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고사리의 꿈 / 가는잎개고사리

(49화) 무성아에서 나온 포자체와 설경

by 로데우스

내가 촬영한 양치식물 최고의 사진

가는잎개고사리 무성아 포자체와 설경

선덕여왕고사리(Sundeok Lady Fern)의 꿈을 꾼다.


가는잎개고사리 무성아 포자체


양치식물에 취미를 붙이면서 가장 활홀했던 순간을 떠올리면 가는잎개고사리의 잎 조각의 끝마다 돋아난 무성아에서 나온 포자체들이었다. 엄마고사리가 어린 고사리들을 등에 업은 모습을 상상하면서 혼자 주먹을 쥐면서 흥분의 마음을 아기 고사리 잎에 퍼부었다.



가는잎개고사리 무성아 포자체 설경


그해 겨울, 눈이 발목을 덮을 정도로 많이 내린 어느 날, 가는잎개고사리의 어린 포자체들이 보고 싶어 눈길을 달렸다. 삼나무 숲에 내린 폭설은 풀을 덮고 고사리를 덮었다. 기억을 더듬어 지형을 살피고, 삼나무 수형을 보며 가는잎개고사리를 보았던 곳을 더듬었다. 간신히 서식지를 찾아 눈을 파헤쳤다.

가는잎개고사리 아기들아! "이 겨울에 어떻게 지내니?" 하는 마음으로 손이 시려도 장갑이 젖어도 눈을 쓸었다. 드디어 가는잎개고사리가 눈에 덮여 쓰러진 모습을 본다. 그렇다면 아기들은? 잎에 눈을 털었다. 아기들은 살아있었다.

엄마가 눈에 덮여 쓰러지면 아기들은 땅에 놓여진다. 아기들은 스스로 뿌리를 내리고 새로운 가는잎개고사리로 성장한다. 가는잎개고사리의 무성생식, 만세다 만세, 짝짝 박수를 쳐준다. 뿌듯한 마음을 갈무리하고 원래 모습대로 가는잎개고사리를 다시 눈속에 묻어 주었다. 가는잎개고사리는 나의 양치식물 중 최고의 이미지이다.


가는잎개고사리 잎에 붙은 가시 모양의 돌기


한국식물도해도감2 양치식물에 "가을에 엽축의 선단 부근에 무성아가 생긴다"는 글을 읽었다. 한국의 양치식물에서 "사마귀 같은 혹" 무성아 사진을 보았다. 인터넷 검색에서 무성아에서 나온 잎(포자체)을 찾았다. 무성아와 포자체의 이미지가 그려진다.


가는잎개고사리를 볼 때마다 무성아를 확인했다. 그러나 무성아가 생기는 경우는 아주 드물었다. 서귀포 숲속에서 무성아 1개를 발견했다. 가을에 또 갔는데 무성아는 말라 포자체로 성장하지 못했다. 가는잎개고사리 무성아 포자체는 염원이 되었다.

그 염원에 대한 가는잎개고사리의 배려는 대박이었다. 삼나무 숲에 누워 가는잎개고사리 무성아 포자체를 본다. 흙과 낙엽이 만든 쾌쾌한 냄새를 맡으며 카메라 초점을 맞춘다. 가슴이 두근두근, 이 모습을 홀로 본다. 중축의 끝에도, 우편의 끝에도 아기 고사리들이 매달린 모습은 황홀을 선물했다.



가는잎개고사리 무성아 새순


사랑을 줄 수 있는 것도,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도 모두 아름다움이다. 보물 찾듯 헤메다가 웹에서도 보지 못한 풍경을 보다니 가는잎개고사리 무성아에서 싹튼 포자체들은 자연이 나에서 선물한 특별한 아름다움이다. 어찌나 사랑스럽고 예쁜지 숲을 떠나기 싫었다. 가는잎개고사리의 섬세한 아름다움이란 말의 느낌이 서서히 다가온다. 텍스트에서 감정으로 스며드는 그 미세한 떨림이 느껴진다. 여성처럼 아름다운 고사리들이 하늘거리는 숲이다.



가는잎개고사리 포자낭군


위키 자료에 따르면, 엄마고사리(mother spleenwort)는 꼬리고사리과의 아스플레니움 불비페룸(Asplenium bulbiferum)을 말하며, 뉴질랜드 고유 양치식물이다. 닭과 병아리고사리(hen and chicken fern)라는 이명도 있으며, 식용도 가능하다. 종명 bulbiferum은 "구근을 가진(bearing bulbs)"이라는 뜻이다.

엄마고사리는 잎 표면에 많은 무성아들을 만들고, 무성아가 5cm 정도 자라면 땅에 떨어져 번식한다. 잎 표면에 수많은 아기 고사리들이 있는 모습을 보고 엄마고사리의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해서 이름지었을 것이다. 양치식물 자연사에서 엄마고사리 삽화를 보고 수백개의 무성아를 만든다는 글귀에 놀랐다.


구굴에서 엄마고사리 이미지를 익히고, 가는잎개고사리의 잎을 자세히 보면서 무성아를 찾고 찾았다.
가는잎개고사리의 무성아와 포자체들은 나의 양치식물 탐사에서 가장 멋진 추억으로 아른거린다.

낙상사고를 당하여 재활하고 2년 후 다시 찾았다. 아! 환경이 변했다. 가는잎개고리의 무성아와 싹튼 어린 고사리들을 본 곳은 잘린 삼나무 기둥들이 쌓여 표고재배장으로 변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연장할 방법은 무엇일까?



우편 끝부분의 무성아에서 싹뜬 어린 가는잎개고사리


개고사리속(Athyrium)을 영어로 Lady Fern Genus라 한다. 빅토리아 여왕의 이름을 딴 빅토리아 레이디 펀(Victoria Lady Fern)이라는 고사리는 레이디개고사리(Athyrium filix-femina)의 재배 품종인데, 잎의 끝이 깃털처럼 갈라져 있고 십자가 모양으로 보여 많이 재배되고 있다고 한다. 양치식물의 자연사 저자도 개인적으로 매주 좋아하는 고사리라고 썼다.

나는 우리의 토종 가는잎개고사리(Athyrium iseanum)의 우세종을 품종 개량하여 선덕여왕고사리(Sundeok Lady Fern)이란 이름으로 널리 퍼지는 상상을 한다. 야생에서 아주 드물게 보이는 무성아가 아니라 언제나 볼 수 있는 무성아를, 쉽게 재배할 수 있는 가는잎개고사리를 그린다. 고사리는 조연이 아니라 주연의 자리에 놓고 싶다.


가는잎개사리는 잎은 부드러운 초질이고, 끝이 뾰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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