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
8년 전 )
건너편 횡단보도에 한 여자가 걸음을 멈췄다. 여자는 멀어져 가는 일행들에게 손을 흔들며 환하게 미소 지었고, 태우는 그런 여자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감정의 변화가 물결처럼 일고 있었다. 표정이 굳어지고, 손 끝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갑작스러웠기에 혼란스럽기까지 했던 태우는, 거리에 지나쳐 가는 타인들 중에 하나일 거라, 의미를 두지 않으려 애썼다.
여자가 횡단보도를 걸어온다.
담장 위의 고양이처럼, 우월한 균형감으로 도도하고, 우아하게.
여자는 주변의 모든 것들을 빨아들였고, 태우의 심장소리만을 거리에 남겼다.
태우가 여자의 걸음 앞에 섰다.
"시간 괜찮으시면, 차 한잔 같이 할 수 있을까요?"
자신도 모르게 느닷없이 튀어나온 말에 스스로가 놀랐지만, 여자도 적잖게 놀란 모습이었다.
"저, 나쁜 사람 아닙니다."
처음 본 이성에게 자신을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 소심하고 유치하기까지 한 말이었지만, 태우의 말에 여자가 머뭇거리고 있었다.
여자의 이름은 수연이었다.
남자의 어설픈 용기를 외면할 수 없었던 수연은 커다란 눈동자만큼이나 예쁘고 착한 사람이었다. 비 오는 걸 보기 좋아했던 태우는 그녀가 소낙비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예고 없이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수연은 그렇게 태우를 흠뻑 적시고 있었다.
"누가 보면 어떡해?"
우산 속에서 자신의 입술을 만지는 태우에게 수연이 속삭이듯 말했다.
"어둡고 비 와서 안 보여."
"그래도..."
붉게 물들어 말랑한 젤리 입술, 태우는 그 입술에 이끌리 듯 입을 맞췄다. 수연의 입에서 짧게 신음이 새어 나왔고, 태우도 자신의 몸속에서 뜨거운 피가 세차게 솟구쳐 오르는 걸 느꼈다. 아찔한 순간, 태우가 팔을 기울여 수연을 조심스럽게 뒤로 눕혔다.
"비 때문에 잔디가 흠뻑 젖었어."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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