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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는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가?

- 검사가 해야 하는 일, 해서는 안 되는 일(더 킹)

by 로도스로

○ 대한민국의 왕은 누구인가?

박태수(조인성)은 한마디로 양아치였습니다. 공부에는 관심이 전혀 없고 싸움질에만 열을 올립니다. 학교에서도 아예 내놓은 학생입니다. 싸움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던 박태수는 아버지가 젊은 검사에게 두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비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느낍니다. 주먹의 힘보다 더 센 힘이 있다는 걸 깨달은 겁니다. 그때부터 공부에 매진한 박태수는 서울대 법대에 합격하고 사법시험까지 통과하여 당당하게 검사가 됩니다.

서류더미에 쌓인 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골몰하면서 평범하게 검사 생활을 하던 박태수의 인생에 변화의 계기를 마련해 준 건, 체육 선생 성폭행 사건이었습니다. 자신이 가르치려는 학생들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체육 선생에게는 엄벌이 내려지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하여 법에 따른 처리를 하려고 할 때, 선배 양동철(배성우)이 찾아옵니다. 체육 선생 사건을 무마시켜주면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겠다는 유혹합니다.

그 새로운 세계란 잘 나가는 엘리트 검사 한강식(정우석)이 이끄는 전략수사3부.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그들의 힘은 막강합니다. 그들이 움직이면 재벌 회장도 벌벌 떨고 그들이 손을 대는 사건은 신문 1면을 차지합니다. 호화펜트하우스에서 벌어진 그들만의 파티에 초대된 박태수는 고민 끝에 한강식 라인을 타기로 결심합니다. 그 후에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스펙타클한 인생이 펼쳐집니다.

- 더 킹(The king)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주인공인 검사! 검사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들인지를 알아보겠습니다.

더 킹_스틸컷 2.jpg <출처: 더 킹 스틸컷>


○ 검사가 하는 일

검사의 기본적인 업무는 범죄 수사입니다. 범인을 찾아내고 범죄를 발생과정을 밝혀내는 일이 기본적인 업무입니다. 수사는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가해자를 고소나 고발을 하는 경우와 같이 타인의 요청에 의해서 시작되기도 하지만, 검찰 스스로 수사를 시작하기도 합니다.

수사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임의수사로, 강제력을 행사하지 않고 상대방의 동의나 승낙을 받아서 하는 겁니다.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을 검찰로 불러서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대답을 듣는 과정인 피의자 신문조사가 대표적인 임의수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검찰에서 전화하여 검찰 출석을 통보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못을 저지른 게 없어도 가슴이 떨리고 긴장을 하게 마련이고, 이를 이용하여 보이스피싱 범죄가 많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피의자신문조사는 임의수사이기 때문에 피의자가 반드시 출석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수사기관까지 같이 가자고 요청하는 임의동행도 임의수사이기 때문에 요청에 응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임의수사는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점에서는 매우 바람직한 수사방법이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수사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가 없습니다. 두 번째 수사방법인 강제수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강제수사는 수사를 받는 사람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수사방식입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사람의 신체를 일정 기간 동안 특정한 장소에 가둬 두는 체포・구속, 범죄와 연관된 물건을 찾아서 보관해 두는 압수・수색이 있습니다.


법적인 의미의 죄인이 되려면 형사재판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되어야 하는데, 검사는 재판에도 깊이 관여합니다. 형사재판이 시작되려면 공소가 제기되어야 합니다.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은 검사가 유일하고 이를 기소독점주의라 부릅니다. 기소할 수 있는 권한을 검사에게만 주는 이유는 공소제기의 적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입니다. 형사소송의 피고인이 되어 재판을 받는다는 건 당사자에게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므로 범죄혐의가 상당히 있는 경우에만 재판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따라서 법률과 수사에 관한 전문가인 검사로 하여금 재판청구의 업무를 전담하게 하는 겁니다. 대형사건의 경우에는 수사를 한 검사가 직접 재판에 출석하여 주장을 펼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건은 수사를 하는 검사가 공소제기까지 하고 나면 재판을 담당하는 공판검사가 구별되어 있고 재판 업무를 챙깁니다.

대검찰청_한겨레신문 기사.jpg <출처: 한겨레신문 기사>

○ 검사의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권력이나 재력을 가진 사람들이 혼인을 통해서라도 검사를 가족으로 두려는 이유는 검사가 막강한 힘을 가졌다는 걸 방증합니다. 그렇다면 검사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검사는 수사 대상을 정할 수 있습니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도 수사의 대상이 되면 굉장한 스트레스를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없습니다. 회사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수사관이 들이닥쳐 각종 서류를 챙겨가는 모습이 눈앞에서 벌어진다면 당황하지 않을 사람이 많지 않을 겁니다.

압수수색은 사람의 신체에 대해서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물건에 대해서 행해진다는 점에서 체포나 구속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수갑이 채워지면서 체포되거나 구속까지 되어 어두운 구치소에 갇혀 지내는 모습을 생각해보면 그러한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검사의 힘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수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불가피하게 피의자가 되어 수사를 받는 단계에 진입했다면 원만하게 해결되길 희망하게 될 겁니다. 최선은 검사가 혐의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무혐의 처분을 받는 겁니다. 그런데 혐의사실이 인정될 경우에는 어떨까요? 피의자의 입장에서는 기소유예가 차선의 결과입니다.

기소유예는 범죄혐의는 있지만 기소를 하지 않는 검사의 처분을 말합니다. 범죄혐의가 있는데도 기소를 하지 않는 게 가능할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가능합니다.

수사를 한 결과 혐의가 밝혀지면 반드시 공소를 제기해야 한다는 원칙을 ‘기소법정주의’라 부르고, 범죄 혐의가 있더라도 재량에 따라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 있는 원칙을 ‘기소편의주의’라 합니다. 그런데 우리 형사소송법은 기소편의주의를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즉 기소유예는 죄가 있지만 기소를 하지 않아 처벌을 받지 않게 하도록 하는 것이고, 이걸 가능하게 하는 제도가 기소편의주입니다. 쉽게 말해 잘못은 했지만 범죄를 봐주는 셈인데, 이러한 제도를 인정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얼마 전 경기 수원시의 도심가에서 알몸으로 춤을 춘 30대 여성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공공연하게 음란한 행위를 하면 공연음란죄로 1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형법 제245조). 하지만 검찰은 이 여성을 처벌하지 않고 기소유예처분을 하였습니다. 이 여성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었습니다. 이 여성의 행위처럼 범죄행위를 한 것은 맞지만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형사소송법은 범인의 연령․성행․지능․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처벌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경우에는 기소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재량권을 검사에게 준 것입니다.

수원 나체춤 기소유예_SBS.jpg <출처: 다음 뉴스 화면 캡쳐>

재판 단계에서도 검사는 힘을 발휘합니다.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부분은 구형입니다. 유죄가 인정되면 그 다음에 결정해야 하는 건 형의 종류의 정도인데, 이걸 양형(量衡)이라 합니다. 예를 들어, 법정에서 증인이 허위의 진술을 하면 위증죄로 처벌받는데 형법에서 위증죄의 처벌 범위로 정해 놓은 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징역과 벌금 중에서 어느 형벌을 부과할지 만약 징역이라면 몇 년의 징역생활을 명할지를 정하는 것이 바로 양형입니다.

양형은 기본적으로 판사가 정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검사가 피고인에게 양형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는데, 이 절차가 바로 ‘구형’입니다. 판사가 검사의 구형대로 선고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검사의 구형 의견은 참고자료에 불과하지만 아주 무시할 수만은 없습니다. 검사의 구형보다 매우 낮게 형의 선고되면 검사는 양형에 대한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이유로 상소할 수 있어 판사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 검사가 하면 안 되는 일

검사에게 강력한 권한을 주는 이유는 공정하게 수사하여 범죄를 저지른 범인을 처벌하여 사회의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힘을 남용하는 데에서 발생합니다.

검사가 물의를 일으킨 이야기는 언론의 단골 기사입니다. 김 모 전 부장검사는 2012년 5월∼2016년 3월 28차례에 걸쳐 서울 강남 룸살롱 등에서 사업가로부터 향응을 제공받고 34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2012년 4월에는 서울동부지검에 실무수습을 위해 파견된 전모 전 검사가 여성 피의자와 성관계 및 유사 성행위를 하는 일이 벌어져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더 킹_스틸컷3.jpg

정치권력의 뜻대로 움직이는 정치검찰도 지양해야 할 모습입니다.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사문화되다시피 한 법률 규정을 무리하게 끌어들여 인터넷 논객을 구속기소하는 일과 같이 권력에 줄을 대려는 모습을 보인다면, 검찰은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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