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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영 Feb 16. 2021

[책 리뷰] 그냥, 사람 / 홍은전

슬프고 무겁고 부끄러웠으나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기쁠 책

최근에 읽은  어떤 소설보다 강렬하게  감정을 요동치게  책입니다. 홍은전 작가님은 노들장애인야학의 교사 출신으로 장애인들의 저항과 투쟁, 그리고 연대의 이야기를 글로 씁니다. 이후 형제복지원 피해자, 세월호 유가족, 고통받는 동물  약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글을 지속적으로 써서 한겨레 칼럼으로 연재하게 됩니다. <그냥, 사람>  글을 모은 책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저를 놀라게  것은 제가 장애인의 삶에 대해 매우 무지했다는 사실입니다. 아이를 낳은  유모차를 끌고 밖에 나가서야 “ 엉망인 길을 장애인들은 도대체 어떻게 다니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막연하기만 했던 그들의 삶을  깊이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지는 못했습니다. 홍은전 작가님의 책을 통해 지하철에 있는 휠체어 리프트 벨이 너무 높이 있어 누군가  벨을 누르려다 굴러 떨어져 죽었다는 것을, 시설에서 지내던 장애인들이 자유와 일상을 되찾기 위해 수없이 투쟁했다는 것을, 장애인 활동보조인 지원 시간이 줄어들면 누군가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정말  이야기들을 몰랐을까요? 아니었습니다. 저를 스쳐간 뉴스들 속에 그와 비슷한 사건들이 분명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누군가의 고통을, 간절함을, 죽음을,  삶도 버겁다는 핑계로 흘려보내 왔습니다. 홍은전 작가님의 글은 그런 저의 손을  붙들고 약자들 앞으로 데려가 그들의 삶을 찬찬히 바라보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저를 붙잡은 작가님의 손은 강하고  따뜻했습니다. 작가님의  글의 힘인가?라고 생각했다가 이내, 작가님이  마음을 다해  글이기 때문에, 작가님의 몸과 마음을 통과해낸 일들이 글이 되었기 때문이란  깨달았습니다.

책은  가벼웠는데  한 편 한 편은 어찌나 무거웠는지 모릅니다. 몇 번이고 눈물이 났고 아마도  책을 읽은 대다수의 독자들처럼 저도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작가님은  인터뷰에서 슬픔도 함께 나누면 기쁨이 되고 기쁜 일이라도 나눌 사람이 없으면 슬픈 일이 된다고 했습니다. 저는  마음을 함께 나눌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   삶의 기쁨이  것임을 믿으며 부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그런 마음을 나눌  있는 글을  주신 홍은전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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