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유시민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유는?

- 짐승의 비참함과 성인의 고귀함

by 로도스로

○ 전직 정치인 유시민

유시민은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요?

‘썰전’과 같은 시사 교양 프로그램부터, ‘무한도전’, ‘알쓸신잡’ 등의 예능 프로그램까지 종횡무진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유시민은 방송인입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국가란 무엇인가’ 등의 다수의 책을 펴내는 걸 보면 유시민은 작가입니다.


현직 방송인이자 작가인 유시민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 전직 정치인이기도 합니다.


“정치는 위대한 사업이다.
짐승의 비천함을 감수하면서 야수적 탐욕과 싸워
성인의 고귀함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이다.”(유시민)


국회의원 이해찬의원 보좌관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인 그는, 개혁국민정당을 창당하였고,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으며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일하였습니다. 또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출사표를 던지기도 하였습니다.

유시민 대선 예비후보_뉴시스.jpg <출처: NEWSIS>


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07년 8월의 일입니다. 유시민은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선거후보자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 후보로 등록하였습니다. 유시민은 후원회를 설립하여 자금을 조달하였는데, 1달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약 3억원 가량의 돈이 모였고, “유시민 후원회”는 유시민에게 2억 7,500만원을 기부하였습니다.


하지만 유시민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는 못했습니다. 후보자 단일화 여론이 일자 대통령선거후보자의 지위에서 사퇴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문제가 생겼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유시민에게 후원회로부터 기부받은 후원금 전체를 납부하라고 통지한 겁니다. 이러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통보는 정치자금법에 따른 것이었는데, 유시민은 정치자금법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 정치자금: 양날의 칼

무슨 일이든 그렇지만 정치를 하는 데에는 돈이 필요합니다. 정치자금은 정치인이나 정당이 정치활동을 위하여 사용하는 비용을 말하는데, 정치자금은 정치부패의 근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숱한 뉴스를 통해서 접해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숱한 정치인들이 몰락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불법적인 돈을 받아서입니다.


하지만 정치자금은 정치를 위하여 꼭 필요한 수단이라는 긍정적인 면도 가집니다. 정치자금을 아예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라 제대로 관리되게 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법이 “정치자금법”입니다. 정치자금법은 자금을 조달할 때 법이 정한 엄격한 절차와 방법에 따르고, 정치활동을 위해서만 지출되어야 한다는 점 등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치자금 사용.jpg <출처: 노컷뉴스>


후원회는 정치자금의 기부를 목적으로 설립・운영되는 단체인데, 후원회에 관한 당시의 정치자금법 조항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구 정치자금법(2008. 2. 29. 법률 제88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 (후원회가 해산한 경우의 잔여재산 처분 등)

③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대통령선거경선후보자 ㆍ당대표경선후보자 및 국회의원선거의 예비후보자가 후원회를 둘 수 있는 자격을 상실한 때(정당의 공직선거 후보자선출을 위한 당내경선 또는 당대표경선에 참여하여 낙선한 때를 제외한다)에는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잔여재산은 제40조의 규정에 의한 회계보고 전까지 국고에 귀속시켜야 한다.

2. 후원회지정권자

후원회로부터 기부받은 후원금 총액 (사망한 경우에는 사망 당시까지 지출하고 남은 잔액을 말한다)


이 조항에 따를 때 경선에서 낙선한 대통령선거후보자는 후원회로부터 기부받은 후원금 중 선거비용 등으로 사용하고 남은 잔여재산만을 소속 정당 등에 인계하면 됩니다. 하지만 유시민과 같이 당내경선을 끝까지 마치지 않고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에는 선거비용으로 사용하고 나은 재산만이 아니라, 이미 선거비용으로 지출한 금액을 포함하여 후원금 총액을 국고에 귀속하도록 정해 놓고 있는 겁니다.


이처럼 정치자금법이 당내경선에 참여하여 낙선한 사람과 당내경선조차 참여하지 않은 사람을 차별하고 있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정치활동을 하는 것에 관한 진정한 의사가 있는지를 판가름하기 위해서입니다. 즉 별 생각 없이 재미삼아 혹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선거에 후보자로 참가하는 일은 예방하기 위하여 정치자금의 반환액수를 다르게 규정하고 있는 겁니다.


○ 평등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선거에 참여할 권리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합니다(헌법 제11조 제1항). 하지만 헌법에서 말하고 있는 평등은 어느 경우에나 동일하게 대우하는 기계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차별도 가능합니다. 문제는 어떤 때가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경우인지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어땠을까요? 헌법재판소는 당내경선 참여여부에 따라 정치자금의 처리방법을 다르게 정해 둔 정치자금법 조항은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헌재 2009. 12. 29. 2007헌마1412).

그 이유는 대통령 선거과정이 고도의 정치적인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정치를 하나의 생물에 비유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정치지형은 수시로 바뀝니다. 이에 따라 대통령선거후보자는 여론의 동향, 정치적인 변화, 경제 여건의 변화 등 다양한 상황변화를 이유로 하여 후보자가 되는 것을 포기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정치세력간의 경쟁과 타협도 부단히 일어나고 그 결과에 따라 경선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실정치의 실상을 고려할 때, 당내경선에 참여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대통령선거경선후보자를 차별하는 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본 겁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고 우리 헌법은 선거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선거의 자유는 입후보자가 될 자유, 선거운동을 할 자유, 선거권자가 의사를 형성할 자유, 투표의 자유 등을 모두 포함합니다. 입후보의 자유는 기본적으로는 후보자로 나설 자유를 의미하지만 입후보하였던 자가 참여하였던 선거과정에서 이탈할 자유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정치자금법에서 대통령경선에 참여하였다가 이탈하는 경우에 이미 적법하게 지출한 선거비용까지 모두 국고에 귀속시키도록 하면, 중도에서 사퇴하지 못하고 당내경선에 이를 때까지 그 지위를 계속 유지하도록 사실상 강제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즉 대통령선거경선후보자의 선거운동의 자유, 선거과정에서 탈퇴할 자유와 같은 선거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선거, 정치.jpg <출처: pixbay>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2010년 정치자금법이 개정되었고, 이제는 경선 과정에서 중도에 사퇴하더라도 잔여재산만 납부하면 됩니다. 이 사건을 통해서 알 수 있는 사실은 법은 완벽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처음부터 구멍이 난 법도 존재하고, 초기에는 괜찮았으니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되는 법도 있습니다. 부족한 법은 적극적인 노력으로 메울 수밖에 없습니다. ‘시민’의 힘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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