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아버지의 사이에서.

사도 편

by 고태석

필자는 사극을 좋아하는 편이다. 어려서부터 부모님께서 사극을 좋아하셔서 그런 면도 있고, 스스로도 역사를 좋아하기 때문에 사극을 즐겨 본다. TV 드라마로 보면 아주 먼 옛날 <조선왕조 500년>을 시작으로 <태조 왕건>, <용의 눈물>, <왕과 비>, <장희빈>, <동이>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사극을 보았고, 영화로는 <왕의 남자>, <광해>, <동주>, <무사>, <관상>, <명량> 등 재밌게 본 영화가 많았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영화 <사도>를 소개해볼까 한다.


영화 사도는 뒤주에 갇혀 죽은 비운의 세자, 영조의 아들이자 정조의 아버지인 사도세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다. <왕의 남자>, <동주>, <박열> 등을 감독한 이준익 감독의 작품으로, 영조 역에는 기생충으로 널리 알려진 송강호 배우가, 사도세자 역에는 <육룡이 나르샤>에서 이방원으로 열연했던 유아인 배우가 캐스팅되어 부자 사이의, 왕과 세자 사이를 연기했다.


영화의 이해를 위해서는 영조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영조 이금은 숙종과 숙빈 최 씨의 아들이다. 연잉군에 봉해졌으나 숙빈 최 씨의 신분이 미천하여 숙종의 후궁이던 영빈 김 씨의 양자가 된다. (드라마 <동이>에서는 인원왕후(오연서 분)의 양자로 들어간다.) 영빈 역에는 전혜진 배우가, 인원왕후 역에는 김해숙 배우님이 맡았는데, 김해숙 배우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는 여전했다. 인원왕후는 숙종의 장자이자 장희빈의 아들 경종을 왕위에 올린 후 연잉군을 세제로 삼아 경종 사후 그를 영조로 즉위시킨다.


여기서 영조는 꽤 많은 콤플렉스를 가지게 된다. 어머니의 신분이 미천했다는 점. 형인 경종이 죽으면 아들이 뒤를 이어야 하지만 경종이 후사가 없어 동생이 왕위에 오른 점. 그런 경종을 독살하고 왕위에 올랐다는 풍문이 돈다는 점. 그로 인해 즉위 초반에 많은 반발과 역모가 있었다는 점. 이에 영조는 매사 신중하고, 매사 조심했으며 신하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심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왕은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야. 신하들의 결정을 윤허하고 책임을 묻는 자리다."


한편 사도세자는 그렇지 않다. 그는 태어나고 싶어 왕가에서, 그것도 장자로 태어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총명했던 사도세자이기에 영조가 장자인 그에게 거는 기대는 실로 엄청났다. 사도세자는 그저 사람이고 싶었을 뿐이지만 왕으로 키우려던 영조였기에 둘은 자꾸 핀트가 어긋날 수밖에 없었다. 이는 대리청정(세자가 왕을 대신해 정치를 하는 것)을 계기로 폭발한다.


여기에 인원왕후의 죽음을 계기로 무덤을 만들고 관을 짜고 악사, 비구니, 기생 등을 데리고 놀며 점점 미쳐가는 세자를 보며 영조는 고민을 한다. 그러다가 혜경궁 홍 씨(문근영 분)가 키우는 세손을 보면서 결심을 한다. 세자가 아닌 세손에게 왕위를 주어야겠다고. 세자는 왕재가 아니라고. 마침 구실도 주어졌다. 광증이 심해지던 세자가 칼을 들고 영조가 있던 경희궁으로 간 것이다. 이를 빌미 삼아 영조는 세자를 뒤주에 가둔다.




나는 자식을 죽인 임금으로 기록될 것이다.

너는 임금을 죽이려 한 역적이 아니라, 미쳐서 아비를 죽이려 한 광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래야 네 아들(정조)이 산다.



그렇게 사도세자는 8일 후 뒤주 속에서 죽고 만다. 그 8일간의 모습을 보면서 유아인 배우가 참 연기를 잘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그리고 후에, 소지섭으로 분한 세손이 왕위에 오르는 장면으로 영화를 갈무리된다.


영화는 철저하게 영조와 사도세자를 본다. 콤플렉스가 심했던 영조. 왕이 되고 싶었던 영조. 왕이 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었던 영조. 그로서는 사도세자가 이해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힘들게 얻은 왕위를 그냥 평균만 해도 받을 수 있는 데, 왜 총명한 녀석이 사사건건 나를 거스를까. 이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영조가 숙종의 적장자였고, 정상적인 왕위 승계가 되었다면, 사도세자 또한 중전의 적장자였어도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지 궁금하다.


반면 사도세자는 왕이 되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사람이고 싶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싶은 그런 사람. 그저 아비에게 칭찬받고 사랑받고 싶었던 사람. 하지만 왕가에서 왕과 세자 사이는 부자지간이 아닌 군신 지간이었기에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그렇게, 이상과 지향점이 달랐던 아버지와 아들은 결국 조선 왕조 역사상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만다.


이 모든 것을 명품으로 만들어준 송강호 배우와 유아인 배우에게 다시 한번 찬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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