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의 꿈속에서 3화

가면 쓴 아이

by 진혁

물결이 찰랑거리며 얼굴에 닿았다. 눈을 뜬 수아가 주변을 살피더니 놀란 표정으로 일어섰다. 주변이 물과 억새로 뒤덮인 습지였기 때문인데, 낮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밤도 아닌, 애매모호한 그 어디쯤에 수아는 덩그러니 혼자였다.

어디로 가야 하나? 그는 어디에 있을까? 막막한 질문들이 물음표를 달고 있었지만, 수아는 음침한 습지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뭐지?"


수아가 가던 걸음을 멈췄다.

첨벙거리는 물소리가 들리지 않았기 때문인데, 수아가 발을 구르며 이리저리 움직여 봤지만, 소리가 없긴 마찬가지였다.

이상했다.


수아는 타인의 잠재의식에 미러링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자신의 자아를 타인의 꿈에 동기화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데, 보기에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지난 100년간 인간이 해놓은 비약적 기술 발전과 비교했을 때, 결코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수아가 타인의 꿈속에 들어갈 때면, 보통은 바로 미러링 되기 마련이었지만, 기철의 꿈은 미러링을 방해하는 뭔가 이질적인 현상이 있었던 것 같다.


아이의 떼쓰는 소리가 적막을 깨뜨렸다.

엄마로 보이는 여자가 작은 아이의 손을 잡고, 끌다시피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얼굴에 새 가면을 쓴 아이는 여자에게 끌려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여자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아이가 일어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여자는 잡고 있던 아이의 손을 떨구며 미련 없이 뒤돌아 억새 속으로 멀어져 갔다.


바람에 날린 옷가지처럼 아이가 쓰러져 있었다. 아이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다독이며 괜찮냐고 물었으나, 아이는 수아를 거세게 밀쳐냈고, 놀란 수아의 시선이, 가면 속 아이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헉!"


잠에서 깬 수아가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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