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토종 감자를 찾아라

줄고사리 - 마니아의 독특한 사랑

by 로데우스

화분의 추억

감자를 찾은 희열

마니아의 독특한 사랑


제주 빈집을 보살펴준 분이 줄고사리 화분에 물을 주고 보내온 사진 (2022-06-10)


보스톤줄고사리(Nephrolepis exaltata)는 잎이 늘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늘어진 잎줄기가 아름다워 식물원이나 상점 등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으나

우리나라 자생 줄고사리(Nephrolepis cordifolia)는 잎이 늘어지지 않는다.


줄고사리의 뻣뻣한 잎이 곧게 자라는 특성 때문에

열대지방에서는 울타리로 즐겨 심는다고 한다.

난대성고사리이므로 집안에서도 잘 자란다고 한다.


그래서 줄고사리 잎줄기 한 개를 따와 집안의 화분에 심었다.

수십 개의 우편쌍이 줄줄이 달리는 줄고사리

흰털이 많은 새순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면서 자생 식물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곤 했다.


그러던 중 뜻밖의 낙상사고와 수술, 재활이 겹쳐 오랫동안 제주를 비워야 했다.

베란다의 화분에서 자라는 나의 줄고사리에 비상이 걸렸다.

지인의 협조로 몇 번 물을 주었으나 한계가 직면했다.


아무리 건조에 강한 양치식물이라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니

8개월 만에 제주에 내려와 본 줄고사리는 처참했다.

겨우 목숨만 이어가는 형국에 미안한 마음이었다.


그러다가 1년 후 다리의 철심 제거수술로 또 제주를 비웠다.

나의 화분의 줄고사리는 기어이 말라비틀어졌다.

처음 시도한 고사리 화분의 안타까운 사연이 지인의 사진에 배어있다.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566523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EhvbGfvjGtXGmAn%2B5ZaMh%2FILN94%3D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566523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fsAPF5qXc71elmRwCGA9uJOExEc%3D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566523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G22b7p8LKCD8er%2BRni0p1B0zmlQ%3D
줄고사리 군락(좌), 새순(중), 포자낭군(우) / 곧게 서며 각 우편은 서로 겹친다.


줄고사리는 제주 해안가의 돌담이나 오름에서 자라며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네팔, 인도, 아프리카, 남북아메리카, 호주 등에서 자라는 열대성 양치식물이다

곧게 자라고, 각 우편은 서로 겹치며, 감자 같은 괴경이 달리므로

가정에서 흔히 키우는 보스톤줄고사리(더피)와는 다르다.


줄고사리의 괴경(塊莖)은 포복경 끝에 달리는데 직경 2.5cm 정도의 감자처럼 생겼다.

원래 괴경의 역할은 양분을 저장하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괴경이 모체에서 분리되면 새로운 개체로 자라나는 무성아 역할도 한다.

열대지방에 자라는 착생 양치식물은 이렇게 무성아를 많드는 종류가 많다고 한다.


img.jp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566523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c9YBIkSYtadYdKgPPXKSAcynh3k%3D 줄고사리 괴경


줄고사리의 감자 같은 괴경을 지인의 텃밭에서 본 후

야생에서 감자를 찾는 미션을 수행했다.

줄고사리 자생지를 수없이 찾아가 바닥을 살피기를 반복했다.


나의 제주살이는 야생화와 양치식물을 찾은 야생의 생활이었다.

점심 도시락으로 삶은 감자를 먹으며

유럽에 감자가 전파되는 과정을 상기하며 피식 웃기도 했다.


아일랜드에 전파된 감자가 북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끌었으나

아일랜드 이 외의 지역 사람들에게는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래서 독일은 감자 심기 명령도 내리고, 프랑스는 교묘한 방법도 썼단다.


프랑스 루이 16세는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머리에 감자 꽃을 꽂고 다니도록 했고

왕실의 텃밭에 감자를 심고 왕실 수비대가 지키도록 했다.'

농부들은 감자를 소중하게 생각하기 시작했고, 감자를 경작하였다고 한다.


감자처럼 생긴 줄고사리의 괴경을 찾으며 감자의 역사를 떠올리는 시니어는

지난한 양치식물 탐사의 어려움을 털어버리는 위로의 기억이었다.

누구의 텃밭이 아닌 야생에서 보고 싶은 줄고사리 괴경이다.


어느 날 땀을 흘리고 오른 오름의 중턱에서 줄고사리의 감자를 보았다.

그 희열은 줄고사리의 꽃말인 "매혹, 음침한 사랑, 애교 있는 성실"을 닮았다.

화분에 심어보고, 습기 많은 동굴에서 새순과 포자낭의 담느라 낑낑대고

야생의 괴경을 찾는 시니어의 발걸음이 만든 줄고사리 스토리이다.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26화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