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 편
사실 조금 고민을 많이 했다. 한국영화로는 사도를, 중국 영화로는 동사서독을, 미국 영화로는 터미네이터를 꼽아보았으니 유럽 영화나 일본 영화를 다루어볼까 했지만 이거다 싶은 영화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터미네이터와 함께 가장 좋아했던 에일리언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놀라지 말고 읽어주길 바란다. 리들리 스콧이 감독을 맡은 <에일리언>의 제작연도는 무려 1979년이다. 그렇다. 한국에서는 그 해에 대통령이 암살되었고,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었다. 같은 시기에 미국에서는 이런 엄청난 영화가 리들리 스콧의 손에 의해 탄생되었다. 아폴로 13호가 달에 착륙한 지 10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기에 우주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우주화물선이 낯선 신호를 접하면서 시작된다. 혹성 LA-426에 도착한 이들은 우연히 어떤 알을 보게 되고 그 알에서 튀어나온 대게처럼 생긴 괴생명체가 승무원 한 명의 얼굴에 붙은 채 우주선으로 귀환한다.
괴생명체가 죽고, 승무원의 배에서 정체 모를 생명체가 튀어나온다. 이 생명체는 곧 허물을 벗고 커다란 괴물로 진화한다. 에일리언. 혈액은 산성 물질로 우주선을 녹일 수 있고, 강력한 신체와 재빠른 움직임은 인간을 초월한다. 눈은 없지만 감각으로 움직이는 듯한 이 녀석을 상대로 전투병들이 아닌 승무원들은 맞서 싸우기보다 도망치는 쪽은 선택한다. 에일리언 한 마리와 여러 승무원들의 추격전. 폐쇄적인 우주선과 어두운 분위기의 배경.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살짝살짝 모습만 비치는 공포 영화의 콘셉트를 그대로 답습해나가면서 리들리 스콧은 <에일리언>을 SF 공포영화로 훌륭하게 완성했다.
<에일리언>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리플리 중위(시고니 위버)는 거의 60여 년을 우주에서 동면한 채로 떠돌다가 구조된다. 하지만 회사와 다시 맞닥뜨리게 되고 화물이 실린 우주선을 폭파한 책임을 물으며 해병대와 함께 그녀를 다시 혹성 LA-426으로 파견하는 것이 <에일리언 2>의 시작이다. 1편과는 달리 2편의 감독은 제임스 카메론이 맡아 1986년 제작되었다. 1편으로부터 7년이 지난 후인데,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터미네이터>를 성공시킨 이후이고, <터미네이터 2>가 나오기 전이다. 그래서인지 포스터부터 이야기 전개, 액션 등이 <터미네이터 2>와 <에일리언 2>에서 겹쳐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1편이 철저하게 우주선 내에서의 추격전이었다면 2차전은 해병대+리플리와 퀸+에일리언 군단의 단체전이라고 볼 수 있다. 에일리언이 저렇게 쉽게 죽나? 싶을 정도로 많이 죽지만 그만큼 수가 많고, 퀸은 스케일이 다를 정도다. 공포보다는 액션에 치중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성향이 묻어난 게 아닐까 생각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뉴트라는 혹성 LA-426의 생존자를 등장시켜 리플리가 에일리언과 맞서 싸울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그렇게 리플리는 2편을 통해 여전사로 거듭난다.
그리고 1991년. <에일리언 3>이 제작되었다. 또다시 감독은 바뀌어 데이빗 핀처가 감독을 맡았다. 2편에서 살아 남아 또다시 동면중이던 리플리는 우주선 화재로 비상 탈출해 노동 교도소 행성에 불시착하게 된다. 유감스럽게도 2편의 생존자 힉스 상병과 뉴트는 모두 사망한 상태였다. 이러려고 그렇게 힘겹게 살아남았나 싶은 생각도 있지만 핀처로서도 뉴트를 생존시키기엔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뉴트가 있다면 이야기 전개가 2편과 상당히 겹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자라곤 아무도 없는 강력범들만 남은 노동 교도소 행성. 그리고 리플리. 리플리를 따라온 에일리언 유충. 이 유충이 이번엔 사람이 아닌 개를 숙주로 삼아 부화하는 바람에 크기는 조금 작아졌지만 더 재빨라졌다. 3편에서 에일리언은 1편처럼 다시 한 마리만 나오는데, 배경이 되는 행성에 군인이 없고 무기도 없는 점을 감안한 듯하다. 그래서 3편은 2편보다는 1편과 많이 닮아 있는데, 1편이 에일리언의 모습을 최대한 숨겼다면, 3편은 최대한 에일리언의 잔인함을 강조했다. 핀처 감독의 후작이 <파이트 클럽>, <패닉룸>, <조디악> 등임을 감안하면 감독의 성향도 조금은 반영된 게 아닐까 싶다.
에일리언과 마주친 리플리. 하지만 에일리언은 그녀를 공격하지 않고 돌아선다. 그리고 몸의 이상을 느낀 리플리. 신체 스캔을 통해 그녀의 뱃속에 에일리언 퀸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제 어떻게 해서든 죽을 수밖에 없는 리플리. 회사는 그런 그녀에게 에일리언을 제거해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하지만 에일리언을 무기로 쓰려는 그들에게 질린 리플리는 결국 에일리언을 죽이고 본인도 용광로로 뛰어들어 에일리언을 모두 죽인다. (물론 4편에서 리플리의 유전자로 그녀와 에일리언을 되살리긴 한다. 왜 굳이...)
1, 2, 3편을 보면서 감독에 따라 이야기의 구조뿐 아니라 전체적인 톤, 이야기 전개 등이 사뭇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후로 <에일리언>의 프리퀄이라고 할 수 있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프로메테우스>와 <에일리언 커버넌트>가 제작되었으나 이전만큼의 인기는 누릴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이제 폭스가 디즈니에 인수 합병되면서 시리즈 연장도 불투명해졌다. 그보다는 차라리 리부트가 더 가능성은 커 보이는 현실이다.
시대를 뛰어넘은 영상미와 아이디어. 서로 다른 감독이 한 시리즈를 이어갈 때 같은 점과 다른 점을 비교하기에 좋은 영화. 그러면서도 3편 모두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 그것이 바로 에일리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