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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Aug 08. 2020

다시 다이어트

스무살 이래로 나는, 두 아이의 임신기간이었던 2년을 제외하고, 늘 다이어트와 함께하는 삶이다.


166센티 키인 나는 아가씨 때는 보통 53키로를 유지하며 55키로가 되면 바로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아줌마가 된 지금은 57키로를 목표로하는 58키로인데, 60키로가 되면 깜짝 놀라며 즉시 다이어트를 한다. 요즘 글쓰기에 빠져 신경도 못 썼고, 더운 여름일수록 잘 먹어야한다며 좀 많이 먹었더니.. 오늘 설마했는데 60.8이다.

로나 때만큼 찐 것이다. 5월에 이 몸무게를 보고 석달간 필라테스를 하며 58키로까지 뺐는데, 한달만에 다시 60키로대인 것이다.ㅠㅠ


그래 오늘부터 다시 다이어트.


이십년 가까이 해온 나의 다이어트 방법은 매우 심플하다.


40번 씹어서 삼키기

물을 최대한 많이 마시기

단것과 빵을 최대한 삼가기

저녁 7시 이후에는 먹지 않기

틈틈이 자세를 바르게 하고, 짧게 스트레칭하고, 가능한만큼 운동하기


이 단순한 것만 해도 살이 빠진다. 다시 말해 내가 살이 찐 이유는 이 단순한 것도 안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한편으로 다이어트가 좋다.


오래 씹어 삼키면서 밥알들을 느낄 수 있어서 좋고,

의식적으로 물을 자주 마시면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있다는 느낌이 좋고,

내가 너무 좋아하는 단것과 빵을 줄이겠다고 생각하면(아예 안 먹지는 못함) 조금씩 먹는 그 순간이 더욱 행복하게 느껴져 좋다.

다이어트를 안할 때는 보다 자극적인, 보다더 특별한 음식들을 먹고싶어하는데, 다이어트를 하면 그냥 쌀밥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지니 또 좋다.


원래 야식을 즐기지 않으므로 저녁시간에 안 먹는 게 그리 힘들지 않으면서 나와의 약속을 지켜내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어 좋고,

틈틈이 의식적으로 자세를 바르게 하고, 스트레칭 하는 것 역시 몸이 이완되고 조금더 가뿐해지는 것 같아 기분 좋다. 그리고 특별히 할 일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운동을 선택하게 되니 그또한 좋다.


또 내가 먹는 것에 집중하지 않게 되면 화낼 일도 줄어들어 좋다.

매번 아이들 밥 먹이느라 정작 내 밥은 제대로 못 먹는다. 특히 아이 둘을 데리고 외식을 할 때면 나는 아예 아이들 먹을 양만 시킨다. 어차피 내가 먹을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에 와서 폭식을 하고, 남편에게는 밥도 제때 못 먹는 내 처지를 하소연했다.


그런데 다이어트를 하면 나는 '못' 먹는 게 아니라,  '안' 먹는다. '못' 먹는 것과 '안' 먹는 것은 천지차이다. 내가 애들땜에 '못' 먹을 땐 화가 나지만  '안' 먹을 땐 전혀 아무렇지 않았다. 그러니 다이어트를 할때는 내가 먹는 걸로 속상할 일은 없어서 좋다.





다이어트는 미니멀라이프와도 통한다.

적은,  소박한 물건으로 만족하며 사는 미니멀라이프와 적게 소박하게 먹어야하는 다이어트가 닮아있다.

우리는 너무 많은 물건과 음식들로 오히려 스스로를 해치고 있다.


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하며 마음을 다잡아본다.

적게 소박하게 먹어볼 것을.

그리고 적게 소박하게 소유하고 살 것을.

대신 더 본질적인 것들에 집중해볼 것을.


다이어트는 그동안 몸에 신경쓰지 않고 절제 없이 마구 먹어 나에게 주는 경고이자, 한편으로 늘 함께 해야할 삶의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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