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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애 Aug 20. 2021

엄마, 오빠가 용돈 좀 줘?

마음은 행동으로 표현된다

지난 달 말에 내 음력 생일이라고 엄마가 선물을 주었다.

나이가 몇인데 엄마한테 생일 선물을 받다니!

선물은 다름아닌 현금. 오만원권 지폐가 4장 들은 예쁜 핑크 봉투였다.

내가 받지 않으면 엄마가 많이 서운해하시는걸 그간의 경험을 통해 충분히 알고있었기에 이번 생일부터는 엄마가 주면 주는데로 '감사합니다'하며 넙죽 받기로했다.


기초노령연금과 내가 매달 드리는 40만원의 용돈 가지고 생활하는 엄마인데 무슨 돈이 있어서 나에게 현금을 주셨을까. 과일이나 휴지, 소모품 등 인터넷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은 내가 최대한 사서 보내드리고있지만 모든 걸 다 해결해주지는 못하니 엄마의 한달 생활은 많이 팍팍할 것이다.  내가 뭘 사다주면 돈 함부로 쓰지 말라하고, 가끔 뼈해장국 한 그릇 사먹었다해도 외식하지말고 집에서 밥해먹으라며 내가 내 돈 쓰는것도 엄청 아까워하고 절약하라고 하시는 엄마이다. 매주 사드리던 수박도 7월 마지막주로 더는 안받는다며 선전포고하신 분이다. 분명 돈 쓰지않고 쟁여뒀다가 주신거겠지... 정말 너무 감사하고 귀한 선물이었다. 이 돈을 쓰지도 못하겠고 은행에 넣지도 못하겠어서 한 달이 지난 지금도 봉투 그대로 노트북 가방에 넣은채로 가지고 다니고있다.





우리 오빠의 와이프인 새언니는 나보다 나이가 한참 어리지만 훨씬 어른 같은 사람이다. 통통 튀는 목소리 바지런한 움직임으로 하루하루를 꽉 채워 성실히 사는 사람이다.

새언니는 나와 생일이 열흘 정도 차이난다. 난 새언니 생일을 정확히 모르지만 새언니는 늘 내 음력 생일을 정확히 기억하고 나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꼭 보내준다.

새언니한테 선물을 받고 난 뒤 일주일 정도 뒤면 나도 작은 선물을 하나 보낸다. 올해 나는 스타벅스 커피 쿠폰을 받았고 일주일뒤 새언니가 극찬하며 사용하는 화장품을 보냈다.


방학중이라 엄마집에 가 있던 나의 꼬마에게 '숙모 생신이니 숙모 가져다 드려'라며 선물 전달을 부탁했다.

새언니 생일날 엄마는 꼬마를 데리고 엄마집과 한 골목에 있는 오빠네 집으로가 꼬마에게 선물을 전달하게하고 엄마도 선물로 용돈을 조금 주었다고 한다.


엄마한테는 '잘했어~'라고 했지만 우리 엄마가 돈이 어디있단 말이냐.

오며 가며 알뜰살뜰 챙겨주는 며느리 생일에 작은 선물을 하고픈 엄마의 마음을 잘 알지만 딸 생일이라 얼마, 며느리 생일이라 얼마... 이렇게 나가면 한 달 생활이 힘들텐데 진심 너무 걱정되었다.

나 20주고, 며느리 20주었다면 내가 지난 달 준 40만원은 이미 사라지고 없지 않은가.






엄마 통장에 다시 얼마를 넣어주면 분명 화를 낼텐데... 속이 답답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엄마의 아들인 오빠가 엄마한테 용돈 좀 줄만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부모에게 뭘 하고 안하고는, 내가 부모를 사랑하기 때문이지 형제와 비교하려고 하는건 절대 아닌데 한 번 생각을 하게 되니 자꾸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아니, 내가 이정도 하면! 자기도 해야하는거 아냐?'

'엄마가 와이프 용돈줬으면 얼만지 슥~ 보고 엄마한테 얼마라도 용돈 드려야하는거 아냐?'

혼자서 지지고 볶았다.


어제, 엄마가 잠시 집에 들리셨다.

내가 좀 한가한 날이기도해서 같이 커피마시자고 오시라했다.

몇 시간을 함께 머무르며 커피 마시고, 엄마가 좋아하는 파스타 만들어먹고 하면서 물어봤다.

엄마 눈도 안쳐다보고 손톱깎으며 무심한 듯 물어보았다.


"엄마! 오빠가 용돈 좀 줘"

"응"

"정기적으로 꼬박 꼬박 줘? 아님 어쩌다 무슨일 있을때만 줘?"

"꼬박꼬박 주지!"

"아들 잘 둬서 부럽네~"


역시, 내 오빠다.






혼자서 지지고 볶았던 마음의 불이 꺼졌다.

연로하신 엄마인데, 내 엄마가 한 달을 무슨 돈으로 어찌 살아낼까 걱정하고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하는 마음을 자식이 가져주지 않는다면 엄마는 많이 외로울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라면 그럴 것 같아서 말이다.

다른 엄마들도 그렇지 않을까?


큰 총각이랑 꼬마를 앞에 앉혀 놓고 이야기했다.

이 다음에 커서 엄마가 돈을 더 이상 벌지 않는 시기가 되면 한 달에 만 원이도 좋으니 엄마한테 용돈을 주어라. 너희 둘 중 누구 하나 엄마를 외면하고 있다면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해주어라. 그리고 제철 과일이 나올때 한 번씩만 엄마에게 제철 과일을 사줘라. 마음은 행동에서 나오는거라 너희들이 행동하지 않으면 엄마는 외로울거다.

꼬마는 딸기, 수박, 복숭아... 내가 좋아하는 과일을 열거하며 많이 많이 사준다고한다.


오래전 현금 서비스 만원을 받아 딸기 한 팩과 우유 하나를 샀었다.

수입이 없던 시절이라 사실 현금 서비스를 받으면 안되었지만 정말 간절하게 아이들한테 딸기를 먹이고 싶었다. 동네 친구가 딸램 준다며 한 팩에 8천원이나 하는 딸기를 사는데 그땐 그게 너무 부러웠다.

사온 딸기 한 팩을 씻는데 침이 꼴딱 꼴딱 넘어갔다. 너무 먹고 싶어서 입맛이 절로 다셔졌다.

딸기가 혹여 조금이라도 상처날까 조심스럽게 씻는중에 다행히(?) 끝이 조금 무른 딸기가 있었고 무른 부분만 과도로 도려내 은행 크기만한 무른 딸기를 뒤돌아 아이들을 한 번 쳐다보고는 얼른 입으로 넣었다. 지금도 기억하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딸기가 그 때의 은행 크기만한 무른 딸기였다.

갯수 세가면서 홀수로 끝난 딸기는 반으로 잘라 똑같은 양을 아이들에게 먹였다.


없지만, 적지만, 주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을 부모님께도 가져야겠다. 나도 아이들한데 그런 마음을 받고 싶다.

내 아이들도 나에게 그런 마음을 가진다면 세상 행복할거다.


양육비 주기 싫어서 자식과도 연을 끊은 그 인간이 자식에게 받는 사랑과 관심이 어떤 것인지 행복한 내 모습을 통해서 훗날 꼭 알게되었으면 좋겠다. 내 몫이 아니라 체념하든 주제에 부러워하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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