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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태석 Dec 11. 2021

코로 먹으면 큰일 나!

알콩이 탄생 245일째

  한 달 동안 체중이 제자리인 알콩이는 대신 키가 조금 컸고, 운동능력이 발달해 거실부터 온 집을 헤집고 기어 다닌다. 이제 아빠가 출근했다가 저녁에 퇴근하는 문소리가 들리면 현관 쪽으로 고개를 내밀고, 내 얼굴을 확인하면 빨빨거리면서 내게 기어 온다. 하루의 피로가 확 풀리는 순간이다.


  며칠 전, 밤에 자기 전에 옷을 갈아입으면서 찡찡거리던 알콩이가 울다가 코딱지가 조금 나왔는데, 하필 본인의 입 속으로 들어갔다. 짝꿍이 서둘러 손을 씻고 입 안을 살폈으나 이미 종적을 감춘 뒤였다. 어렸을 적, 동네에 꼭 하나씩은 있다던 코딱지를 먹는 아이를 생각하며 별 탈 없으리라 생각했다.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다. 소화가 된 것 같다. 짝꿍과 둘이서 한참을 웃었다. 미안해, 알콩아.


  엊그제였다. 퇴근하려고 막 사무실을 나서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스마트폰 너머로 다급한 짝꿍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이유식을 먹다가 입가에 묻은 쌀알갱이를 알콩이가 손으로 비비다가 코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는 것이다. 호흡에 문제는 없지만 알콩이는 옆에서 울고, 짝꿍은 다급해 보였다. 나는 얼른 택시를 타고 집에 갔다.


  집에 도착하니 다행히 짝꿍과 아이 모두 진정된 상태였다. 병원을 갈까 말까 고민이 되었다. 응급실은 갈 곳이 아님을 지난 일로 명확히 알고 있지 않은가. 다음날 소아과에 가자니 백신 접종자와 감기, 파라 바이러스 환자에게 오히려 바이러스가 옮길까 걱정되었다.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찝찝하다. 결국 야간 진료를 하는 소아과를 찾아 전화를 했다. 진료 가능한 곳은 5km 정도 떨어진 병원이었다. 20시까지 진료를 하는 고마운 곳이 있다니!


  서둘러 외출 준비를 해서 소아과에 도착했다. 걱정과 달리 환자가 아무도 없었다. 덕분에 코로나, 바이러스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진료를 받았다. 의사 선생님이 아이의 코 속으로 카메라를 넣어 밥알로 추정되는 다소 으깨진 이물질을 확인하고 흡입기를 사용해 빼내었다. 하는 김에 반대쪽까지. 코딱지까지 다 빼버렸다. 그야말로 코 청소를 한 셈이다. 알콩이는 많이 울었지만 빨리 진정해 기운을 차렸다.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른다는 옛 말도 있지만, 기왕이면 안전하게 입으로 먹었으면 싶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것. 그것이 바로 육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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