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사기죄가 될까?

- 한치원이 구치소에 수감된 이유(검사외전)

by 로도스로

○ 검사와 사기꾼

변재욱(황정민)은 업무 방식이 터프하기로 유명한 검사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사를 합니다. 양아치를 합법적으로 까기 위해 검사가 되었다며 폭력을 행사하기도 합니다(물론 이건 범죄입니다). 그러다 사고가 터집니다. 조사를 받던 피의자가 사망하고 변재욱은 폭행치사의 혐의로 체포됩니다. 결국 변재욱은 피의자를 교도소로 보내던 위치에서 교도소의 수감자로 전락합니다.

절치부심하고 있던 변재욱 앞에 한치원(강동원)이 나타납니다. 출중한 외모와 화려한 언변으로 무장한 한치원의 주특기는 사기. 교도소에 수감된 상황에서도 여자친구에게 천연덕스럽게 미국에서 공부만 해서 한국 사람들 말만 믿었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지만, 서로의 필요에 의해 두 사람은 팀을 이룹니다. 변재욱은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한치원을 이용하기로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한치원이 먼저 교도소를 나가야 합니다. 그 말은 한치원이 사기혐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 영화, 검사외전


사기죄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교적 흔한 범죄입니다. 어떻게 하면 사기죄가 될까요?


검사외전_스틸컷_황정민.jpg <출처: 검사외전 스틸컷>


○ 사기죄의 성립요건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네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첫째, 기망행위입니다. 기망행위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해서 다른 사람을 속이는 행위를 말합니다. 대체로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해서 기망을 하지만 때로는 가만히 있는 걸로도 기망을 할 수가 있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말을 하지 않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경매가 진행 중인 여관 건물에 대해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의 상대방에게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사기죄가 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8. 12. 8. 선고 98도3263 판결). 일반적인 상식에 비춰볼 때 ‘이 사실을 상대방이 알면 계약을 하지 않겠구나’ 싶은 사항은 미리 말을 해야 하는 겁니다.

둘째, 착오입니다. 기망행위를 통해 상대방이 속아 착오를 일으켜야 합니다. 돈을 빌릴 때 돈의 용도를 속인 경우에는 어떨까요? 용도를 속여서 착오에 빠트렸다면 사기죄가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진정한 용도를 고지했더라면 상대방이 돈을 빌려주지 않았을 것 같은 경우에는 사기죄가 되는 겁니다.


셋째, 처분행위입니다. 처분행위는 직접 재산상의 손해를 초래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여기서 유의할 부분은 ‘직접성’입니다. 행위자의 다른 추가 행위가 없어도 손해가 발생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보일러 수리공이라고 거짓말을 하여 집안으로 들어간 뒤 물건을 훔치면 사기죄가 아니라 절도죄입니다. 속이는 행위가 있었지만 재산상의 손해는 물건은 훔치는 절도행위에서 발생하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착오와 처분행위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넷째, 고의입니다. 다른 사람의 재물을 침해한다는 의사와 피해자로 하여금 어떠한 처분을 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있어야 합니다. 사기의 고의가 있는지는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합니다. 처음에 돈을 빌릴 때에는 충분한 경제적 여력이 있어서 돈을 갚을 수 있었는데, 나중에 사정이 바뀌어 돈을 못 갚게 된 경우에는 사기죄의 고의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기죄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가장 많이 하는 말도 “사기의 고의가 없었다”입니다. 물론 피고인이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한다고 모두 사기가 아닌 건 아닙니다. 돈을 빌릴 당시의 경제적 상황이나 행위자가 한 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고의가 있었는지를 판단합니다.

검사외전_스틸컷_황정민 강동원.jpg <출처: 검사외전 스틸컷>

검사외전에서 변재욱은 한치원에게 황정민은 “기망과 손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으면 사기가 성립하지 않는다.”라고 말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한치원에게 무죄가 선고된 이유는 사기 칠 의도(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기망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와 고의는 구별되는 개념이므로 변재욱이 한 말과 법원의 판결은 달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기죄의 형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형법 제347조). 하지만 사기를 통해 얻은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 되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약칭: 특정경제범죄법)이 적용되어 형량이 높아집니다.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고,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때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 이런 것도 사기?

A는 B에게 아파트를 팔기로 하고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매매대금은 3억원이어서 계약 당일에 B는 A에게 계약금으로 3,000만원 지급했습니다. 그리고 잔금을 지급하는 날이 되었고, B는 잔금을 수표로 지급했습니다. 수표를 받아본 A는 적잖이 놀랐습니다. 생각했던 돈보다 더 많았습니다. 잔금에 대해 착각을 한 나머지 원래 주어야 할 2억 7,000만원보다 더 많은 돈을 줬던 겁니다. A는 살짝 고민을 하긴 했지만 굳이 말을 해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B가 실수를 한 것이니 가만히 있어도 괜찮을 걸까요?

법원은 이런 경우에도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봅니다. 매도인이 사실대로 고지하였다면 매수인이 그와 같이 초과하여 교부하지 아니하였을 것이기 때문에, 매도인이 매매잔금을 받을 때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도인으로서는 매수인에게 사실대로 고지하여 매수인의 그 착오를 제거하여야 할 신의칙상 의무를 가진다는 겁니다(대법원 2004. 5. 27. 선고 2003도4531 판결).


C는 백화점의 식품매장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당일 판매되지 못하고 남은 생식품들이 남자 그 다음날 아침 포장지를 교체하면서 가공일자가 재포장일자로 기재된 바코드라벨을 부착한 뒤 아무렇지 않게 재판매를 했습니다. 장사를 하다보면 어느 정도 속이는 행위가 개입될 수도 있으니 이 정도는 괜찮은 걸까요?

법원은 이런 C의 행동이 사기라고 판결하였습니다(대법원 1995. 7. 28. 선고 95도1157 판결).

백화점과 같은 대형유통업체에서 생식품의 포장에 “가공일자”를 표기하는 이유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신선도에 대한 신뢰를 갖고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것입니다. 소비자들 역시 백화점의 생식품 포장의 바코드라벨에 표시된 “가공일자”를 보고 그 신선도를 확인하여 매입합니다. 그런데 가공일자가 재포장일자로 기재된 바코드라벨을 부착하여 재판매하는 행위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배신하는 것으로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상술의 정도를 넘은 기망행위라고 본 것입니다.


D는 회사의 법인용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인터넷뱅킹에 접속한 다음 자신의 계좌로 돈을 이체하였습니다. 이것도 사기에 해당할까요?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인터넷뱅킹을 통해서 범죄를 한 경우에는 속은 사람이 없어서 사기죄가 아니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형법은 “컴퓨터등 사용사기죄”라는 별도의 사기 유형을 따로 규정하고 있습니다(형법 제347조의2). 컴퓨터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변경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것도 사기의 일종인 겁니다.

사기_pixabay.png <출처: pixabay>

○ 법원도 사기를 당한다?

사기는 어리숙한 사람이 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많이 배우고 똑똑한 사람일수록 “설마 내가 사기를 당하겠어?”라고 자신한 나머지 사기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때로는 법원도 사기를 당할 수 있습니다. 법원에 허위사실을 주장하거나 허위증거를 제출하여 유리한 판결을 받아 재산을 취득하는 걸 ‘소송사기’라 부릅니다.

최근 가수 김광석 씨의 사망과 관련하여 여러 의문들이 제기되는 과정에서 딸 서연양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광석 씨의 부인 서 모씨가 저작권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재판부에 서연 양의 죽음을 알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2008년 10월에 서연 양의 이름으로 음악저작권 수익에 관한 권리자 조정조서가 만들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진선미 의원은 소송사기에 해당될 수도 있다는 주장을 펼친 겁니다.

소송사기가 되려면 허위의 증거를 조작한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적극적인 기망을 해야 합니다. 우리 법원은 소송사기를 쉽게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소송사기를 넓게 해석하면 민사재판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든지 자기에게 유리한 주장을 하고 소송을 통하여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절차가 민사재판인데, 소송사기로 처벌받을 위험성을 걱정한 나머지 충분한 주장을 하지 못하면 안 된다고 본 겁니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3도712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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