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성과 타율성 사이, 어딘가의 연옥
독학재수학원이라는 공간은 어떤 곳인가?
혼자서 공부를 하겠다는 자율성의 외침과
수능 공부에는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그 사이,
자신의 자율성과 현실적인 구조 사이에서 갈등하는 연옥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그 구조자체가 모순점을 안고 있는 공간이기에,
시간의 문제만 있을 뿐 결국 모두 종말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 공간이기도 하다.
자율성을 추구하는 사람과, 시스템적인 통제의 조합?
이 얼마나 모순적인 조합인가?
통제를 원하는 사람과 통제의 조합인 재수 종합반/기숙학원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 모델이고,
꽤 오랜 기간 존속해온 것에 비해 독학재수학원은 그 근간부터가 잘못 구조화됐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이렇게 얘기해도, 메이저 독학재수학원들은 여전히 잘 나갈 것이다.
왜냐면 예외적인 케이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부에 통제가 필요하다고 믿는 학생들이 바로 그 케이스이다.
이 학생들은, 본인은 그저 공부할 공간이 필요하고,
성적을 위해서는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부할 공간이 필요하다면, 그냥 일반 스터디카페로 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누군가의 강압으로 하는 공부는, 리듬이 죽어있는 재미없는 것이 돼버린다.
그렇다면, 그 학생들은 왜 통제를 요구하는 것인가?
나는 그 학생들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학생들은 그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했을 뿐이다.
다만, 학생들이 통제 없이는 공부하지 못하게 만든 이 사회의 교육시스템이 문제라고 생각할 뿐.
앞서도 언급했듯, 나는 3년간 나름 많다면 많은 학생들을 봤고,
어떤 때는 내 룰을 강요하는 순간도 있었다.
지금의 내가 제일 싫어하는 짓을, 그들에게 했던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어떤 학생은 부족했던 내게 고맙다고 하고 떠나갔고,
안타깝게도 어떤 학생은 연락을 끊고 잠적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 학생들의 이야기는 좀 차후에 진행해보도록 하자.
첫 글로는, 내가 독학 재수학원이라는 구조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당신도 나와 같은 공간을 거쳤다면, 나도 그런 때가 있었지, 하고 가볍게 웃으면서 글을 읽어내려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