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3대 국제영화제

전주, 부천, 부산 국제 영화제 편

by 고태석

영화감상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기적으로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것은 쉽지 않다. 여기에 더하여 영화제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것은 더 어렵다. 일단 가장 큰 규모의 영화제인 전주 국제 영화제, 부천 판타스틱 국제 영화제, 부산 국제 영화제 중에서 전주와 부산이 서울에서 먼 것이 하나의 이유가 되겠다. 그리고 영화제의 상영작들이 극장에서 개봉하는 영화들과 약간 궤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제에 처음 갔던 것은 2014년 가을이다. 영화제를 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으나 회사 사정상 보통 여름휴가를 10월 초에 가는데, 그 해에는 부산에서 순천까지 여행을 했었다. 부산에서 군대 동기와 저녁에 약속을 했는데 하루 종일 할 일이 없었다. 당시만 해도 여행 계획은 시작점과 종착점만 정하고 훌쩍 떠났기 때문에 뭘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부산 영화제 플랜카드였다. 부랴부랴 검색해서 찾아간 부산 영화의 전당. 아무것도 모르는 영화제 초보가 발권을 하러 갔는데 다행히 구혜선 배우가 감독을 한 <다우더>라는 영화 티켓과 중국 영화 한 편을 구매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극장에 들어가려는데, 언론사라는 언론사의 카메라가 모두 와 있었다. 심지어 나랑 같이 들어가던 외국인이 나한테 왜 이렇게 카메라가 많냐고 물어보더라. 나는 그의 <다이빙 벨> 영화 티켓을 가리키며 그 영화 때문일 거라고 이야기해주었다. 당시 세월호 사건과 영화제 상영 여부를 놓고 논란이 많았기에 언론의 관심도 컸다. 아마 내가 본 영화제에서 가장 많이 언론의 관심을 받았던 것이 그때가 아니었을까 싶다.


당시 두 편의 영화를 본 기억이 너무 좋아 이듬해 휴가 땐 아예 해운대에 게스트 하우스 도미토리를 하나 잡고 영화제를 본격적으로 즐기기 시작했다. 사전에 인터넷으로 티켓 예매 전쟁을 무사히 마치고 부산으로 향하여 맞이한 첫 영화 GV(Guest Visit: 감독, 배우 등 영화 관계자와 관객과의 대화의 시간)에서 김재욱 배우를 보았는데 잘 생겼더라. 그리고 <제일 버드>라는 영화는 티켓 예매에 실패해 당일 아침에 간신히 앞에서 두 번째 줄 오른쪽 통로 자리를 하나 구했는데, 영화 상영 후 예정에 없던 GV 통보와 함께 소피 마르소가 내 옆을 지나갔다. 아마 가장 가까이에서 본 가장 유명한 배우가 아니었을까.


부산 영화제가 재밌어지자 다음 해는 부산 대신 전주로 향했다. 전주 영화제는 보통 4월 말에서 5월 초에 열린다. 부산에 해운대가 있다면 전주엔 한옥마을이 있다. 한옥마을 게스트하우스에 숙소를 잡고 전주 영화의 거리에서 영화를 보는데, 거리 자체가 영화의 거리라 사람도 많고 영화제 같다. 부산은 영화제 상영 극장들 사이에 거리가 꽤 있는 편이고 중간중간 쇼핑몰이 있어서 영화제 느낌이 잘 안 나는데 그에 비해 전주는 상영 극장들 사이의 거리도 가깝고 모두 같은 구역에 있어 동선이 편하고 영화제 느낌이 많이 나는 편이다. (그만큼 더 북적이기도 하다.) 카페에 갔다가 정재영 배우를 만나기도 하고, GV에 가서 전혜빈 배우, 한예리 배우 등을 보기도 했다.


전주까지 섭렵하고 나서, 나는 부천으로 시선을 돌렸다. 부천 영화제는 주로 7월 초에 열리는데, 부산 영화제와 비슷한 느낌이다. 역시 상영관들이 대부분 쇼핑몰 꼭대기에 있고 멀리 떨어져 있어 영화제 느낌은 많이 나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부산이나 전주에 비해 조금 매니악한 영화들이 많이 상영되는데, 선정적이거나 고어적인 상영작들이 많으니 심신이 미약하신 분들은 예매에 조금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대신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하드코어 한 영화광들에게는 최고의 영화제나 다름없다.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영화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미개봉이거나 개봉 예정인 영화들이 많다. 그래서 예매할 때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영화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는 가운데서 예매를 해야 하는 것이다. 감독에 대한 정보와 간단한 시놉시스, 몇 장의 사진만으로 영화를 판단해야 하기에 어렵다. 그리고 하루에 볼 수 있는 영화가 최대 4편(의지가 있어도 상영 시간이 겹쳐 4편 이상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이고, 한 작품이 영화제 기간 내내 2~3회 상영하기 때문에 시간표를 잘 짜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시간표에 짠 대로 예매가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필자의 경우는 일단 한국 영화는 가급적 GV가 있는 영화 위주로 정한다. 그리고 해외 영화제 수상 작품의 경우는 조금 더 고민하는 편인데, 영화 평론가들이 좋은 평점을 주는 영화는 일반인 입장에서는 재미가 없는 경우가 꽤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외 다큐멘터리 영화는 제외. 단편 영화는 모두 제외. 안재홍 배우가 감독을 한 단편 영화가 포함된 섹션을 관람한 적이 있다. 단편 영화는 보통 4, 5편을 묶어서 상영하는데 마지막 편을 보고 있으면 내가 처음에 무슨 영화를 봤는지도 가물가물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나고 GV가 있었는데 갑자기 내 뒷자리에서 안재홍 배우가 일어나더니 앞으로 나가더라. 깜짝 놀랐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개봉하지 않을 것 같은데 재밌을법한 영화를 우선순위에 두는 경우가 많다. 다만, 예매 시에는 유명 배우가 나오는 GV가 있는 한국 영화를 가장 먼저 예매해야 한다.


전주, 부천, 부산 영화제는 나름의 특색이 있다. 부산 영화제는 그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상영작 중에서 국내 개봉 확률도 높은 편이다. 그런 만큼 상업 영화나 규모가 큰 영화의 비중이 가장 높다. 그에 비해 전주 영화제는 독립 영화가 부산보다 많은데, 의외로 재밌는 한국 독립 영화가 많으니 잘 고르면 재밌는 영화를 많이 볼 수 있고, 영화제 분위기를 느끼기 좋아 영화제를 처음 가본다면 전주를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부천 영화제는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하드코어 한 영화들을 메인 콘셉트로 잡고 있기 때문에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다만 최근에는 비교적 폭력성, 선정성, 잔인성이 덜한 영화들의 편성도 늘리는 추세이기 때문에 서울, 수도권에 거주한다면 부천 영화제를 경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코로나 19가 극성이다. 전주 영화제는 올해 처음으로 온라인 상영을 결정했다. 그리고 지금 진행 중인 부천 영화제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상영을 병행하고 있다. 가을에 치러진 부산 영화제는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 예매 전쟁에서 벗어나 집에서 편하게 원하는 시간에 영화를 볼 수 있는 온라인 상영의 장점은 분명하지만, GV와, 영화제의 상영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관객들의 호응이나 느낌 등이 없다는 점은 아쉬울 따름이다. 어서, 코로나 19 사태가 진정되고 오프라인에서 영화제를 다시 즐기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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