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아들의 추천 도서 일기
'오늘은 어떤 글을 쓸까? '
매주 수요일마다 브런치에 글 발행을 목표로 하였다. 집안일을 다 끝내고 앉으면 저녁 9시. 마감 시간 세 시간을 남기고 글감이 떠오르지 않았다.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둘째에게 물어보았다. "엄마가 오늘은 어떤 글을 쓰면 좋을까?"
"음..변신 돼지로 글을 써봐."
요즘 도서관을 들락날락하며 아이들이 읽을 만한 추천 도서를 빌려오는데, 재미있게 읽은 몇 안 되는 책이었나 보다. 나에게 대략의 줄거리를 조잘조잘 댈 정도인걸 보니, 나도 궁금해졌다. 어린이 동화는 단숨에 읽히는 매력이 있다.
'변신 돼지. 아이에게 들었을 때는 돼지가 여러 가지 동물로 변신한다는데, 마술 같은 이야기인가?'
찬이 집에서 키우게 된 토끼가 갑자기 돼지로 변신한다. 그 뒤에 데려온 강아지도 돼지로 변신한다. 마지막으로 데려온 햄스터도 돼지로 변신한다. 아무리 봐도 돼지가 변신한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우리 아이는 왜 거꾸로 이해하고 있을까? 제목 때문인가?'
'재미만 추구하는 상상력 풍부한 남자아이라서? 아무래도 문해력이 문제인 건가?'
책을 읽고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으니 수만 가지 의심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토끼와 강아지가 돼지로 변한 이유에 공통점을 발견한 찬이는 동물들이 죄다 마법에 걸린 것 같다고 신나서 말한다. 그런 찬이를 보곤 엄마가 웃음을 터트리며 농담 섞인 말을 한다. "가정집으로 분양을 가고 싶어 하는 돼지가 토끼로 변신했다가, 강아지로 변신했다가 그러는 건 아니고?" 찬이는 엄마 말이 맞는 것 같다고 진지해진다.
'아, 이 부분에서 오해를 했구나. '
다시 생각해 보니 오해가 아니라 주인공 찬이의 시선으로 책을 읽어 내려간 것이다. 진짜 책에 빠져 들어있었던 거다. 나이대가 비슷한 주인공과 우리 아들. 둘은 책으로 교감하고 있었구나.
어른의 시선에서 이 책은 또 다른 재미를 발견하였다. 돼지로 변신한 동물들에게는 찬이가 발견한 것 말고도 공통점이 있다. '달콤이' '통닭' '푸딩'과 같은 먹을 것이 떠오르는 이름을 붙여준 것과 가족들이 모두 먹는 것을 좋아해 뚱뚱한 편이라는 것, 동물들에게도 잘 먹인다는 것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시가 떠오르면서 변신했다는 돼지가 실제는 돼지가 아니라 돼지 같아 보였던 것을 돼지라고 한 것은 아니었을까? 가족은 서로가 서로를 닮는다는 진실을 마법 같은 이야기로 풀어낸 이 동화는 건강하고 바른 아이로 키우고 싶은 엄마로서 우리 가족은 어떤 말을 해야 하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아이를 의심한 것을 반성하고 다짐한다.
동화를 놓고 아이의 문해력을 따지지 말 것.
아이의 상상력을 의심하지 말 것.
뭐든 읽고 스스로 재미를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임을 잊지 말자.
글을 쓰기 시작한 엄마가 요즘 그런 것처럼.