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범자들’이 상영되지 못할 뻔한 사연은?

- "언론이 질문 못하게 하면 나라가 망해요!"

by 로도스로

○ PD수첩과 최승호PD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MBC가 보도 저널리즘을 이끌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믿고 보는 MBC”의 대표 프로그램에는 ‘PD수첩’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PD수첩이라는 프로그램이 PD 한 명의 힘으로 명성을 유지한 것은 아니지만, PD수첩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인물이 최승호 PD인 건 사실입니다.

1986년 MBC에 입사한 최승호 PD는 굵직굵직한 사건을 여러 차례 보도했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건은 2005년의 ‘황우석 박사 논문 조작 사건’이었습니다.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던 황우석 박사의 연구 결과가 실체가 없는 가짜였다는 어마어마한 사실은 온 나라를 충격과 혼란에 빠트렸습니다. 보도 직후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렸지만 차분한 이성의 눈으로 돌아보니, PD수첩의 주장이 진실이었습니다.


‘황우석 박사 논문 조작’ 이외에도 ‘검사와 스폰서’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편 등을 제작했고, ‘한국PD대상’ ‘한국방송대상’ ‘송건호언론상’을 받으며 탐사보도 PD로 명성을 떨쳤지만 MBC는 그를 해고했습니다. “MBC본부 서울지부 조합원으로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노조의 불법 파업에 동조하여 직무를 방기하고 적극 참여하였으며, PD들이 파업에 참여하도록 독려하여 회사 업무를 방해하였고, 폭력적이고 위협적인 언행으로 회사 질서를 문란케 하였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언론인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MBC에서 독립언론 “뉴스타파”로 자리를 옮긴 뒤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 보도’로 큰 화제를 낳기도 했습니다. 또한 영화에도 관심을 기울여서 국정원 간첩조작사건을 추적한 ‘자백’에 이어서, 이명박 정부-박근혜 정부 시기의 공영방송 몰락 과정을 다룬 ‘공범자들’도 제작하였습니다.

공범자들_포스터.jpg <출처: 공범자들 포스터>

‘공범자들’은 20만이 넘는 관객이 관람하였는데,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나 큰 반향을 일으킨 겁니다. 그런데 하마터면 ‘공범자들’이 개봉되지 못할 뻔한 위기가 있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온라인 후원금을 모금하여 제작된 영화 ‘공범자들’은 2017. 8. 17. 정식 개봉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자 MBC의 전․현직 임원들(김재철, 안광한, 김장겸, 백종문, 박상후, 이하 ‘임원들’)은 영화 개봉을 보름 정도 앞둔 2017. 7. 31.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습니다. 영화를 개봉하려면 자신들과 관련된 부분을 삭제해야 한다고 요청한 겁니다.

임원들이 영화상영 금지를 요청한 근거는 크게 두 가지 정도입니다.


첫째, 최승호 PD 등이 임원들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얼굴, 신체, 음성을 이 사건 영화에 삽입하였는데, 이러한 장면들은 채권자 임원들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둘째, 영화에 삽입된 주요 장면은 허위사실로 임원들의 신뢰와 명예를 훼손한다.


○ 초상권과 명예권

자신의 얼굴, 신체적 특징을 함부로 촬영당하거나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인 초상권은 헌법 제10조에 의해 보장되는 권리이고 초상권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불법행위가 됩니다(대법원 20014다16820 등). 하지만 초상권은 만능의 무기가 아닙니다. 초상권이 문제되더라도 침해행위로 달성하려는 이익의 내용․중대성, 침해행위의 필요성과 효과성 등을 고려하여 피침해이익보다 침해를 통해 달성되는 이익이 클 경우에는 침해행위가 정당성을 가집니다. 공적인 인물을 다루는 경우에는 초상권 침해로 인한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뉴스에서 각종 비리에 연루된 정치인들, 사건 사고를 낸 유명인들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겁니다.

‘공범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는 MBC가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취재를 방해하고, 회사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어떻게 배제하는 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 일에는 임원들이 깊이 관여하였음이 상식적인 추론이므로 MBC의 실태를 밝히기 위해서 임원들의 출연이 불가피했습니다. 또한 영화에 등장한 장면은 외부 강연, 출판기념회 등 공개적인 장소에서 주로 촬영하였고, 임원들이 언론사의 고위 간부로서 공적인 인물에 해당한다는 점도 초상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명예권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언론출판의 자유와 개인의 명예보호 사이에는 대체로 상충되는 이해관계가 존재하기 마련인데, 판례는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이고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 사안에 대한 것이며 그 표현이 진실이거나 진실에 가까운 것인 때에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임원들은 영화에 나온 내용이 허위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법원이 “영화에서 제기한 내용이 전부 사실이다.”라고 명확하게 확인하여 준 것은 아니지만, 여러 증거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볼 때 대체로 사실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즉 김재철 전 사장이 청와대에 가서 야단을 맞았던 일, 안광한 사장이 특정인 아들을 MBC 드라마에 출연시키도록 압력을 행사한 일, 김장겸 전 사장이 세월호 사건 사망자 유가족을 지칭하며 “완전 깡패네.”라고 언급한 일, 백종문 전 부사장이 최승호 PD의 해고 사유가 없다고 말한 일 등이 허위 사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덧붙여서 의문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할 지위에 있음에도 전혀 해명을 하지 않는 임원들의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공범자들_스틸컷2.jpg <출처: 공범자들 스틸컷>

○ 표현의 자유, 그리고 언론의 자유

역사적인 인물 혹은 논쟁적인 사회 이슈를 다룬 영화가 개봉될 때 상영금지를 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법원은 헌법이 보장된 표현의 자유 및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취지, 언론사가 가지는 감시와 비판의 기능 등을 고려하여, 상영금지가처분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구체적으로는 ‘트루맛쇼’ 사건(서울남부지방법원 2011카합297), ‘방황하는 칼날’ 사건(서울중앙지방법원 2014카합80285), ‘천안한 프로젝트’ 사건(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13카합339), ‘왕의 남자’ 사건(서울고등법원 2006라503) 등에서 상영금지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공범자들_언론의 자유.jpg <출처: 공범자들 스틸컷>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는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으나 유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언론이 질문 못하게 하면 나라가 망해요!”라는 영화 속 대화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헌법재판소(헌재 1999. 6. 24. 97헌마265)는 다음과 같은 입장과 일맥상통합니다.


국민이 듣고, 읽고, 보는 이른바 알권리는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매체의 보도에 의존하는 바가 크고 이 보도를 통한 정보는 활발한 비판과 토론을 할 수 있게 하여 국민의 정치에 대한 높은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라는 결과를 이끌어 내게 된다. 국민이 바라는 정치를 하는지를 감시하고 권력을 가진 자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을 보장하며, 소수의견을 외면하지 않는 정치적 언론이 숨쉬는 열린 공간에서 여론을 수렴하여 그것을 다수의사로 결집·형성하는 과정을 갖는 것은 우리들 모두가 만들고 가꾸는 민주제의 참된 모습인 것이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본다면 다양한 사상과 의견의 자유로운 교환을 위한 열린 공간의 확보와 언론매체에 의한 정보의 전달은 민주제의 필수불가결한 본질적 요소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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