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화) Adiantum은 내가 닮고 싶었던 방수기능
홍학의 다리를 닮은 섬공작고사리의 새순
잎의 방수기능은 낙상자의 염원
제주살이 막판 공작고사리 알현은 클라이막스
고사리 중에 제일 아름다운 고사리는 공작고사리일 것이다. 공작새의 아름다움을 양치식물의 이름으로 얻은 고사리이다. 제주 계곡 절벽에 흔히 자생하는 섬공작고사리에 빠진 시간들은 양치식물의 아름다움을 찾는 시간이었고, 그 아름다움을 다른 꽃객들에게 알려준 기회이기도 했다. 또한 낙상사고의 휴유증을 벗어나려는 재활의 시간에도 섬공작고사리의 잎 기능을 부러워하였다. 그러면서도 공작고사리를 보고싶은 그리움을 담았다.
절벽에서 날개를 펼친 공작새를 떠올리며 빨간 새순을 잡기 위해서 섬공작고사리를 반복해서 찾았고, 그 과정에서 절벽 곳곳에서 수많은 섬공작고사리를 만났다. 알알이 박힌 절벽의 추억 속에서 섬공작고사리의 아름다운 모습을 추리면 환호했던 순간으로 타임머신을 탄다.
공작고사리속(Adiantum)은 잎가장자리가 뒤로 젖혀진 위포막(false indusium)이 잎 뒷면의 오목하게 들어간 곳에 붙고, 그 안에 포자낭군이 위치한다. 우리나라에는 암공작고사리, 섬공작고사리, 공작고사리 3종이 서식하는데 제주에는 섬공작고사리가 흔하고, 공작고사리는 귀하다. 공작고사리 종류는 예뻐서 원예용 공작고사리를 관상용으로 많이 기르고 있으며, 흔히 아디안텀(Adiantum)이란 이름으로 시중에서 판매된다. 공작고사리속의 속명 Adiantum은 그리스어 a(부정)와 diantos(젖다)의 합성어이다. 즉, 공작고사리 종류의 잎은 방수기능이 있다는 뜻이다.
낙상사고 후 다리는 철심을 박는 수술를 하고 허벅지까지 통깁스를 했다. 낙상사고 때 꺾어진 왼손의 새끼손가락은 힘줄 연결수술을 하고 왼팔에 반깁스를 했다. 그러니 씻지 못하는 것이 가장 고역이었다. 병원 입원 동안 거품티슈로 아내가 등과 팔을 닦아 주었다. 퇴원하고도 왼쪽 팔과 왼쪽 다리에 깁스를 풀지 못하니 갑갑하기 이를 때 없다. 화장실 욕조 턱에 앉아 왼손과 왼발을 높이 들어야 아내가 반샤워를 시킬 수 있을 뿐이다. 왼팔과 왼다리를 커다란 비닐장갑으로 싸멘 후 샤워하는 상상을 한다. "내 몸이 섬공작고사리 잎이라면 샤워 걱정은 하지 않을 텐데" 하는 쓴웃음을 짓는다.
정말 방수기능이 있을까? 하면서 섬공작고사리 잎을 젖게 하고 살펴봤던 제주 계곡의 추억이다. 낙상사고가 났던 절벽을 섬공작고사리가 산다는 이유로 그리워하는 아일러니라니, 불확실성을 안고 누워있는 얼굴에 어떤 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떠났는지 나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추상화가 그려져 있을 것만 같다.
제주에서 공작고사리가 산다는 것을 안 것은 2021년이다. 그리고 낙상사고가 난 것은 2022년이다. 재활을 하면서 공작고사리에 대한 그리움이 커져 2023년 다리에 철심을 박은 채로 포천으로 달려 공작고사리를 보고 환호했다. 2024년 다리에 철심을 빼고 다시 목발로 재활을 시작했다. 피나는 재활 후 가을 한라산 계곡에서 공작고사리를 보는 행운을 얻었다. 공작고사리의 클라이맥스를 맞은 마음은 환희와 후련함, 그리고 뿌듯함이었다.
제주살이를 마치고 통영살이하면서 버섯탐사를 위해 매월 통도사에 간다. 2025년 봄날 통도사 자운암 산기슭에서 공작새를 보았다. 꼬리의 전체 모습은 공작고사리, 꼬리의 선명한 무늬는 섬공작고사리의 잎과 포자낭을 닮았다. 멋진 무늬를 가진 공작새의 아름다움이 고사리의 이름이 되고, 유럽의 공작의 작위도 공작새에서 따오지 않았을까? 불현듯 떠오르는 의문은 암공작고사리의 모습으로 이어진다. 그 행운은 혹시 2026년이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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