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사건’의 전말은?

- 범죄에는 처벌이 뒤따른다.

by 로도스로

○ 이태원 햄버거 가게에서 일어난 일

사건이 발생한 건 1997년 4월 3일 밤입니다. 밤 9시경 서울 용산구에 있는 햄버거 가게에서 패터슨과 그의 친구 에드워드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가게 화장실 옆 복도에 설치된 탁자에 앉아 햄버거를 먹고 있었습니다.

패터슨은 그 자리에서 에드워드로부터 “나가서 아무나 칼로 찔러봐라. 빨리 나가서 누군가 쑤셔버려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때 하필이면 당시 22세이던 피해자 조중필 (이하 “피해자”)씨가 자신들의 일행 옆을 지났습니다. 피해자가 화장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자 피터슨은 실제로 사람을 칼로 찌를 용기가 있는지 여부를 시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패터슨 혹은 에드워드 둘 중 누군가가 “I'm going to show you something cool. Come in the bathroom with me(뭔가 멋진 것을 보여줄 테니 화장실에 나와 함께 가자)”라고 말한 다음, 에드워가 피해자를 뒤따라 남자화장실 쪽으로 가고, 패터슨도 에드워드를 뒤따라 남자화장실 쪽으로 갔습니다.

에드워드는 먼저 위 남자화장실에 들어가 세면대 앞에서 손을 씻는 척하면서 패터슨이 실제로 칼로 피해자를 찌를 것인지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패터슨은 화장실에 들어가 오른쪽 소변기 앞에서 소변을 보는 피해자를 발견하였습니다. 피해자의 오른쪽 뒤편에 있는 대변기가 설치된 칸의 문을 열어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한 다음, 오른손으로 접이식 칼을 잡고 피해자의 목 오른쪽을 2회 찌르고 1회 베고, 자신을 향해 돌아선 피해자의 가슴을 2회 찌르고, 오른팔을 휘두르면서 대항하는 피해자의 목 왼쪽을 4회 찔러 잔인하게 살해하였습니다.


○ 살인범은 에드워드?

사건이 발생한 화장실에는 피해자를 제외하고는 패터슨과 에드워드만 있었으므로 둘 중 한 사람이 범인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 상대방이 범인이고 자신은 지켜보기만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처음에 살인범으로 재판을 받은 사람은 에드워드였습니다. 피해자보다 덩치가 더 크다는 이유 등에서였습니다. 패터슨은 에드워드와 함께 재판을 받았지만 패터슨에게 적용된 범죄사실은 살인이 아니라 흉기인 칼을 소지하였고, 증거를 인멸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에드워드에 대한 재판에서 1심과 2심은 에드워드가 범인이 맞다며 유죄판결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달랐습니다(대법원 1998. 4. 24. 선고 98도421 판결).

범인은 에드워드가 아니라 패터슨으로 보인다는 취지였습니다. 다시 재판을 한 고등법원은 에드워드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에드워드 리.jpg <출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이제 남은 건 패터슨입니다. 하지만, 검찰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던 틈을 이용하여 패터슨은 이미 한국을 떠나버렸습니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도록 패터슨은 미국에서 평온한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을 계기로 이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패터슨을 송환해서 재판을 받게 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고, 결국 패터슨은 피고인 신분으로 다시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적용된 죄명은 ‘살인’입니다.


○ 살인범은 패터슨!

1심부터 3심인 대법원까지 모두 패터슨이 진범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6도15526 판결). 그 근거는 무엇일까요? 현장에는 패터슨과 에드워드 두 사람 밖에 없었고 두 사람 중 한 명은 범인이고 다른 한 명은 목격자이므로(조금 더 엄밀하게 표현하면 법원은 두 사람이 공범이라고 봄) 두 사람 중 누구의 말이 더 믿을만한 것인지를 판단하면 됩니다.


두 사람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패터슨: “피해자를 따라 화장실로 들어가 세면기 오른쪽 부분과 왼쪽 벽 사이에 기대 서 있었는데, 에드워드가 소변을 보고 있던 피해자의 오른쪽 목 부위를 칼로 찔렀다. 피해자가 왼손으로 상처 부위를 감싸며 돌아서자, 에드워드는 피해자의 가슴과 왼쪽 목 부위를 찌른 후 칼을 바닥에 버리고 화장실을 나갔다. 이후 피해자가 내 쪽으로 다가와, 세면대 오른쪽 부분에 등을 기댄 채 두 손으로 피해자를 밀친 다음 바닥에 떨어진 칼을 들고 화장실을 나왔다.”


에드워드: “화장실 세면대 앞에서 손을 씻으면서 거울을 보았는데, 패터슨이 갑자기 피해자의 오른쪽 목을 칼로 찔렀다. 내가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 보니, 피해자가 돌아서서 패터슨을 때리려는 순간 패터슨이 피하면서 피해자의 몸과 왼쪽 목 부위를 계속 찔렀다. 이후 패터슨이 에드워드를 밀치면서 화장실을 빠져나갔고, 피해자가 구석에 쓰러질 때 나도 화장실을 나왔다.”


법원은 현장에 남아 있는 혈흔 등에 비추어 보면, 에드워드의 주장은 특별한 모순이 발견되지 않으나, 패터슨의 주장은 쉽사리 해소하기 힘든 논리적 모순이 발생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패터슨의 진술과 같이 범행 당시 패터슨이 세면대 오른쪽과 벽 사이에 서 있었다면, 패터슨의 몸에 가려 피가 묻지 않는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도, 실제로는 왼쪽 소변기부터 세면대까지 이르는 벽에 빈 부분이 없이 핏자국이 죽 이어져 있었던 것이죠.

이태원 살인사건_현장 재연.jpg <출처: 연합뉴스>

범행 이후에 일어난 상황도 패터슨이 범인이라는 결론을 뒷받침해주었습니다. 패터슨은 다른 사람이 자신의 피 묻은 셔츠를 불태우는 것을 내버려 두었고, 범행 도구인 칼을 하수구 도랑에 버리는 등 범인이 범행 후 증거를 인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행동을 하였지만, 에드워드는 옷을 갈아입지도 않은 채 다른 사람을 만나러 갔고, 이후 집으로 가서 옷을 그대로 벗어두었습니다.


○ 패터슨의 반박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

패터슨도 나름의 반박을 하긴 했습니다.


먼저, 이미 관련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다시 유죄 판결을 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한 번 판결이 선고되고 그 판결이 확정되면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는 다시 판결을 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의 원칙이란 게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일사부재리의 원칙은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만 적용됩니다. 에드워드의 경우에는 이미 무죄 판결을 받고 확정되어 다시 살인죄로 재판을 받을 수 없지만, 패터슨은 다릅니다. 과거에는 살인죄로 재판을 받은 게 아니라 흉기 소지와 증거인멸로 재판을 받은 것이고 이번에는 살인으로 재판을 받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거짓말탐지기의 결과가 패터슨에게 유리하게 나온 것도 주장하였습니다. 거짓말탐지기의 검사결과 패터슨의 진술에 대해서는 거짓말이라고 볼만한 특이한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에드워드의 진술은 거짓말이라고 볼만한 반응이 나타나긴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법원은 거짓말탐지기의 검사 결과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고 단순히 참고용도로만 활용합니다.


이태원 살인사건_패터슨.jpg <출처: 뉴스1>

징역 20년이 과하다는 주장도 했으나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피해자는 젊은 나이에 무참하게 살해당했습니다. 살해당할 아무런 이유도 없었습니다. 단지 그 시각,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이 불행이었습니다. 갑자기 소중한 사람을 잃은 피해자의 가족은 사건이 발생한 이후로 약 20여년간 극심한 고통 속에 살아왔습니다. 그런데도 패터스은 범행을 자백하고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에드워드에게 죄를 전가하면서 억울함만 강변하였습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20년이 결코 많지 않다고 본 겁니다.


20여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결국 패터슨은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태원살인사건은 “범죄에는 반드시 처벌이 뒤따른다”는 당연한 사실이 한 번 더 확인시켜 준 사건이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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