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애 Nov 30. 2021

프리랜서 첫 일과 본격적인 시작 그리고 멈춤

프리랜서 첫 수입 5만원

내가 처음 프리랜서로 일을 한 것은 24살때쯤이었고 사회 초년생이던 시절이었다.

마케팅부서에서 근무했었는데 막연히 프리랜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일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때당시 도대체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대학에 편입을 했더랬다. 내가 왜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여튼 편입을 했고 그때 알게된 다른 편입생분께서 만삭이신 분이 과제 레포트 작성을 힘들어하던차에 내가 건당 5만원을 받고 해주기로했다. 나는 방송쪽이었고 그 분은 교육 전공이었는데 스터디 모임에서 선배의 선배의 친구라며 소개받고 하게되었다. 그 뒤로 두어번은 더 도움을 드린 기억이 난다. 그렇게 회사외의 일을 통해 몇만원씩 돈을 벌어보니 상당히 재미있었다. 일하며 배우는 내용도 많았기에 내가 좀 더 똑똑해지는 기분이었다. 이 일이 내 프리랜서 인생의 첫 일이었다.


이 일을 경험한 뒤, 천리안이던가 하이텔이던가... 파란화면으로 나가서 인터넷에 접속했었던것 같은데...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뭐가되었든 내용 정리하고 완성하는 업무를 할 수있으니 시켜만 달라고 글을 올려놨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말도 안된다는... 그런데 그때는 연락이 왔었다. 입시 단과학원에서 물리를 가르치시는 선생님이신데 아이들 가르칠때 사용할 학원용 고재를 만드는 중이라며 손으로 써내려 만든 문제, 출처를 모르겠는 문제집에서 오려낸 문제, 모의고사 문제 등을 너덜너덜한채로 한 뭉탱이 주고는 한글 문서로 정리해달라셨다. 페이는 200만원을 준다며 선수금 50만원을 현찰로 바로 주었다!!! 


회사 일 끝내놓고 열심히 스캔하고 타이핑하고, 한글 프로그램의 새로운 기능을 익혀가며 주말에도 사무실 나가서 작업, 두 달여만에 완성했다. 50만원이라는 큰 돈을 선수금으로 받았지만 일을 다 해놓고 잔금을 못받을까봐 많이 불안했었는데 작업을 완성해서 전달하는 날 현금으로 150만원을 받았다. 이게 내 프리랜서 인생의 첫 시작이었다.

그리고는 내가 착하고 일 잘해주어서 이쁘고 기특하다며(그때 내 눈에는 할아버지로 보였다.) 수학 선생님을 소개시켜주셨고 역시 그 선생님이 사용할 학원용 교재를 만드는 작업을 의뢰했으며 비용도 같았다. 감사했다.

이 때부터가 프리랜서로서의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물리 선생님과 수학 선생님은 다음 학기에도 내게 일을 부탁하셨고 공인중개사 강사도 소개시켜주셨다. 부동산학개론 교재를 새로 만드는데 그걸 정리해달라고 말이다.

프리랜서로서의 일 시작은 90년대 후반이었고 그때 내 월급이 160만원 정도 였다. 퇴근 이후랑 주말 시간 이용해서 일한 것으로 연 1천만원의 수입이 생겼고 더 많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때 손목과 어깨가 너무 아파서 틈틈히 물리치료 받으러 다니고했는데 그럼에도 일을 더 많이 하고 싶었다.


나는 2004년까지 쭉 많은 일을 경험했다.

전화쇼핑이 유행이던 시기라 쇼핑용 책자 만들기, 작은 기업들의 프리젠테이션 자료 만들어주기, 인터뷰 녹음 파일 정리하기, 지금은 유명해진 온라인 학습 사이트 초창기 시절 업로드할 학습 자료 만들기... 또 뭘 했드라... 하여간 이것저것 많이했고 직장 생활 내내 월급외의 소득을 꾸준히 올렸드랬다.


열심히 번 돈으로 엄마 집 사는데 보태드리고 난생 처음 연애했다 결혼하느라 쓰고, 결혼 생활과 동시에 쌓이기 시작한 빚과 생활비 감당하느라 다 쓰고도 부족해서 보험도 깨고 그랬다. 과거의 내가 너무 바보같아서 정말 창피하지만 이제는 남인 그사람에게 내 돈이 많이 들어갔다. 그때는 (정말 정말 바보같지만) 아깝다 생각하지 않았고 평생을 함께하기로 신 앞에서 맹세했으니 내가 지원하고 책임지는게 내 인생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절대 쉽게 번 돈이 아닌데 쉽게 사라졌고.. 그때의 나는 오로지 내가 책임질것들에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뿐. 남자고 여자고간에 누구라도 조금 더 능력있는 사람이 더 품어주면, 응원해주면 발전할거고 결국엔 잘살게될거라 여겼다.

결혼한 첫 해에 15년간 누워만 계시던 아빠가 돌아가셨고 그 다음해에는 큰 아이가 태어났고 전 배우자는 돈은 안가져오는데 일을 한다며 집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일을 할수 없는채로 수입없이 아이와 빚을 동시에 키우며 살게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프리랜서 일기장을 쓰기로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