한 없이 작아지는 이유는 아마 4번의 이유가 가장 크지 않을까. 사람의 욕심이 얼마나 큰지 평생 글과는 벽을 쌓고 살아 놓고 가끔 써내려가는 글은 완벽했으면 한다.(어리석은..) 글쓰기에 있어서는 앞으로 완벽함 보다는 하나의 글을 완성하는데 목표를 두고 꾸준히 적어보려고 한다.


#5. 무엇이 되었던 '기록'의 힘을 믿는다.

현재 함께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훈(Hun)은 기록에 최적화되어있는 사람이다. 가끔은 우리가 훈파고라고 놀릴 정도로 논리로 무장이 되어있는 사람이며, 볼때마다 총명하고 하는 일마다 빈틈없이 해내는 그를 볼때마다 감탄을 하곤 하는데 그 중에서도 그 사람의 기록하는 습관을 가장 부럽게 생각한다. 자신의 모든 개인적인 일, 회사와 관련있는 일은 모든 기록한다. 그리고 그 기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제 능력을 발휘하는데, 가끔 우리가 A라고 결정했던 사안을 A가 아니라 B 아니었어? 라고 잘못된 생각을 할때 마다 귀신같이 훈이 "A에요, 내가 여기 적어놨어요" 라는 말로 그 상황을 정리해버린다. 어떠한 방식이 되었던 기록이 가지고 있는 힘은 대단한 것 같다. 그리고 그 기록의 힘을 믿는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내 생각을 계속해서 주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힘을 길러나가고 싶다. 글을 쓴다는건 내 생각을 정리한다는 것이고 어딘가에 기록하여 저장해두는 행위이기 때문에, 내 생각을 잡아가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행위를 반복적으로 꾸준히 해나간다면 어디에 속해있더라도 무슨일을 하더라도 내 의견과 내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한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완성된 나의 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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