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

삶의 모든 계절을 열심히 살아온 당신, 폭삭 속았수다.

by 고윤지

드라마를 좋아하는 내가 이 드라마만큼은 재생버튼을 누르기가 두려웠다.

무성한 소문들과 올라오는 쇼츠들을 무심히 지나쳐봐도 결국은 내 얘기였다. 우리 엄마 아빠의 얘기였다.

내가 울지 않을 그 어떤 방법도 없었다.

보는 내내 금명이와 한 몸이 되어 죄책감이 파도처럼 밀려와 가슴이 답답하고 코 끝이 찡해지곤 했다.




내게로 와닿은 눈물 한 방울들

그들의 봄은 꿈을 꾸는 계절이 아니라 꿈을 꺾는 계절이었다. 그렇게도 기꺼이


저 속 큰 바당도 파도로 억겁을 퍼내고 산다.


엄마를 찌르면 내 가슴에도 똑같은 가시가 와서 박혔다.


참 이상하게도 부모는 미안했던 것만 사무치고, 자식은 서운했던 것만 사무친다.


그냥 미안하단 말이하고 싶었는데 그 물컹한 덩이들이 이 입 밖으로 나가면 가시가 된다.


다른 사람 대할 땐 연애편지 쓴듯했다. 한 자 한 자 배려하고 공들였다.
남은 한 번만 잘해줘도 세상에 없는 은인이 된다.
그런데 백만 번 고마운 은인에겐 낙서장 대하듯 했다.
말도 마음도 고르지 않고 튀어나왔다.


엄마의 꿈이 나에게로 와 아주 무겁고 아주 뜨겁게 기어이 날개소리를 냈다.


성장통처럼 마음이 쑤실 때마다 마음이 조금씩 자랐다.


내가 세상에서 100g도 사라지지 않게 했다.


많이 받고 아주 작은 것으로도 퉁이 되는 세상 불공평한 사이가 우리였다.


아빠의 겨울에 내가 녹음이 되었다. 그들의 푸름을 다 먹고 내가 나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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