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때를 그리는 추억 여행 / 지리산숲고사리

(46화) 젊음을 상징하는 나의 아이콘

by 로데우스

마음은 젊은 데 몸은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에서

젊은 그때를 그리며 지리산숲고사리를 떠올린다.

고사리와 함께 만드는 추억은 고사리를 즐기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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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좋아했던 나는 산세가 험한 설악산은 남성으로, 계곡이 깊은 지리산은 여성으로 구분했다. 강원도의 설악산은 수십 번 갔으면서도 남쪽의 지리산 종주는 젊은 시절 딱 한 번이었다. 그러면서도 지리산 숲의 풍성함을 생각하면서 그 산행을 떠올리곤 한다. 통영살이를 하다 보니 제주와 달라 매우 건조하고 양치식물이나 이끼를 탐사하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지리산의 넉넉함이 싱싱한 이끼들을 볼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곤 한다. 그에 부응하여 제주에서 온 꽃객과 함께 풍령이끼를 탐사하려 2025년 12월에 1박 2일 지리산을 찾았다.


마천에서 여관과 식당을 찾으며 여름과 겨울의 모습을 경험한다. 여름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 북적거리는데, 겨울에는 썰렁함만에 맴돌고 있다. 시니어가 된 두 꽃객이 여관방에서 마주 앉았다. 1981년 9월 30일 군대에서 제대한 새내기 직장인이었던 나는 수원역에서 “세울 꼬레아!”라고 울려 퍼졌던 바덴바덴의 함성과 1988 서울올림픽이 확정되는 순간을 함께하며 기차를 탔다. 기차는 밤새 달려 남원에 닿았고, 술에 취해 비몽사몽 해서 설렁탕조차 국물도 마시지 못하고, 버스를 타고 마천에 와서 백무동을 거쳐 장터목 산장에 올랐다.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671931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7psuibyqoljVMlJz0wEw9amdUpU%3D 지리산숲고사리 포자낭군 / 뿔고사리속은 포막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백무동을 오르는데 44년 전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앞서간 두 여성이 뒤에서 헐떡이는 두 남성에게 호루라기로 재촉하던 그 소리다. 그때 함께 했던 친구들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른다. 나이 든 시니어의 눈에는 12월 지리산 계곡도 삭막했다. 목표였던 풍령이끼는 말라비틀어진 이끼 속에서 발견하지 못했다.


힘없는 하산길에서 이번 지리산의 무모한 도전을 공감하면서도, 마천의 숙소와 식당을 알고 다음에는 더 수월하게 도전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고 후한 평가를 내렸다. 그리고 함께 한 이 분에게 제주에서 지리산숲고사리를 안내해 주기도 했었다. 그런 두 사람이 지리산과 지리산숲고사리의 추억을 공유하면서 현재도 양치식물과 이끼를 함께 찾으며 같은 주제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Nakaike 박사가 말한 고사리를 즐기는 100가지 방법 중 하나인 "좋은 고사리 친구를 갖는다."는 말의 중요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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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숲고사리(Cornopteris christenseniana)는 개고사리과 뿔고사리속이다. 지리산숲고사리를 발견한 환호와 감동은 제주의 숲이 선물한 행운이다. 뿔고사리속(Cornopteris)을 파헤치고, 탐사하는 시간을 투자한 결과에 만족감과 기쁨을 선사한 지리산숲고사리는 다른 뿔고사리보다는 만나기 어려운 귀한 놈이다. 또한 지리산숲고사리는 좀 더 젊었던 제주살이 시절과 지리산을 올랐던 젊은 시절을 함께 추억할 수 있는 멋진 양치식물이다.


지리산숲고사리 글을 쓰는데 또다른 추억이 다가왔다. 2009년 지리산 반야봉을 가는 버스에서 자기 소개 차례가 왔을 때, 28년 전의 지리산 추억을 회상하며 간다고 말하였다. 산행 후 앨범에 꽂혔던 청바지 입은 사진을 꺼내 디카로 찍어 블러그에 산행 후기로 올렸다. 설악산을 수십번 갔어도 이렇게 애뜻한 추억은 없는데, 유독 한 번간 지리산의 추억은 내 삶을 관통하는 젊은 그때의 그리움이다.

양치식물 지리산숲고사리도 또 다른 지리산 추억을 만들면서 젊은 그때의 그리움으로 뭉쳐졌다. 이제 지리산숲고사리는 젊은 그때를 상징하는 나의 아이콘이며, 젊은 그대이다. 지리산숲고사리가 살고 있는 제주의 그 숲을 다시 찾고 싶다. 젊은 그대가 그곳에서 밝게 웃음 짓는 모습을 상상한다. 나는 이렇게 재활에 성공해서 너를 다시 찾아왔다, 좀 더 활기 있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44년 전에 지리산 천왕봉에서 일출을 보고, 지리능선 45km를 걸었던 열정처럼 꿋꿋하게 살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 절실함과 그리움이 또 다른 제주살이를 꿈꾸게 한다.



#양치식물 #지리산숲고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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