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고 무겁고 부끄러웠으나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기쁠 책
최근에 읽은 그 어떤 소설보다 강렬하게 제 감정을 요동치게 한 책입니다. 홍은전 작가님은 노들장애인야학의 교사 출신으로 장애인들의 저항과 투쟁, 그리고 연대의 이야기를 글로 씁니다. 이후 형제복지원 피해자, 세월호 유가족, 고통받는 동물 등 약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글을 지속적으로 써서 한겨레 칼럼으로 연재하게 됩니다. <그냥, 사람>은 그 글을 모은 책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저를 놀라게 한 것은 제가 장애인의 삶에 대해 매우 무지했다는 사실입니다. 아이를 낳은 후 유모차를 끌고 밖에 나가서야 “이 엉망인 길을 장애인들은 도대체 어떻게 다니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막연하기만 했던 그들의 삶을 더 깊이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지는 못했습니다. 홍은전 작가님의 책을 통해 지하철에 있는 휠체어 리프트 벨이 너무 높이 있어 누군가 그 벨을 누르려다 굴러 떨어져 죽었다는 것을, 시설에서 지내던 장애인들이 자유와 일상을 되찾기 위해 수없이 투쟁했다는 것을, 장애인 활동보조인 지원 시간이 줄어들면 누군가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정말 이 이야기들을 몰랐을까요? 아니었습니다. 저를 스쳐간 뉴스들 속에 그와 비슷한 사건들이 분명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누군가의 고통을, 간절함을, 죽음을, 내 삶도 버겁다는 핑계로 흘려보내 왔습니다. 홍은전 작가님의 글은 그런 저의 손을 꽉 붙들고 약자들 앞으로 데려가 그들의 삶을 찬찬히 바라보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저를 붙잡은 작가님의 손은 강하고 또 따뜻했습니다. 작가님의 쓴 글의 힘인가?라고 생각했다가 이내, 작가님이 온 마음을 다해 쓴 글이기 때문에, 작가님의 몸과 마음을 통과해낸 일들이 글이 되었기 때문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책은 참 가벼웠는데 글 한 편 한 편은 어찌나 무거웠는지 모릅니다. 몇 번이고 눈물이 났고 아마도 이 책을 읽은 대다수의 독자들처럼 저도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작가님은 한 인터뷰에서 슬픔도 함께 나누면 기쁨이 되고 기쁜 일이라도 나눌 사람이 없으면 슬픈 일이 된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 마음을 함께 나눌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 곧 제 삶의 기쁨이 될 것임을 믿으며 부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그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글을 써 주신 홍은전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