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l be back.

터미네이터 편

by 고태석

"살고 싶으면 따라와요."


카일 리스의 이 대사는 영문도 모르던 사라 코너라는 여성을 여전사로 탈바꿈시켰다. 그리고 기계인간인 터미네이터 역을 맡은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이 영화로 인해 일약 우주대스타가 되어 후에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역임하는 등 미국에서 넓은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필자의 탄생년도와 같은 해에 개봉한 터미네이터 1편은 독특하고 신선하면서도 꽤 잔인한 면모를 보여주는 영화였다. 당시만 해도 미래에 대한 상상으로만 가득하던 사람들에게 기계가 지배하는 미래의 위험성을 보여주면서 미래에는 이런 기계 인간(인조인간)이 등장할 수도 있다는 상상력을 심어주었다. 터미네이터는 로보트라는 골격 위에 인간의 피부를 덧씌워 만들어진 것으로 T-800이라는 모델명을 가지고 있다. 미래에서 '스카이넷'이라는 슈퍼컴퓨터가 기계들을 통제하며 전 세계를 다스리는데 인간 대항군이 스카이넷을 압박하자 과거로 돌아가 아예 존 코너가 태어나지 못하게 사라 코너를 죽일 생각이었던 것이다. 어찌된 일인지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존 코너 역시 부하인 카일 리스를 과거로 보낸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카일 리스와 사라 코너는 터미네이터를 피해 도망다닌다. 그러다가 사라 코너는 깨닫게 된다. 자신의 아들이 될, 존 코너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말이다. 길고 험난한 추격전 끝에 카일 리스는 사망하고 사라 코너는 홀로 아이를 임신한 채 어디론가 떠나며 1편이 끝이 난다.


1991년. 터미네이터가 돌아왔다. 터미네이터 2편의 제목은 심판의 날(Judgment Day). 카일 리스와 사라 코너가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심판의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뚜둔 뚠 뚜둔'이라는 터미네이터 고유의 음악과 함께 돌아온 터미네이터는 1편으로부터 시간이 흘러 존 코너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자유분방하게 살던 학생 존 코너를 찾아온 경찰. 그리고 가죽 재킷을 입은 남자. 경찰은 터미네이터 T-1000으로 우리는 흔히 액체인간으로 불렀더랬다. 그리고 다른 쪽은 아놀드 슈워제네거. T-800이었다.


1편에서 사라 코너 암살에 실패한 스카이넷은 이번에는 존 코너를 직접 죽이기 위해 T-800보다 발전된 형태인 T-1000을 보냈다. 지금도 인상깊었던 T-1000은 어렸을 때만 해도 무섭다고 느껴질 정도로 배우 로버트 패트릭이 연기를 잘했다. (후에 터미네이터 제네시스에서 이병헌이 T-1000을 연기하기도 했는데 금방 죽었다.) 그리고 심판의 날이 올거라고 하던 사라 코너는 정신병원에 구금중이었는데 존 코너와 T-800이 그녀를 빼내는 데 성공한다. (2편에서 T-800은 존 코너를 지키기 위해 미래의 존 코너가 보냈다.)


2편에서 T-800과 존 코너, 사라 코너는 스카이넷을 연구중인 연구실을 폭파했고, 연구 책임자가 죽었으며, 폭파에도 살아남았던 T-1000을 용광로에 빠뜨려 죽이는 데 성공한다. 그렇게 해피 엔딩일 것만 같았던 이야기는 T-800으로 인해 슬픈 엔딩으로 바뀐다. 스카이넷을 없애기 위해서는 자신도 사라져야 한다면서 엄지를 치켜든 채 본인 스스로 용광로 속으로 사라진다. 아버지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던 T-800의 퇴장은 어쩌면 이제 그들이 우려하던 미래는 오지 않을 거라는 희망의 메세지였을지도 모르겠다.


이후로 <터미네이터 3>가 나왔다. 빌런인 터미네이터 T-X는 여성이 되었고, 마지막에 심판의 날이 일어나는 것으로 끝났다. 뒤이어 미래의 이야기를 다룬다며 3부작으로 나왔던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은 크리스천 베일이 존 코너를 역임했음에도 망하고 후속작이 중지되었다. 마찬가지로 <터미네이터 제네시스>로 리부트하면서 용엄마 에밀리아 클라크가 사라 코너를 맡으며 시리즈의 부활을 꿈꾸었으나 마찬가지로 흥행 실패와 함께 후속작이 중지되는, 어느덧 폭망의 표본이 되어가고 있었다.


2019년. 판권 기간이 끝나고 1, 2편을 감독했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에게 제작권이 돌아온다. 그는 <데드풀>의 팀 밀러 감독에게 연출을 맡기고,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1, 2편에서 사라 코너를 맡았던 린다 해밀턴이 돌아오는 등 제대로 된 시리즈의 부활을 알리는 듯 했다. 하지만 그렇게 개봉한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역시 원작을 뛰어넘지는 못했고, 오히려 시작부터 존 코너를 죽이는 만행을 저지르는 등, 역시나 후속작은 불투명한 상태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흔히 영화계에서는 속편의 흥행이 매우 어렵다고들 한다. 그런 공식을 깬 영화 중 하나가 바로 터미네이터가 아닐까 싶다. 언제든 다시 돌아올 것만 같은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I'll be back."과 특유의 음악은 항상 필자를 설레게 한다. 하지만 이제 그만 돌아오지 않아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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